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남한산성 여행> - 황윤

역사

by 비빔독서

지난주, 세계 지식포럼 개막식에서 쥐스탱 트리도 캐나다 전 총리는 국방에서부터 인공지능까지 신냉전주의 충격을 극복하는 힘으로 회복탄력성을 꼽았습니다. 회복탄력성이 크면 위기에서 빠져나와 제 자리를 찾고 더 강해지는 추진력을 얻습니다. 개방성, 공동체 의식, 위기에 맞설 수 있는 자신감은 회복탄력성을 구성하는 요소입니다. 사람들은 개개인에게 집중할 때 회복탄력성이 붙고 그런 개개인이 고립되지 않고 공동체 속에서 연결되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합니다.


일상이 고고학 ○ 나 혼자 남한산성 여행 ● 에서는 비슷한 위기에 놓인 두 왕이 등장합니다. 한 왕은 회복탄력성을 발휘해 마지막엔 개성에서 적을 고립시켰고, 다른 왕은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남한 산성에서 적에게 고립되고 말았습니다.




• 비슷했던 두 왕


고려의 현종 조선의 인조 시대적 배경이 유사했습니다.


당시 고려 송나라와 가까웠고 거란의 요나라는 이를 견제하기 위해 고려를 침입합니다. 마찬가지로 명나라는 임진왜란 때 조선을 도와줄 정도로 가까워서 후금(이후에 청나라)은 두 나라 관계를 끊어놓기 위해 조선을 침입합니다. 최초에는 이들 두 왕 다 항복하지 않았고 국교만 맺고 전쟁이 끝났습니다. (1010 거란 2차 침입, 1627 정묘호란)


두 번째 유사성은 두 왕은 모두 쿠데타로 왕이 된 것입니다.

현종은 강조라는 신하의 정변으로 왕이 되었고,

인조는 인조반정으로 광해군을 폐위하고 왕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 믿음


현종은 왕위에 오른 지 1년 만에 전쟁이 발생해 나주까지 피난을 갔습니다. 피난길에서 지방 호족은 왕인 현종을 위협하거나 길을 막는 등 힘들게 합니다. 전쟁이 끝나자 현종은 전사자들의 제사를 지내고 국가의 유족에 대한 책임을 보여줍니다. 반면 피난길에서 현종을 위협했던 지방호족들을 유배 보내 버립니다. 이로 인해 왕과 신하 백성 간의 신뢰감이 생겼습니다. 특히 강감찬 장군에게 고려군의 전권을 맡기는 등 믿음을 바탕으로 한 정치를 합니다.


인조는 자신이 쿠데타로 왕이 되었기 때문에 가까운 전쟁,

임진왜란의 경험이 있는 장군들에게도 병사를 주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장군들을 믿지 못했기 때문일 겁니다. 다만 중앙군만 정비하였습니다.




• 철저한 대비


현종은 전쟁을 예측하고 철저하게 대비합니다.

매년 9월 무예 시험과 열병식을 치르고 왕이 직접 참여했으며 개성과 한양성을 쌓는 등 국방력을 강화합니다. 또한 거란에 첩보원을 보내 최신의 정보를 확보합니다.


인조도 전쟁을 예상하고 남한산성을 개축했습니다.

하지만 적을 오랑캐라고 무시하고 중앙군만 편성하였으며

병사의 수도 제대로 채우지 못한 채 훈련까지 미흡했습니다.

당시에 청의 홍이포라는 사정거리가 2Km가 되는 대포에 대한 대비책도 없었습니다.




• 선견지명


전쟁이 발발하자 리더의 선견지명은 극명하게 차이가 납니다. 요나라와 명나라 모두 아주 빠른 속도로 국경까지 빠르게 쫓아옵니다.


현종은 적들이 몸을 가볍게 하고 현지에서 물자를 구할 것을 간파하고 개성의 집과 논밭을 태운 뒤 개성에서 나라를 지킵니다. 이후 보급이 끊긴 요나라의 10만 군을 강감찬의 20만 고려군이 배후에서 공격해 고려는 대승하게 됩니다. (1019 귀주대첩 )


인조는 전쟁 소식도 뒤늦게 접해 부랴부랴 남한산성으로 피난 갑니다.

중앙군은 전부 집결도 못하고 1만 2천의 병력으로 남한 산성에 들어갑니다. 그동안 청나라는 한양을 장악하고 물자를 공급받습니다. 더 최악인 것은 홍타이지가(청 황제) 직접 남한산성을 포위하고 한봉이라는 높은 산봉우리에서 홍이포로(2Km까지 포격) 남한산성을 내려다보며 폭격했다는 것입니다. 천혜의 요새도 신무기에 버티지 못했습니다. 45일간 버티던 인조는 결국 삼전도에서 항복 의식을 치릅니다. (1636 병자호란)




• 회복탄력성


살다 보니 지금껏 쌓아 올린 노력을 포격할 만한 위기가 닥칠 때가 있더군요. 잠시 도망갈 수는 있지만 두려움과 불안감은 끝까지 쫓아다니게 됩니다. 이대로 고립되지 않으려면 다음번에는 당하지 않게 다른 방법으로 준비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근거 있는 자신감이 불안감을 쫓더라고요.


두려움에 고립될 것인가? 두려움을 고립시킬 것인가? 현종과 인조를 통해 나름대로의 답을 찾으시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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