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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착한재벌샘정 Sep 03. 2020

남편, 나를 꼭 이해하지 않아도 돼요

그게 왜 하고 싶으냐고 묻지 말아요

나이 오십이 되던 해에 세운 목표 중 하나가 

50대를 살아가는 동안 '나에게 배움의 선물 주기'였습니다.


그 첫 번째가 <성악>이었어요.


친구들은 

"주부 가요 교실을 간다면 이해를 한다. 이 나이에 뭔 성악이고? 대학을 갈 것도 아니고 이제 와서 무슨 성악?"

이라고 했고 남편은 이러더군요. 

"하고 싶은 거니 해야 하기는 하겠지만..... 참말로 나는 니를 이해 몬하겠다." 


그다음이 <발레>였어요.

남편은 반응은 비슷했습니다.



발레복을 입은 덕분에 남편으로 부터 선물(?)받은 네임 <분홍 엘리펀트>ㅎㅎㅎ


하고 싶은 것이 너무도 많은 마누라.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너무도 많습니다.^^


왕관을 쓰고 수업하는 과학 교사이기도 하고




"농악대 같네."라는 핀잔 섞인 소리를 들으면서도 

쪽진 머리, 올림머리가 아닌 단발머리로 

직접 만든 화관을 쓰고

한복 모델 선발 대회에 나가기도 하고





16번째 책을 들고 텔레비전에 나가기도 하고






남들의 시선은 아랑곳 하지 않고 

신발이 미끄럽다며 벗어 들고 맨발로 걷고




태풍으로 인한 폭우 속을 맨발로 출근하는 뚜벅이.

빗물 머금어 눅눅한 신발을 신는 건 너무 싫다면서

들고 가서 뽀송하게 신겠다는 마누라가 여저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시작한 토요일 새벽 6시  zoom 무료 강연.

매주 토요일 새벽 5시면 일어나서 한복에 왕관을 쓰고 강연 준비를 하느라 부산하게 거실을 오가는 모습에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도대체 왜 저런 모습으로..."

라는 시선으로.




왕관으로도 부족한 지

보라색 가발까지 쓰고는 깔깔거리는 마누라를 어처구니없는 눈으로 바라봅니다.ㅎㅎㅎ




보라색 가발은 샘정의 캐릭터인 '운빨요정'이 보라색 머리거든요.


어느 날 문득 

웹툰 작가가 되겠다며 아이패드를 사달라고 졸라대더니

그림도 무지하게 못그리는데 진짜 웹툰 작가가 되고

이모티콘 작가가 되고

그림 품은 캘리라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더니 

그것으로 책을 내며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사는 것 같은 마누라를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때로는 참아주기도 하고

때로는 응원도 해줍니다.  


연애할 때는 통통 튀고 개성 있고 거침없어 매력 있다고 하더니

결혼을 한 뒤로는 갈등의 원인이 되고 결국은 싸움으로 번지곤 했어요.


남편이 가장 자주 했던 말.

"도대체 그게 왜 하고 싶은데?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샘정이 가장 자주 했던 말

"자기도 하고 싶은 게 있잖아요. 근데 왜 이해를 못해요?"


참으로 많이

참으로 치열하게 싸워댔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우린 이해하기 위해, 이해받기 위해 서로에게 너무 큰 상처를 주었어요.

너무 아팠지만 우린 몰랐던 거죠.


모두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전부 이해받으려는 것도 욕심이라는 것을.


시간이 흘러가면서 

남편의 대사는 바뀌지 않았지만 나의 대사는 바뀌었습니다.


"굳이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그런가 보다... 그게 하고 싶은가 보다..라고 생각해주었으면 해요."


32년 차 부부인 우리.

우린 지금도 너무 많이 다르고

너무 맞지 않아...

"안 맞아 안 맞아."를 수 없이 말하며 살지만

그것으로 인해 싸우지 않습니다.


이해하려 노력하기보다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변한 거죠.


남편은 주말에 텃밭 농사를 지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꿈이라고 합니다.

나는 남편이 나의 꿈을 응원해주기를 바라기에 그의 꿈을 응원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땀범벅이 되면서 들깨 농사를 짓습니다.

 "제발 좀 말려 줘요~~~~"라고 외치면서...ㅎㅎㅎ



수많은 갈등과 싸움으로 우린 불행했습니다.


우린 정말 사랑하긴 했을까.....라는 생각을 수없이 했었지요.

이러려고 결혼을 했나.... 

우린 서로를 아프게 하고 상처 주려고 이러는 걸까....


우린 정말 사랑했고

이러려고 결혼한 건 절대 아니고

서로를 아프게 하고 상처주려 그러는 것이 아니라는 대답을 하면서 방법을 찾고 싶었어요.


우리가 여전히 사랑하고 있고 

<함께> 행복하고 싶다는 거.


그러기 위해서는 변해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해가 먼저가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을.


우리의 변화는 진행 중입니다.

아마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계속되겠지요.


"그게 왜 하고 싶노?"

"재밌잖아요."

"참말로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자기야~~~ 굳이 나를 다 이해하려고 하지 말아요."

"알았다. 하고 싶은 건 해야지 뭐."


"자기야~~ 그게 왜 하고 싶어요?"

"니도 하고 싶은 거 하잖아. 나도 하고 싶어서 한다."

"알겠어요. 하고 싶은 건 해야지요."


오늘 아침 밥상. 

고추잎, 깻잎, 호박잎, 부추, 비트는 모두 농사지은 것들.



먹는 건 잘하지만 

여전히 일은 하기 싫는 샘정.


잘 먹는 마누라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태풍이 지나갔으니 밭이 난리가 났을끼다. 퇴근하는 길에 밭에 가보고 오께."


흐음~~~~ 이해가 가지는 않지만 당신이 하고 싶다면.....

당신 뜻대로 하소서.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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