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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미르 Jan 20. 2016

아니요, 그립지 않습니다.  그래요, 분노합니다.

<3번째 커버곡>

Papaoutai - Stromae




여러분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자신의 잘못이 아닌, 거부할 수 없는 무형의 힘에 의해 잃어본 적이 있는가?

어찌할 수 없는 죽음을 겪었을 때, 당신은 그 사람에 대한 그리움의 감정이 더 강할까 사랑하는 사람을 데려간 사회에 대한 분노가 더 클 것인가?

당신은 더 이상 내 곁에 없는 그 사람을 향해 보고 싶다고 소리칠 것인가, 그 사람을 데려가 버린 그 상황에서 절실하게 찾았던 신이라는 존재를 원망할 것인가?


1994년 4월,  중앙아프리카의 작은 내륙 국가인 르완다에서 인류 역사에서 지울 수 없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당시 정권을 잡고 있던 *후투족은 소수 민족인 *투치족에 대한 말살을 명령하게 된다.

이 사건은 이후, 르완다 대 학살이라 불리게 된다.

이후 약 3개월간 최소 50만명에서 최대 100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참혹한 학살로 인하여 약 40만명의 고아들이 발생하게 된다.

이 곡의 주인공 스트로매(Stromae)도 아버지를 르완다 대 학살에서 잃었다.


*르완다와 부룬디에서 다수민족을 차지하고 있는 부족.

*후투족, 트와족과 함께 중앙아프리카 3대 부족에 속한다.



르완다인 건축가 아버지와 벨기에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스트로매(Stromae)는 15세부터 래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10대 시절 뚜렷한 음악적 성과를 얻지 못한 체 그는 단 한 장의 *EP앨범을 발매한 후 *NRJ라는 지역 라디오 회사에서 일하던 중 발표했던 첫 싱글 'Alors on danse'가 벨기에, 프랑스, 스웨덴 등 유럽 내 다수의 국가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된다.

뒤이어 2011년 2월 그를 전 세계에 알려준 싱글 'Alors on danse'를 수록한 데뷔 앨범 [Cheese]가 발매되며, <MTV Europe Music Awards>와 같은 굵직굵직한 시상식에 노미네이트 및 수상을 하며 음악적 경력을 이어간다.

2013년, 오늘 소개한 곡 'Papaoutai'가 수록된 앨범 [Racine Carree]가 발매되고, 'Papaoutai'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게 된다.

특히, 이 곡은 미국의 유명 아카펠라 그룹 *펜타토닉스(Pentatonix)에 의해 커버되면서 한번 더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된다.


*Extended Play의 줄임말. 일반적인 앨범이라고 보기에는 짧은 싱글판 등을 이르는 말

*프랑스의 라디오 방송국

*미국 NBC 방송국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The Sing-Off Season 3>의 우승팀



이 곡이 발표되었을 때, 세간에는 어린 시절 르완다 대 학살에서 아버지를 잃었던 그의 심경과 경험이 드러난 노래라는 소문이 떠돌았다.

뮤직 비디오 안에서 스트로매(Stromae)가 직접 연기한 표정 없는 인형과 같은 아버지와 어떻게든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한 남자아이의 모습이 담겨있다.

아버지와 같은 피부색, 같은 옷차림을 하고는 있지만, 표정 하나 미동도 없는 그의 아버지를 보며 아이는 끝끝내 울부짖는다.

서러운 외침 이후, 아이도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무표정의 모습으로 아버지와 같이하는 모습을 보며 필자는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그로테스크한 그 느낌 때문일까, 필자는 이 곡에서의 외침이 가슴 깊숙이 사무친 그리움이 아닌, 자신이   그토록이나 보고 싶은 아버지를 데려가버린 현실과 사회에 대한 분노로 다가왔다.

그리움을 바탕으로 한 마음속 깊은 곳 담아두었던 강렬한 감정이라고 보고 싶다.



비극으로 인하여 잃게 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더욱 발전시킨다면 이런 불행을 겪게 한, 그 순간 나의 소중한 이를 지켜주지 못한 신과 같은 존재에 대한 외침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쟁과 학살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그의 아버지의 목숨이 달린 그 상황에서 스트로매(Stromae) 그는 간절히 신을 찾지 않았을까?

어찌 보면, 그는 그리움의 감정을 다른 형식으로 표출시키고 싶지는 않았을까?

자신의 분노를 향하게 할 누군가가 필요하지는 않았을까?

그와 같은 상황에 처해보지 않은 필자는 감히 그의 감정을 이해하기 힘들다.

다만 그의 음악을 통해 조금이나마 느껴보고자 할 뿐이다.


인트로에서 들리는 피아노 선율은 앞으로의 곡 분위기를 미리 맛 보여주듯이 절망감을 품은 듯 하고, 이후 *벌스가 시작되면서 들리는 피아노 멜로디는 우울하지도 그렇다고 밝지도 않은 소리를 들려준다.

하지만, 피아노 멜로디 위에 스트로매(Stromae)의 묵직한 보컬이 벌스 부분의 적막한 분위기를 잡아준다.

비트와 기타 멜로디, 그리고 중간중간 첨가되는 전자음들만 들으면 흡사 다른 일렉트로닉 사운처럼 들릴지 모르겠으나, 스트로매의 목소리는 위에서 여러 번 언급한 그 화가 나고, 분한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고 있다.

이 곡 안에서 스트로매의 보컬은 절대 언성을 높이듯 과한 감정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오히려 적절히 절제된 목소리가 더욱 호소력 있고, 진정한 분노를 더 잘 표현하는 것 같다.

또, "Où tes? Papaoutai?(아버지, 어디 계세요?)"하는 반복적인 가사를 사용하면서 간절함을 더욱 부각하였다고 생각한다.


*코러스의 앞 부분, 절 (Verse)




P.S. 이 곡을 소개해준 소중한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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