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미래를 건 승부사 - 곽정수
경제경영
25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계엄령, 무안 참사 등의 이슈로 새해는 조용하게 시작했습니다. 희망찬 소식보단 어두운 소식이 자욱한 25년에 미래를 걱정하면서 <서정진, 미래를 건 승부사>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 어려움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개인은 매우 똑똑한 사람이자 역경도 많았던 사람입니다.
어린 시절 그의 형편은 좋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아버지는 연탄장사, 쌀장사, 방앗간 장사를 했으며 서울 구파발의 기자촌에서 생활했습니다. 1972년 유신 체제가 시작되면서 언론통제가 심했고 많은 언론인들이 강제 해직되었습니다. 아버지가 멋모르고 기자촌에 가는 바람에 어린 시절을 기자들과 어울려 지냈습니다.
성인이 되고 첫 직장으로 삼성전기 비서실에서 일했고 같은 비서실 출신 손병두 부회장이 불러 한국생산성본부로 이직합니다. 그곳에서 대우차가 생산성본부에 컨설팅을 맡깁니다. (1978년 대우가 새한자동차를 GM으로부터 인수) 대우자동차는 당시 자동차 생산량이 20만 대였고 차종 개발비 3,000억 원을 나눠보면 1대당 개발비가 150만 원이었습니다. 차를 판매해도 개발비도 벌 수 없었습니다. 그는 대안으로 동유럽이 개방되니 회사를 인수해 생산량을 200만대로 늘리면 개발비가 15만 원으로 낮춰진다고 조언합니다. 대우 김우중 회장 눈에 띈 서정진 회장은 대우자동차 임원으로 스카웃됩니다.
IMF 외환위기 후 서정진 회장은 퇴사를 하고 45세(2000년)에 다섯 명의 후배와 5,000만 원으로 창업을 합니다. 처음 모여서 토의한 것이 무엇을 할 것인가였습니다. 서정진은 인천 연수구청의 벤처센터에서 넥솔을 설립하고 시행착오를 거듭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도전은 부도 위기를 맞았고 은행 대출이 막힌 그는 자살까지 결심합니다. 제삿날이 쉬워야 한다며 공휴일, 1일, 15일, 30일로 날짜를 정하고 경기도 양수리에서 차를 타고 물에 빠지기로 합니다. 계획대로 양수리에서 물에 빠지려고 가드레일을 박았는데 자신도 모르게 급브레이크를 밟습니다. 근데 하필 트럭이 중앙선을 침범하면서 예상에도 없던 교통사고를 당할 뻔합니다. 그는 교통사고로는 죽기는 싫어서 오늘 일진이 나쁘다고 자살시도를 15일 늦춥니다. 그 기간 동안 가족과 직원들에게 진짜 미안하고 고맙다고 합니다.
• 행운
15라는 숫자는 서정진 회장에게 행운의 숫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계획에도 없던 15일을 더 사는 동안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그가 죽을 이유가 다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죽어도 대출을 안 해주겠다던 은행에서 서류를 다시 가져오라고 하고 직원들은 회장님 힘내라고 하고 애들은 아버지를 응원했죠. 감사하다는 그 말밖에 안 했는데 모든 게 바뀌어 있었습니다. 서정진 회장은 자기 실력만으로는 안된다고 성공하고 싶으면 하루에 10명한테 미안하고 고맙다고 진심으로 말하라고 합니다. 그러면 성공할 것이란 것을 인생을 통해 배웠습니다.
