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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망 Dec 19. 2023

엄마한테 잘 하자

푸욱 끓인 정성의 맛, 곰탕

쌀쌀한 날씨, 뜨끈한 국물이 땡긴다. 엄마들의 든든한 국물지원군 사골국이다. 지방이라 그런 건지 사골국이란 말보다 곰국, 곰탕이란 말이 더 익숙하다. 사실 사골국은 소뼈 특히 네 다리뼈(四骨)를 끓인 것이고 곰탕은 소 뼈나, 양, 양지머리등을 같이 넣고 끓인 것을 말한다고 한다. 사골이 뼈 네 개였다니! 나만 처음 안 사실인가?

엄마들이 여행 가기 전에 잔뜩 끓여 냉동실 넣어둔다는 그 곰국을 엄마는 참 자주 끓이셨다. 어릴 때 우리 집 형편은 넉넉지 않았는데 그래도 영양을 챙기느라 애써주신 것이 곰국이었다.



사골이 다리뼈라는데 엄마는 우족보다는 잡뼈를 더 많이 사셨다. (우족보다 잡뼈를 많이 넣어야 더 뽀얀 국물이 나온다고 한다.) 사온 뼈는 핏물을 빼기 위해 차가운 물에 반나절 정도 담가두는데 중간중간 물을 갈아줘야 했다. 한두 시간 간격으로 물을 갈아주는데 핏물이 안 빠지면 나중에 국물에서 잡내가 날 수도 있다. 어렵게 만들었는데 만들고 보니 냄새가 면 안 되니 항상 밑작업이 중요하다.


커다란 곰솥에 뼈를 담고 센 불로 10분 정도 끓이면 남은 핏물과 거품, 불순물들이 나오는데 이 물은 다 버린다. 뼈와 솥도 뼛가루가 남지 않도록 꼼꼼하게 씻어 다시 준비한다. 이때, 미지근한 온수로 씻어줘야 기름기들이 엉겨 붙지 않고 깨끗하게 잘 씻긴다.


그리고 뼈가 잠길 정도 되는 물을 넣고 1시간은 강불로 2시간은 중불로 끓인다. 양지나 사태 같은 고깃덩이도 있다면 같이 넣어 끓이면 된다. 중간중간 기름을 걷어내며 끓이는데 기름이 이렇게 많나 싶을 정도로 걷어내는 기름양이 많다. 투명하고 맑은 노란빛국물이 반으로 졸아들면 조금씩 하얀빛이 우러난다. 이 국물은 다른 냄비에 담아 시원한 곳에 식힐 동안 뼈를 2차로 끓인다. 물은 처음보다 조금 더 많이 잡는데 처음처럼 1시간 강불, 2시간 강불로 끓여준다. 그동안 식은 국물에선 또 기름이 굳어서 하얗게 막이 위에 생기는데 이 기름도 떠서 제거해 준다.


첫 번째와 두 번째 국물을 합치고 세 번째 다시 뼈를 고아낸다. 이때 고기는 건져서 식히고 따로 잘라두면 된다. 세 번째 잠길 만큼 물을 담고 강불 1시간, 중불 3시간, 약불 1시간으로 끓여내는데 중간중간 기름을 걷어내는 건 빼먹을 수 없다. 이쯤 되면 사골은 가운데 구멍이 뻥 뚫려있다. 끓여낸 국물을 다 합치고 식은 국물 위로 굳은 기름을 건져내면 우윳빛 뽀얀 곰탕 완성이다.



핏물 빼기부터 끓이고 식히고를 몇 번 하다 보면 이틀, 사흘정도 매달려 있어야 해서 곰탕은 손이 많이 가고 번거롭기 이를 데 없다. 엄마는 밤에 자다가도 불 조절 하러 가곤 하셨는데 이런 음식을 먹이겠다고 그렇게 자주 끓여주셨으니 엄마의 사랑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게 진리인 듯하다.




보글보글 끓여낸 뽀얀 국물에 다진 파를 두어 숟가락 듬뿍 넣고 후추를 후추춧 뿌린다. 그리고 내 입에 맞게 소금을 티스푼으로 한 스푼 가득 넣어주는데 짜게 먹지 말라며 매번 엄마에게 타박을 들었다. "음~ 맛있다." 하면 훅 들어오는 엄마 숟가락. "아유~ 짜." 하시곤 국물을 반국자 더 넣어주셨다. 에헤헷. 이렇게 더 먹는거지 뭐. 흰쌀밥을 말아서 새콤한 깍두기와 함께 한 입 떠 넣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 없다. 크으~



입 짧은 아이는 채소반찬 가득한 외할머니의 식탁을 보면 입이 삐죽삐죽 나오는데 그러면 "우리 ㅇㅇ이 먹을 게 없지?"하고 냉동실에서 얼린 곰국을 꺼내 끓여주신다. 그러면 금세 얼굴이 밝아져서 자신만의 맛을 제조하고는 국물 한 숟가락을 입에 넣는다.

"크으. 국물이 끝내줘요."

엄지 척 날리는 아이 덕분에 외할머니 얼굴에 함박웃음이 걸린다.

아들, 엄마가 사랑은 하는데 곰국은 못 끓여주니까 외할머니한테 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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