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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망 Nov 27. 2024

하루 5분, 마음 궤적 남기기

풍요로워지는 감사일기

꾸준히 뭔가를 하기 어려워하는 내가 한 가지 지속해오고 있는 것이 바로 감사일기 쓰기이다. 2년 전부터 쓰기 시작했으니 지금은 3년 차가 됐다. 뭔가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 노력은 하고 싶은데 뭘 해야 할지 몰랐을 때 그저 감사일기를 쓰는 게 좋다는 글을 봤고 지인 몇 명과 밴드를 만들어 글을 써 올린 것이 시작이었다.



딱히 형식이 있는 건 아니고 각자 쓰고 싶은 대로 쓰면 되겠지만 하루를 돌아보면 그래도 3가지 이상의 감사 거리는 찾게 된다는 마음에 최소 3가지 이상을 쓰려고 노력한다. 보통 5가지에서 많이 생각나면 생각나는 대로 더 적곤 한다.



처음 시작할 때는 감사일기에 대해 적혀있던 문구를 붙잡고 막연한 기대를 가졌던 것 같다. 감사일기를 쓰면 마음의 여유가 생겨 한결 부드러운 사람이 된다는 말. 감사할 일이 자꾸 생겨난다는 말. 나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는 말. 그냥 그런 하루가 소중한 하루가 된다는 말이다.



살다 보면 부침이 있는 게 인생이다. 늘 좋을 수도 늘 어렵기만 한 것도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 그저 순간순간을 살다 보면 현재에 매몰되어 내가 어떻게 지내왔는지를 잊기 쉽다. 현재가 행복하다면 지나온 날들이 다 화사하게 그려질 수도 있고, 현재가 힘겹다면 모든 과거가 다 우울하고 음울했던 것 마냥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작성했던 감사일기를 돌아보면 지나온 순간순간을 다시 경험할 수 있다. 어려운 상황 가운데서도 감사를, 밝은 면을 바라보고 힘을 내던 자신을 떠올릴 수 있고 감사한 일이 많았던 과거를 보며 행복함을 되새길 수도 있다.



특히 감정적인 사람들은 우울함에 빠지면 더 깊은 우울함으로 빠져들기 쉽다. 이럴 때 의지적으로 쓰는 감사일기는 조금이나마 이성적으로 상황을 돌아보게 하는 도구가 된다. 작은 것 하나에도 감사를 느끼려는 의지는 삶의 밝은 면을 바라보게 하는 연습이고, 의미 없이 흘러가는 하루를 붙잡아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기도 하다.



처음 감사일기를 쓰면서 너무 쓸 거리가 없었던 것들이 기억난다. 먹은 것들, 필요를 채운 물건들에 대한 감사가 주였다. 물론 지금도 많이 달라졌다 할 수는 없다.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아직도 소소하고 비슷비슷한 감사들이 이어진다. 그러나 내 곁에 함께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그들에 대해 감사하게 되고 시간이 쌓이다 보니 점점 지금은 어렵고 안 좋은 상황이더라도 다시 좋아질 미래를 기약하며 감사하게 된다.



매일 자신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자기 인식과 반성의 계기가 되어 자기 계발이 된다고 한다. 부정적인 사고를 긍정적으로 바꾸게 되고, 불행하기만 했던 삶에서도 행복을 발견해 가며 행복해진다. 감정적으로 성숙해짐으로 분노 대신 온화한 마음을 기를 수 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생각보다 자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스스로의 수고와 노력에 대해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끝없이 달려야 하는 것처럼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스스로에 대해 감사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더욱 잘 보살피고 아껴줄 수 있게 된다.



또한 감사를 느끼면 코티솔(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낮아지면서 편안해져서 스트레스를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자기 전에 감사일기를 쓰면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 수면의 질이 높아진다고도 한다. 감사를 자주 느끼는 긍정적인 정서는 신체 건강에도 영향을 줘서 염증 수치도 낮추고 면역체계까지 강화시킨다고 하니 보약이라도 챙겨 먹는 셈이다.



처음 감사일기를 함께 나누는 밴드는 오픈되어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든 오가는 공간이었는데 개인적인 일상의 이야기가 담기다 보니 서로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차츰 비공개로 돌리고 운영하게 됐다. 고정적으로 일기를 올리는 멤버들이 서로의 일기를 읽고 반응하면서 단지 일기 쓰기만으로 끝나지 않는 유익이 있다. 서로를 격려하고 축하하며 각자의 매일을 지지하는 내 편이 되는 것이다. 나의 작은 일상을 함께 걸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든든함이 또 다른 힘찬 하루를 살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감사일기를 3년이나 써오고 있을 줄 처음의 나는 알았을까? 순간순간 귀찮고 힘겹기도 했었는데도 함께 하는 이들이 있어 지칠 때도 다시금 힘을 내어서 같이 가게 되는 것 같다.



기록이 쌓이면 뭐든 된다. 그것이 매일의 감사 기록이라면 이루 말할 수 없는 많은 유익들이다. 하루 5분, 10분의 투자로 남길 수 있는 가장 큰일이 아닐까?



이미지 출처: UnsplashGabrielle Hende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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