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를 재미, 즐거움, 설렘으로 바꾸기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나를 점검해야 하는 일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야 나를 조금 더 보살필 수 있을 테니까요.
돌아서면 잊어버린다는 말에, 딸아이는 나의 중증 상태를 이렇게 표현하더군요.ㅠㅠ
"어머니... 돌아서는 도중에 잊어버리는 거 같습니다."
처음에는 건망증으로 인해 자괴감이 생기기도 했고
단순한 건망증인지 혹시라도 치매 증상인지를 걱정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런 나를 인정하면서 나름대로의 루틴을 만들어 가며
증세가 더 심해졌을 때를 대비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답니다.
그중 하나가 물건을 늘 같은 자리에 두는 습관입니다.
물론 언젠가는 늘 두던 자리까지 잊어버리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지금의 내가 어떤 상태인지를 조금 더 자주 점검하면서 살아가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오늘 저지른(?) 일입니다.
카톡 선물하기로 사인본 신청한 책에 사인을 하다가
정신을 어디다 두었는지
같은 이름을 두 번이나 썼답니다.
그것도 세 권에다가....
그것을 알아챈 순간 몹시 당황하였고,
잠시 이를 어쩌나 고민했고,
번쩍, 하고 떠오른 단어가 있었으니
신데렐라 아니고 책데렐라.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을 테니 그 사람들에게 선물로 주면 된다는 생각에
그래서 열게 된
이미 써버린 이름.
저질러 버린 일을 두고
"내가 정말 왜 이럴까?"
자책하는 대신, 재미있는 일로 바꾸면서 나를 토닥여 주기로 했어요.
20대의 나는 선배님들을 많이 탓하면서 살았었어요.
이런 말도 종종 했었어요.
그런데 나는 그보다 더 한 일도 하는 '나이 든' 사람이 되었습니다.ㅠㅠㅠ
젊은 날의 나는 '절대로'라는 말을 자주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절대로 그런 일은 안 해.
절대로 안 먹어.
절대로 좋아할 수가 없어.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거야.
절대로 포기하지 않아.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어설픈 자기 확신에 빠져 있던 미숙했던 시절.
다른 관점을 가져보려 노력하기 시작하면서 '절대로'라는 말의 무게를 알게 되었고,
내가 감당할 몫이 아님을 알게 되면서 그 말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윤스퐁의 해장을 위해 알탕을 끓이면서 혼자 큭큭 웃었네요.
"술 마시고 온 게 뭔 대단한 일이라고 해장국을 끓여 줘? 절대로 안 끓여 줄 거야."
그랬던 시절을 떠올리면서...ㅎㅎ
삶에서 '절대로'가 사라져 가면서 내 삶은 조금씩 말랑말랑해지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절대로 그런 실수는 하지 않아,라고 했던 내가
그런 실수를 연발하면서 살아가면서도
스스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음에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내가 나를 더 잘 보살피면서 가는 일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