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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망 Dec 12. 2023

김치 먹방에도 세대 차가

김치찌개와 묵은지지짐

한국인이 자주 먹는 메뉴 탑 3안에 드는 것이 바로 김치찌개 아닐까 싶다. 사실 우리 집 메뉴 탑 3이다. (된장찌개, 김치찌개, 미역국)


맛있게 끓이려면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한식 중 찌개는 어느 정도 맛을 내기에 유리하다. 다 넣고 끓이면 되니 요리 못하는 사람도 세상 편하다. 물론 일찍 넣으면 부서지거나 국물을 텁텁하게 되는 재료가 있어서 최상의 맛을 내는 순서는 있겠지만 말이다. 싱거우면 소금이나 국간장 등을 더 넣고 짜면 물을 더 넣는다. 국물이 적으면 물을 더 붓고 너무 많으면 팔팔 끓여 졸인다. 간만 맞추고 적당히 오래 끓여주기만 하면 잘 어우러진 맛이 나니 요똥엄마의 최애 메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엄마의 요리실력이 부족해서 다양한 음식 재료를 접하지 못한 탓인지 원래 입이 예민한 건지 아이는 채소에 대해 예민한 편이다. 아기 때부터 이유식 거부도 심했던 것 같다. 밥상에 올라온 채소는 무조건 한입씩은 먹어야 한다고 하는데 김이나 다른 맛으로 덮어서 꿀꺽 삼키는 수준이다. 그나마도 맛이나 식감이 느껴지면 오만상을 하고 구역질을 하면서 겨우 삼킨다. 그래서 채소를 더 해먹여야 함에도 콩나물국이나 뭇국 같은 음식을 하는 것은 사실 조금 부담스럽다. 혼자 다 먹을 각오를 해야 하기에.

그나마 아이는 김치는 잘 먹는다. 맵다며 물을 몇 번씩 들이켜긴 하지만 푹 삭은 묵은지나 새콤한 깍두기는 스스로 잘 먹어서 엄마의 죄책감을 조금 덜어준다.




나는 어머니가 해주시는 묵은지 지짐을 좋아한다. 어머니는 일을 하기 전까지 집에서 메주를 띄워서 된장, 간장, 고추장도 직접 담그셔서 옥상에 커다란 장독대가 몇 개씩 있었다. (날씨 따라 장독 뚜껑을 닫았다 열었다 하는 것도 일이다.) 김치도 많이 담으셔서 2, 3년 된 묵은지도 집에 항상 있었다. 반찬이 없을 때면 묵은지를 푹 지져낸 이 묵은지지짐이 제격이다.

묵은지는 헹군 다음 1시간쯤 물에 담가 군내가 나지 않도록 한다. 물기를 짠 후 냄비에 묵은지를 넓게 펴주고 찌개마냥 물에 된장 한 큰 술 풀어준다. 엄마는 늘 묵은지를 자르지 않고 그냥 담아 쭈욱쭉 찢어먹게끔 했다. 그러면 손맛도 쪽쪽 더해져서 더 맛있는 느낌이었다. 파, 다진 마늘과 함께 내장을 딴 굵은 다시 멸치도 넉넉히 한 주먹 가득 넣어준다. 들기름도 한 바퀴 둘러주면 더 좋다. 그리고 1시간 정도 뭉근하게 끓이는데 국물은 자작하고 김치는 노곤노곤해지고 멸치마저 보들보들해지면 완성이다.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 것도 아닌데 이것만으로도 감칠맛이 좋다. 부들부들한 김치를 밥 위에 척 올려 먹으면 다른 반찬도 필요 없다. 다시물을 내고 난 멸치와 다시마는 맛도 빠지고 물컹거려서 안 먹게 되는데 이 멸치는 맛이 촥 배어서 쫀득한 게 많이 넣어도 자꾸 손이 간다.


엄마는 엄마가 좋아하는 할머니의 묵은지지짐을 아이에게 많이 먹으라고 챙겨주는데 아이는 영 자기 취향이 아니란다.

-엄마, 이거 너무 물컹물컹해서 싫어.

어쩔 수 없다. 고기 듬뿍 넣은 김치찌개나 보글보글 끓이는 수밖에. 고기 반, 김치반이라 국물이 잘 보이지 않는다. 묵은지의 신 맛이 강해 소금, 설탕을 더 넣었더니 적당히 새콤, 달콤한 맛이 입맛을 돋운다.

-엄마, 고기 더 줘. 김치도 많이 줘.

오늘따라 김치찌개를 더 맛있게 먹네.

-엄마, 내가 7살 때는 김치찌개 안에 있는 김치 싫어했는데 이제 잘 먹어. 나도 엄마처럼 될 건가 봐.

그래. 그럼 이제 묵은지지짐도 잘 먹게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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