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군가의 윗집이다
6개월 전에 윗집에 서너 살쯤 된 아가네가 이사를 왔습니다.
에너지가 넘치는지, 밤늦게까지 콩콩콩을 넘어 우당탕탕... 어찌나 뛰는지.
솔직히 불편하고 신경 쓰이는 층간 소음으로 어떨 때는 화가 나기도 했지만 윤스퐁이 말리더군요.
윤스퐁 다운 생각에 피식~~ 웃으며 넘어가곤 했지만 쉽지는 않았어요.
11시, 12시까지 잠을 자지 않는 아이.
지난 토요일에 윗집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하며 하영담아 감귤농장의 황금향을 건네주었습니다.
인터폰을 통해 들려온
라는 말에 놀라고 긴장을 했던 지
몹시 당황한 얼굴로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하더군요.
집으로 돌아와 우리도 황금향을 먹었습니다.^^
황금향을 들고 올라간 것은, 나도 두 아이를 키워 본 엄마였기 때문입니다.
생각이 바뀐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이 아파트에 19년째 살고 있는데
아랫집도 아이가 초등학교 때 이사를 와서 올해 수능을 보았으니 10년 정도 이웃으로 살고 있어요.
아이의 수능 응원 선물로도 황금향을 주고 계단을 올라오는데 그런 생각이 드는 겁니다.
나름 신경을 쓰며 살기는 하지만
생활 소음이 없는 건 불가능할 텐데....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윤자매 집을 다녀온 덕분(?)입니다.
20대와 30대의 윤자매는 독립하여 둘이서 살고 있어요.
수능일이 학교 재량 휴업일이라
대구 사는 엄마 샘정이 서울 사는 윤자매 집에 다니러 갔었어요.
윤자매네 거실입니다.
고양이가 있는 집 거실은 대부분 이렇다고 하는데
적응이 안 되는 엄마입니다.
윤자매는 '윤쪼이'와 '윤칼슘'이라는 이름의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데
이사 온 아랫집과 고양이로 인한 층간 소음으로 갈등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거실에 커다란 소음 방지용 매트도 두 장이나 깔았다고.
아주머니는 고양이 때문에 시끄럽다고 올라오고
아저씨는 아내가 예민해서 그러니 미안하다고 올라 오기를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윤자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람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지만
덕분에 어린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을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아이는 뛰지만 어쩐 일인 지 조금 조용해진 것도 같습니다.
고개 들어 천장을 바라보는 나를 보며 윤스퐁이 이러십니다.
그리고 한 마디 덧붙이십니다.
역시 윤스퐁은 나보다 어른인가 봅니다.
층간 소음을 통해 또 한 번 나를 들여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