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닫으면 창이 아니라 벽이다
라고 시작하며 혼자만의 zoom 테이블 강연회를 해줄 수 있느냐고
그 말을 꺼내는데 너무도 큰 용기가 필요했다고.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데는 더 큰 용기가 필요했다고.
감동의 글과 시를 선물 받았습니다.
작년 3월 코로나19로 이해 시작한 토요일 새벽 6시 zoom 강연.
1년 넘게 이어지고 있고, 여전히 함께 한 소중한 인연의 사람들.
샘정의 새벽 강연을 듣고 <손잡아줄게요>를 책 읽었다고.
'손잡아줄게요'로 인해 관심 밖이었던 시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고
우연히 읽은 시가 너무 가슴에 와닿았다며...
자신의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고.
시인이 평생 걸려 알게 된 것을 자신은 40대에 알게 되어 너무 고맙다는 이야기,
그리고 감동의 말.
샘정이 창문을 열고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어 준 것처럼
자신도 그렇게 누군가를 향해 창을 열고
손을 흔들고,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고 싶다고.
손잡아 주어 너무 고맙다는 말과 함께 정호승 시인의 <창문>이라는 시를 함께 보내왔어요.
창도 문도 열지 않으면 벽이 된다.... 너무 큰 여운이 전해지는 시였답니다.
그런데 어찌 이런 일이???
그녀가 용기를 냈다며
1:1 zoom 강연을 신청했고
토요일 아침은 단 한 사람만을 위한 zoom 강연이 있었답니다.
샘정의 테이블 강연은 단 한 사람만을 위해서도 열린다는 건 아시죠?
그녀 삶의 시간들의 이야기가 너무도 꺼내기 힘들었을 그녀의 이야기가.....
샘정을 통해 처음으로 그녀의 입을 통해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다는 이야기에.....
"지금까지 살면서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작가님에게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작가하길 잘했고, 새벽 강연하길 잘했다며 스스로에게 폭풍 칭찬을 해주었답니다.
늘 처럼 자뻑 샘정입니다.^^
그 문자가, 어제의 둘만의 새벽 강연이 작가 샘정에게 너무도 큰 감동으로 남았나 봅니다.
어느새 창문을 그리고 있는 발견하게 되면서 또 한 번 놀랐답니다.
그렇게 그린 그림에
시의 일부분을 넣어 만들어 보았어요.
샘정이 너무도 좋아하는 고흐,
언젠가 꼭 그려보리라 생각했던 <별이 빛나는 밤>을 여기서 그리게 될 줄이야. 와우~~~
과학 선생 본능적으로 달 수업할 때 이 그림을 소개하면서 그림 속의 달의 위상은??이라는 질문을 해보리라 다짐도 해봅니다.
놀랍게도 수많은 그림을 과학 수업에 사용했는데 '별이 빛나는 밤'을 달의 위상에는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혼자 깜짝 놀랐다는 거.^^
시의 이 대목이 너무 긴 여운을 주었습니다.
'창문'이라는 시 덕분에 조하리의 창(Johari’s window)을 떠올리게 되었어요.
조하리의 창은 나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내가 어떤 상태에 처해 있는지를 보여주고 어떤 면을 개선하면 좋을지를 보여주는 데 유용한 분석 틀입니다. 조하리의 창은 크게 4가지.
자신도 알고 타인도 아는 ‘열린 창’,
자신은 알지만 타인은 모르는 ‘숨겨진 창’,
나는 모르지만 타인은 아는 ‘보이지 않는 창’,
나도 모르고 타인도 모르는 ‘미지의 창’
한 번쯤 나는 저 4개의 창을 각각 얼마만큼의 크기로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 나는 타인과 어느 정도, 어떻게 소통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그림은 자꾸 샘정을 도전하게 만든답니다.
창문을 여는 뒷모습의 그림을 그리고 나니 앞 모습도 그려 보고 싶어졌어요.
앗, 창문을 여는 것...
무의식에 있었을까요?
창문을 열고 있는 샘정의 앞모습이 책에 이미 있더군요.
창문은 열고 있지만 손을 턱을 괴고 있는 샘정.
다른 그림을 그려 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그려 본 그림입니다.
벽돌에 아주 정성을 들였답니다.
그런데 뭔가..... 2% 부족하다는 생각....ㅠㅠㅠ
벽돌담을 보며 떠오른 시,
이 구절을 몇 번이나 곱씹게 되더군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벽돌담을 기어 올라가는 담쟁이를 그려야겠어.....라고 결심을 하였으나....
담쟁이를 그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답니다.
여전히 쓱쓱 쓱 그림을 그리는 실력이 아닌지라....힘들었어요.ㅠㅠㅠ
하지만 시인의 말처럼
저것은 벽,이라고 생각되면 벽을 오르기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마침내 벽을 기어오르는 담쟁이를 그렸습니다.
내가 벽을 기어오르는 담쟁이가 되어서.
책을 읽고
샘정에게 연락을 하고
혼자만의 강연을 요청한,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해준 그녀의 용기 덕분이었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그녀의 용기 덕분에
그 용기를 닮고 싶어서 샘정도 담쟁이 그려 볼 용기를 냈고
마음만큼 되지 않는 그림을 끝끝내 포기하지 않고 그리게 되었답니다.
담쟁이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리려니 아니라는 생각에 담쟁이를 직접 봐야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찾아가서 관찰하고 사진도 찍어 와서 보면서 그림을 그렸답니다.ㅎㅎ
담쟁이 그림에 스스로 만족해하며 책 표지도 넣어 만들어 보았어요.
디지털 드로잉이 이런 점이 아주 편하고 좋아요.^^
<손잡아줄게요>를 쓰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집 리모델링.
그리고 탄생한 달콤한 집, 밀당궁.
우리 손잡고 따뜻한 동행을 해요.
그
런
데
.
.
.
뭔가 불편한 이 기분은 뭐지....
.
.
.
.
.
.
하면서 생각에 생각을 해 보다가... 깨달았어요.
아하~~~
그림 수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수정을 시도했는데....
이런 이런
마음만큼 되지 않는 겁니다.
이렇게도 그려보고
이렇게도 그려 보았어요.
차이가 느껴지나요??ㅎㅎ
세 개의 그림을 함께 볼까요?
갑자기 번쩍, 하고 드는 생각에 이런 것도 만들어 인스타 피드에도 올려 보았어요.ㅎㅎㅎ
나를 불편하게 한 것은 내밀고 있는 손의 각도였습니다.
<손잡아줄게요> 책 표지에는 테이블 위로 마주한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그림이었는데
테이블이 창문이 되니 마치 위에서 아래로 손을 내밀고 있는 것 같이 느껴졌고....
그게 나를 불편하게 한다는 것을 깨달은 거죠.^^
사실 손을 앞으로 내밀고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어요.
생각대로 그려지지 않아 이렇게 사진을 찍어서 관찰하는 열정까지 불태워 보았지만
(이러는 여배우를 보며 윤스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심.ㅋㅋㅋ)
아직까지 나의 그림 실력으로는 앞으로 내미는 손을 마음에 들게 그리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경험을 했답니다.
앞으로 내민 손을 그리니 넙데데한 것이... 뭉트리그한 것이.... 어찌 그리 이쁘지 않던지요.
이런 표현으로도 다 표현이 안됩니다요.ㅎㅎ
샘정의 선택은 이 그림입니다.
독자로부터 선물 받은 감동을 그림에 담는 긴긴~~~ 그리고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