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된다면서 화를 낸다???
"요리는 권력이야!"
를 외치며
맛난 거 먹을 궁리를 열심히 하는 요리 연구가 샘정입니다.
자신의 가치는 자신이 만드는 것이라잖아요.
어떤 음식을 만들지 생각하는 세상 모든 사람들은 모두 요리연구가라고 생각해요.^^
엉뚱하고 매우 자기중심적인 사고의 샘정입니다.
오늘도 연구 엄청했네요.
윤스퐁이 살짝 삐쳐 있거든요.^^
이유는
.
.
.
마누라가 직장 일에 너무 에너지를 쏟는 거 같다고,
그러다 쓰러진다고,
적당히가 그렇게 안되냐고...
마누라 걱정해서 그러는 거니
그 마음 풀어줘야겠죠.
걱정되는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남편이지만
나는 제대로 표현해주고파요.^^
현관문 열고 들어서며
장바구니 높이 쳐들고 이렇게 외쳤습니다.
"자기야~~~ 오늘 저녁은 자기가 먹고 싶다던 갓김치 삼겹살 찜을 하겠습니당."
윤스퐁은 못 들은 척합니다.
'그런 걸로 안 풀어진다.'
이런 의미겠죠?ㅎㅎ
마침 도착해 있는 계란.
"계란장도 만들어야겠어요. 맛있겠죠?"
엉뚱한 대답이 돌아옵니다.
"택배가 세 개나 왔다. 뭘 그렇게 많이 샀노?"
"계란이고, 이건.... 말랑말랑 학교 캘리 사인 부탁한다고 책을 네 권이나 사서 보내온 거고... 여기 봐봐요. 정성스레 쓴 손편지. 감동 인디요. 그리고 이건.... 와우~~~ 운빨요정 에코백이 드디어 도착요. 봐봐요. 엄청 이쁘죠?"
윤스퐁의 영혼 없는 대답.
"응."
나 진짜 화났다니까.... 이런 뜻.
귀여우신 서방님입니다.
갓김치, 통삼겹살, 감자가 익어가는 동안
윤스퐁이 늘 신기해하는 산야란 택배 박스를 열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정기 배송받으면 계란 걱정은 끝.
반숙으로 삶아
계란장 완성.
그
사
이
온 집에 퍼지는 음식 냄새.
드
디
어
.
.
.
갓김치 삼겹살 찜이 완성된 게 아니고
.
.
.
.
"뭐 만든다켔노?"
뭐 만드는지 다 알면서...
윤스퐁의 마음이 풀어졌습니다.
"자기가 먹고 싶댔던 갓김치 삼겹살 찜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슬쩍 애썼다는 것도 어필하는 샘정은...
여우여우여...배우.
"근데 메뉴를 잘못 선택한 듯요. 나 엄청 배고픈데 찜이라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요. 빨리 되는 것 중에 자기 좋아하는 거 할껄... 나 너무 배고파서 쓰러질 거 같아요."
"계란장 만들었다며? 그거라도 하나 먹어라."
마음 완전히 풀어지신 윤스퐁.
푹~~~ 익은 갓김치와 간이 잘 밴 삼겹살을 두툼하게 썰어 감자와 함께 담았습니다.
국물에 감자를 으깨어 먹는 맛도 일품이에요.
맛난 음식에 기분이 좋아진 윤스퐁.
"내일 아침에 요기 옆머리 가위로 쫌 잘라도."
"미장원 가셔요. 잘못 자르면 어쩔려구요?"
"쫌 이상해도 마스크 끼면 가려질 거니 개안타."
"많이 이상하믄요?"
"많이 이상하게 자르면 안되쥐이~~ 니 가위질 잘하잖아."
이 평화는
내일 아침 샘정의 가위질 직전까지는 유지될 듯합니다.
가위손이 되어야 할 텐데.....
바가지 머리를 만들어 놓으면 어떡하지...ㅋㅋㅋ
마누라가 걱정되면 걱정의 마음을 제대로 전해야 하건만
자신의 마음을 재대로 표현하는 것이 여전히 힘든가 봅니다.
이렇게 말하면 될 것을....
"여보, 나는 당신이 너무 무리해서 아플까봐 걱정돼. 일을 조금만 줄였으면 해. 부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