어느 날은 김형기 셀트리온 부회장이 내일까지 15억 원을 구하지 못하면 회사가 부도난다고 보고했습니다. 서회장은 문득 친구가 치과병원을 짓는다고 아버지에게 돈을 받았다는 얘기가 생각났습니다. 전화를 걸어 친구에게 물었더니 친구는 아직 병원을 짓지 않았습니다. 무조건 돈을 보내달라는 강요에 친구는 차용증도 없이 15억 원을 빌려줍니다. 그리곤 반년이 지났을까 그 친구의 부친께 전화가 왔습니다. 싫은 소리 한마디 않으시고 유용하게 돈을 썼냐며 물으실 때 서회장은 덕분에 부도는 안 났다고 했습니다. 기품 있는 집안이었는지 아버지는 우리 집안이 이제 너에게 달렸다고 하셨습니다. 이후 돈이 없으니 친구에게 15억 원 대신 셀트리온 주식을 30만 주 정도로 갚았습니다. 2020년 기준으로 그 주식은 1,000억 원 정도로 불게 되었습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셀트리온 사업 초창기에는 계속 투자를 함에도 매출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서회장은 교회에 가서 첫 매출이 나오면 전액을 기부하겠다고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15억 원이 매출로 찍힌 것입니다. 하나님하고 약속을 했는데 약속을 어기자니 찜찜해서 그 돈으로 셀트리온 복지재단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복지재단은 인천, 충북, 충주의 복지담당 공무원, 경찰, 선생님이 어려운 일이 있다고 하면 24시간 안에 돕는 식입니다. 그런데 도와달라는 공무원이 별로 없어서 1년에 30억 이상을 쓰기도 어렵다네요.
• 과거-현재-미래
서정진 회장의 과거, 현재, 미래는 하나의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서회장은 자신의 과거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교훈을 마음에 새기고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역사에 해박합니다. (특히 세계사는 상대 나라를 칭찬하는 용도로 비즈니스에서 점수 따기 위해 곧잘 이용합니다.)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가 만든 <자전차왕 엄복동>은 결손액이 80억이 났지만 영화가 국민을 재교육한다며 좋은 뜻으로 제작했습니다. 1945년 해방 후 맥아더가 이승만에게 정부를 만들라고 했고 1950년 남북전쟁이 터지면서 장군을 찾으니 일본군에 있던 친일파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들은 자신의 족적을 지우려고 독립투사 후손들을 빨갱이로 몰아 죽이는 사건들이 무수히 일어납니다.
현재 그는 좋은 사람 되기를 강조합니다.
'내가 확실히 아는 것은 사업은 저 혼자 똑똑해서는 절대 성공 못하고 옆에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사람들이 믿어줘야 한다. 젊은이들에게 실력을 스스로 갖추라고 말한다. 또 학교에서 안 가르쳐 주는 게 있는데 좋은 사람이 되라는 거다. 그래야 복을 받을 수 있다.'
'비즈니스를 하면서 더 중요한 것은 수치(실적)보다는 명분이다. 명분을 쫓아보면 이익이 자연히 따라오고 수치를 쫓다 보면 고객과 사업 파트너를 모두 잃는다.'
셀트리온은 2012년 전 세계 최초의 바이오시밀러(특허가 끝난 바이오 의약품을 모방해 만든 복제약) 항체치료제 램시마와 유방암 치료제 허쥬마,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를 연이어 개발했습니다. 바이오산업 불모지인 한국에서 기적 같은 일입니다. 그는 한국인의 저력을 믿고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서회장은 셀트리온이라는 배의 선장으로서 20년의 항해를 함께 한 고별인사를 하면서 매일 미래를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을 습관으로 체득하라고 합니다. 지속적으로 성장하여 미래 생존 가능성을 높이라고 합니다. 대주주의 역할은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며 사업이 연속성을 가지려면 미래 투자를 계속해야 하는데 이것은 오너의 역할이라고 합니다. 전문경영인이 미래 투자를 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책을 읽으며 당신은 당신 영혼의 선장이 될 수 있다는 티모시 샬라메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어두운 현실 속에서 이불속에 누워만 있을 것이 아니라 미래의 나를 위해 주인 의식을 가지고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소설 모비딕에 나오는 선원들의 인생을 망치는 나쁜 선장이 아니라 서정진 회장님 말처럼 나를 돕고 남을 돕는 감사가 넘치고 행운이 넘치는 좋은 항해를 하고 싶다 소망했습니다. 운명의 파도에만 나를 맡기지 않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보는 인생을 희망하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