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의 물결, 답은 역사에 있다 - 고평석
교양 인문학
저는 어린 시절부터 역사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방대한 역사 속 지식을 통해 혜안을 얻을 수 있다고 방대한 지식을 이해해서 미래를 살피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저는 잘 모르겠더군요. <제4의 물결, 답은 역사에 있다>는 책 제목에서부터 역사로 미래를 진단하는 비결이 숨어 있을 것 같았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과 경험에는 한계가 있죠. 독서와 역사공부의 빅데이터를 통해서 더 많은 데이터베이스를 가져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통찰력이 있어야만 제대로 된 예측으로 연결될 수 있겠죠. 이것은 마치 뉴턴이 사과가 떨어지는 현상을 보고 중력의 개념을 잡은 것과 동일한 것 아닐까요? 결국 저는 그냥 거인의 어깨에 서서 작가의 통찰력으로 미래를 예측하기로 했습니다. 역사를 회귀해 보았을 때 시대는 항상 변해왔고 결국 오래 살아남은 것의 시작과 끝은 인문적 용기였다구요.
• 인문적 용기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임금은 세종입니다. 그는 인문적 용기가 있는 왕이었습니다. 당시엔 어려운 중국의 한자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는 양반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중국에 맞서면 안 된다는 신하들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애민정신으로 백성에게 직접 글을 가르치기 위해서 한글을 창시합니다. 세종이 창안한 훈민정음은 발음과 문자의 연관성이 높은 과학적인 문자로 백성들이 쉽게 글을 읽고 쓸 수 있었습니다. 백성들은 자국의 문자와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자긍심을 고취하고 민족의 정체성을 갖게 됩니다. 한글을 제외하면 지구상 어떤 문자도 소외층이나 하층민을 배려해 만든 경우가 없었다고 합니다.
일론 머스크는 11살에 존재의 위기를 느끼고 삶의 의미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종교, 철학, 공상과학 서적을 넘나들며 고민한 결과 인간의 삶을 바꾸는 질문을 합니다. '왜 사람들은 지구에 살아야 하는 것일까?'에 대한 대답으로 스페이스엑스를 설립하고 우주여행과 화성 식민지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환경을 파괴하면서까지 화석 연료를 사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으로는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와 태양광 발전 회사 솔라시티를 세웠습니다. 화성에서는 산소 없이도 전기차 운행이 가능하고 솔라 시티의 기술력으로 태양광 발전소를 세울 수 있습니다.
위대한 변화는 창의적인 생각, 통찰력, 인문적 용기가 합쳐진 결과물입니다. 창의력, 통찰력이 성과로 이어지려면 과감하게 인간에 대한 고민의 결과를 실행할 인문적 용기가 필요합니다.
• 평판
<거인의 어깨>라는 책을 읽었을 때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도 수소문 기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멕스 카드에서 샐러드 오일을 담보로 창고 증권을 만들었는데 샐러드 오일이 없는 사기를 당하자 아멕스 카드는 책임을 지고 배상금을 지급합니다. 버핏은 그의 단골 스테이크 전문점과 은행 창구에서 사람들이 여전히 아멕스 카드를 사용하는 것을 확인하고 주식을 사들여 원금의 3배 이상을 벌어들였습니다.
대중들이 뿜어내는 사회적 분위기는 답을 알고 있습니다. 종종 선거 결과를 놓고 정치 컨설턴트, 교수, 정치부 기자 등 전문가들의 예측이 큰 오차를 보이고 고깃집에 모인 직장인들이 떠들썩하게 이야기한 예측이 결과에 더 가까운 경우가 있습니다. 2016년 미국 대선에도 유수의 언론사들이 예측한 전망을 빗나갔습니다. 힐러리 클린턴은 당선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당시 대중들이 사용하던 SNS 빅데이터 분석에서는 도널드 트럼프의 우세를 점쳤습니다.
인문학적 생각은 대중의 좋은 평판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때로는 새로운 기술이 세상에 나오더라도 개발자조차 결과물에 어떤 의미가 담겼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미를 부여할 수 있고 시대성을 담고 있어야 대중의 공감을 얻고 진정한 대표가 될 수 있습니다.
• 거품
2000년대에 IT버블이 있었습니다. 수많은 거품이 터질 때 의심받던 기업들 중 몇몇은 지금도 살아남아 IT 업계를 호령합니다. 아마존이 대표적입니다. 초창기에는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해 불안하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아마존은 많은 기업이 사라질 때 꾸준히 성장하며 자생모델을 만들었습니다. 전자상거래 시장, 전자책 시장, 클라우드 시장까지 진출하며 스스로 거품이 아님을 증명했습니다. 특히 2006년 시작된 클라우드 서비스인 AWS는 성수기 시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서버가 놀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서버 임대 사업을 시작한 것입니다. 아마존의 뛰어난 사업 기회 포착 능력을 알 수 있습니다.
잠시 주목받다가 사라지길 원하지 않는다면 특히 인문적 용기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인간은 이제 기계와 대결해야 합니다. 인공지능과 로봇은 스스로 인문적인 질문을 던지고 답을 할 수 없습니다. 평범한 사람들도 이제는 자신의 삶과 일 속에서 파격을 만들어내고 전격적인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최근 부암동의 석파정에 다녀왔습니다. 가을의 아름다운 단풍을 즐길 수 있는 과거 흥선대원군의 별장이라더군요. 그런데 그곳에는 2012년에 경주에서 가져온 통일신라 시대의 삼층석탑이 있었어요. 삼층석탑에는 과거 현재 미래에 부처가 사는 이상향을 염원하고 있습니다. 조선시대의 건축양식과도 어우러지는 소박하지만 천년을 훌쩍 넘는 바위 같은 굳건한 믿음이 아름답고 인상 깊었습니다.
좋은 세상을 위한 용기가 창의력에 기여하고 깊은 생각을 하게 하고 후대의 기억에 남는 진짜가 된다는 사실을 역사가 보장한다고 합니다. 권력은 잠깐이지만 역사는 기억하고 평가하기 때문이겠죠. 보이지는 않지만 더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믿음과 용기를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