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설연휴를 보내며 올해 떡국을 먹을 공식적인 일정이 모두 끝났다. 떡국은 새해가 되면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의미로 먹기에 첨세병(添歲餠)이라 부르기도 한다. 떡국을 언제부터 먹었는지에 대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아서 알 수 없지만 오래전부터 신년에 먹었다고 한다. 조선 헌종 때에 쓰인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떡국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다. "흰떡을 엽전과 같이 잘게 썰어서 간장국에 섞어서 쇠고기와 꿩고기와 고춧가루를 섞어 익힌 것을 병탕(餠湯)이라 한다"는 기록의 병탕이 바로 떡국이다. 꿩고기 대신 닭고기를 넣어 만들기도 해서 '꿩대신 닭'이라는 속담도 만들어졌다.
하얗고 동글 납작한 떡은 조리도 쉽고 저장도 간편하다. 그래서 사실 새해가 아니더라도 자주 편하게 먹는 음식이다. 여기저기 응용해 먹기도 좋은 떡국떡이지만 다른 요리는 차치하고 떡국 먹는 법만 살펴봐도 가지각색이다.
레토르트로 나와서 뜨거운 물만 부으면 되는 간편식 컵떡국이 있는가 하면 요즘은 꽃모양이나 하트모양 별모양 오색떡을 이용하기도 한다. 현미떡이나 모시떡도 있고 이북에서 주로 먹었다는 조랭이떡도 빼놓을 수 없다. 충청도에서는 익힌 쌀반죽을 도토리만큼 동글동글하게 빚어 '생떡국'을 넣어먹기도 한단다. 원래 북부는 만둣국, 남부는 떡국, 중부는 떡만둣국을 먹었다고 하는데 요즘은 지역상관없이 다양한 식감과 맛을 위해 선택사항인 만두도 거의 빠지지 않는 듯싶다.
이걸 떡국이라 불러도 될까 싶긴 하지만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키토제닉 식단을 하는 사람들은 떡대신 새송이버섯을 동글동글 얇게 편 썰어 넣어 먹기도 한다. 단독으로 끓여 먹거나 떡국떡과 섞어 먹기도 하고 라이스페이퍼로 새송이버섯을 싸서 만들기도 하던데 식감이 궁금하기도 하지만 먹으면 먹고 말면 말지 이렇게까지 손품을 들일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다.
떡국의 국물도 다양하다. 예부터 전해온 꿩이나 닭육수는 잘 사용하지 않는 대신 요즘은 소고기로 국물을 내는 경우가 많다. 옛날보다 소고기가 값싸고 흔해진 덕분이다. 멸치나 북어 육수로 끓이면 깔끔하고 담백하고, 시판 사골육수를 이용해 끓이면 구수하고 간편하다. 자취생들을 위한 간단 떡국은 맹물과 떡국떡에 다시다만 넣어 끓이거나, 간장으로만 간을 맞출 수도 있다. 계란까지 풀어 넣으면 이건 라면 끓이기와 비슷한 난이도다. 그 외에도 들깨국물에 끓여 먹거나 겨울이 제철인 굴을 넣어 굴떡국을 끓이기도 한다. 매생이를 넣어 떡국을 끓일 수도 있고 미역국에 떡을 넣어 떡미역국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고명은 '꾸미'라고도 하는데 대개 계란 지단이나 김가루를 올리지만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경상도에서는 잘게 다진 고기(꿩고기, 닭고기, 소고기 등)를 간장이나 소금에 졸인 꾸미가 있고 보슬하게 볶아낸 것을 올리기도 한다. 버섯을 졸여 올리거나 육전을 올리는 집도 있다고 한다. 계란도 격식을 갖춰 단정히 먹을 때는 맑은 국물을 위해 지단을 부치지만 간편하게 먹을 때는 국물에 계란물을 휘이 둘러 계란국처럼 먹는 게 더 편하다.
왜 이렇게 다양한 떡국들을 찾아봤냐고?
결혼하고 시댁에서 첫 떡국을 먹던 날 놀란 기억이 난다. 어머님께서 끓여주신 평범한 떡국이었는데 남편과 아버님의 먹는 법이 남달랐다. 떡국에는 잡채가 빠지면 안 된다며 국물에 잡채를 크게 두어 젓가락 넣어 후루룩 같이 먹는 거였다. 떡국에 잡채를 반찬으로 먹을 수야 있겠지만 국물에 넣어먹어야 맛있다는 말이 독특했다. 지역 풍습인지, 집안 풍습인지 알 수 없지만 낯설고 새로운 모습이었다.
이번 설연휴, 명절 음식을 간소화하자는 어머님의 뜻대로 나물과 전 몇 가지만 준비했다. 그리고 마주한 떡국상. 없는 잡채 대신 아버님과 남편은 떡국에 시금치와 콩나물을 한가득 넣어 맛있게 드셨다. 뭐든 넣어먹으면 되는 건가? 잡채에 들어가는 거랑 비슷한 재료라 상관없는 건가? 새삼 신기한 마음으로 새로운 떡국 먹는 방법을 하나 더하게 됐다.
떡국 어디까지 먹어보셨나?
다른 방법이 있다면 들려주시길 부탁드린다.
집집마다, 지역마다, 기분 따라 레시피가 달라지는 걸 보면 떡국은 생각보다 더 자주 접하는 친근한 음식이 아닐까 싶다. 새해 첫날의 밝음을 담은 흰색과 엽전을 닮아 재물을 기원하는 둥근 떡국떡처럼 2024년 한 해 밝은 일 풍성한 부자이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