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기준이 다를 뿐이에요
32년 전, 새댁이었던 샘정이 정말 자주 했던 말입니다.
일요일 아침 밥상을 함께 차렸습니다.
윤스퐁은 압력밥솥에게 밥을 하라고 명하고
냄비에 육수를 내고는
"콩나물국 끼리라."
그리고는 마늘을 깝니다.
여배우는 콩나물국을 끓입니다.
"국에 넣어라."
라며 건네준 마늘 두 쪽.
32년째 초지일관인 윤스퐁.
마늘의 껍질이 깔끔하게 벗겨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새댁 샘정은 화가 났었습니다.
그래서 걸러지지 않는 감정은 말로 내뱉어지곤 했었어요.
그런 아내를 보며 윤스퐁은 이랬었지요.
그렇게 우린 서로의 기준이 옳다며 서로를 비난하고 상처를 주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그가 아닌 내가 달라졌어요.
"감사해요."
라고 말합니다.
마늘 껍질의 벗겨진 상태는 99%. 그의 99%의 수고를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씻으면 바로 벗겨질 1%의 껍질을 문제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아니랍니다.
부부는 이기고 지는 사이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에
어떤 일을 두고 더 이상 이기도 지는 관점에서 생각하지 않게 되었어요.
그래서 분하거나, 억울한 감정도 없지요.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게 된 것은
우리 사이에 어떤 일이 생기면
그를 향하던 시선을 나 자신에게로 향하게 되면서부터입니다.
그는 왜 저럴까????
라는 생각 대신
나는 어떠한가를
먼저 생각하게 된 거지요.
그렇게 내 안으로 향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그에게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어떤 일을 하더라도
나의 수고를 인정하고 고맙다는 말을 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기에
그에게 그렇게 말을 해주게 되었어요.
아주 사소한 마늘 껍질에 우리 사랑이 지면 안 되잖아요.ㅎㅎㅎ
마늘 껍질을 까는 기준은 여전히 서로 다르지만
우린 서로의 수고로움에 감사하며
서로의 기준을 인정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