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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망 2시간전

아침을 맞는 아이들

미라클모닝

아이가 미라클모닝을 시작했다. 유튜브를 보다 우연히 무료라는 말에 부담 없이 신청한 프로젝트다. 그저 아이의 학습습관을 잡아준다는 플래너가 어떻게 생겼나 궁금했을 뿐인데 덜컥 당첨이 되어버렸다. 당첨이 됐으니 플래너 받은 걸로 퉁치지 말고 남들 할 때 뭐라도 같이 해보면 좋지 않을까 싶긴 하다. 다양한 집단에 참여해 보는 게 좋다니까. 뭐든 참여하면 그 집단의 평균 정도는 배운다. 하는 만큼 남는다. 물론 아이가 지치지 않는 선에서.



고작 2학년인데 엄마도 안 쓰는 플래너를 쓰겠나 싶어 기대도 안 했다. 8시에 겨우 눈 떠서 옷 입기 바쁜 아이인데 7시에 일어나 줌미팅을 할 수 있을까? 그래도 미리부터 못할 거라 단정 짓지 않으려고 엄마가 신청한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두 달만 한번 해보자며 바람을 불어넣는다. 후. 플래너는 설명도 하지 않았다. 일찍 일어나기만이라도 해보자. 엄마는 바라는 게 많지 않아.



미라클모닝 첫날, 7시 정각에 우렁찬 목소리로 줌 미팅을 시작하는 선생님 덕분에 아들이 겨우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플래너에 대해 설명해 주신 대로  따라서 하루 일정에 대한 시간계획을 짰다. 하루동안 해야 할 일들과 대략적인 시간을 기입하고 아침을 먹는 여유로운 아침.

계획과 상관없는 하루를 살고 나서 저녁에 하루를 기록하고 잠들었다.


그리고 둘째 날, 깨우지 않아도 알아서 줌소리에 일어나 노트북 앞에 앉더니 혼자서 플래너도 쓴다. 이게 뭐지? 플래너 쓰는 걸 전혀 어려워하지 않는다. 색색깔로 칠하며 오히려 즐기는 느낌이랄까.


셋째 날, 아이는 방과후학교 일정을 까먹고 치과를 다녀와서 시간이 없었다며 대충 얼버무려 놨다. 그래도 하루동안 공부하다 틀렸던 문제를 적고 나름의 생각도 적어놨다.


그렇게 5일 차. 어제 조금 늦게 잔 아이는 7시에 일어났지만 거실에서 뻗어서 줌미팅을 하는 둥 마는 둥이다. 피곤했는지 아침 플래너도 쓰지 않고 학교에 가버렸다. 하교 후 뒤늦게 플래너를 쓰면서 플래너에 하루를 맞추는지 하루에 플래너를 맞추는지 모르는 느낌.

에라 모르겠다. 5일간 일찍 일어난 게 어디야.




이번이 5기라는 공부기적 챌린지는 신청자가 많아서 2천여 명이 함께 한다. 그런데 8살부터 고등학생까지 참여한 아이들의 나이대가 다양하다. 7시 줌미팅을 하러 더 일찍 일어나서 준비하는 친구들도 많다. 어떤 친구는 2학년인데 플래너를 잘 쓰고 싶은 생각에 12시까지 붙들고 앉아있기도 해서 고민이라는 엄마도 있다. 너무 잘하려고 애쓰는 아이가 있나 하면 잘하기 부담스러워 아예 플래너를 안 쓸 거라고 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아침을 맞고 하루를 보내는 모양이다.


아이들이 뭐라고 말하건 마음 한 편에 잘하고 싶은 맘이 있는 걸 안다. 다만 스스로 이야기한 걸 실제로 해낼 자신이 있는지에 따라 조금 냉소적으로 표현할 뿐.


이번 경험에 아이들이 완벽함을 위해 애쓰진 않기를 바란다. 세상은 완벽한 것보다 그렇지 않은 게 많단다. 우리는 그저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려고 하는 것뿐이지. 완벽할 순 없지만 언제든 시도하고 바꿔갈 기회가 있어. 변화할 수 있다는 건 또 하나의 성장이니까. 유한한 시간을 무한히 흘려버리지 않는 것으로 만족하자. 작은 기대로 일어나는 아침들이, 너희가 기적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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