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침수에도 도서관은 연다

사서일기_20250924_입사 349일차

by 천유

장마는 끝이 났고 밤이 되면 제법 선선한 것이 이제 가을이다 싶은데, 또 비가 온다.


올해는 유난히 비가 많이 오는 것 같다.


더웠다 서늘했다 사우나 같았다 비가 왔다, 날씨가 널을 뛰니 사람들의 감정도 널이 뛰는지 사나워진 사람들이 무서워지는 날들이다.


올해는 폭우도 많았던 것 같다. 집에서 보면 그냥 '아, 비가 많이 오네' 정도지만 심각한 상황이 많았다.


그날도 그랬다.


도로가 물에 잠기고 상가로, 집으로 물이 쏟아져 들어와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재난 상황이 펼쳐질 때도 있었다.


출근할 때는 비가 소강상태여서 다행이다 하면서 도서관에 도착했더니 입구에 모래주머니가 쌓여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오전 폭우로 벌어진 일이었다. 갑자기 퍼붓는 비로 주차장이 잠길 뻔하고 도서관 입구로도 물이 들이쳐 물바다가 되어 급하게 모래주머니를 내와 입구에 쌓고 물을 퍼냈단다.


주차장이 잠길 위기라 주차한 차를 빼라고 방송했는데 이용자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폭우 속에서도 도서관에 오는 사람이 있다뉘... 게다가 오픈 전에 줄을 섰단다... 폭우를 뚫고 도서관 오픈 런...). 두 번, 세 번, 네 번을 해도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 다섯 번 방송을 하니 그제야 하나둘씩 엉덩이를 떼더란다. 다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어리둥절하고, 설마 물에 잠기겠어 했나보다. 하지만 사고는 순식간이다.


오후 들어 비가 그치자 와우 이용자가 그야말로 물밀듯이 들이닥쳤다.


아, 반가워라...

이런 날엔 집에서 쉬시지... 싶었지만,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비바람이 몰아쳐도 도서관은 문을 여니까.


사람들은, 그리고 도서관에서 근무하기 전까지 나도, 도서관은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안전해야 한다는 믿음이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 도서관 직원들은 정말 열심히 노력한다. 누군가의 눈에는 부족해 보일 수 있겠지만 정말 상상도 못 할 만큼 신경 써서 꼼꼼하게 대비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도서관이 그다지 안전하지 않게 느껴진다. 내가 다른 사람보다 예민해서 그럴 수도 있고, 이용자일 때와 근무자일 때의 입장이 달라서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도 어린이실에 애를 혼자 두고 본인 생각엔 '잠깐' 밖에서 볼 일을 보고 오는 보호자가 이해가 안 되고(도서관 직원은 본인 자녀의 전담 돌봄이가 아니다. 애가 혼자 도서관 밖으로 나가면 어쩌려고.)


애를 풀어놓고 휴대전화 삼매경인 것도 이해가 안 되며(안전 장비를 갖추고 온갖 대비를 다해도 위험한 구석은 있게 마련이다. 막말로 어린이 동화책은 하드커버일 경우가 많은데 그거 발등에 떨어지면 재수 없으면 뼈가 부러질 수도 있다.)


자료실 책상에 컴퓨터와 패드, 휴대전화와 지갑을 놓고 장시간 자리를 비우는 것도 이해가 안 되고(일단 좌석 점유 노노, 소지품 관리도 본인이 해야 한다, 분실하면 책임 안 진다.)


규정에 따라 안 된다고 하는데 왜 안 되냐고 생떼를 쓰는 것도 이해가 안 되고(저기는 되는데 여기는 왜 안 되느냐? 는 유형이 제일 많은데 그럼 거기 가세요,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온다.)


사서에게 왜 책을 보고 있냐는 것은 정말로 이해가 안 되며(저기 보이는 큐레이션은 대체 누가 언제 한다고 생각하세요?)


이용자 응대하는 자료실에서 사서더러 조용히 하라는 것은 더더욱 이해가 안 된다(그럼 저쪽에 있는 학습열람실, 자습실에 가세요, 아님 집에 가시 거나요.).


(아놔, 이야기가 '안전'에서 '이해가 안 되는 것들'로 새 버렸다.)


문득, 어떤 천재지변이 있어야 도서관이 문을 닫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집에 갇혔을 때도 도서관은 완전 개방은 하지 않았어도 책은 대출했다고 한다. 대단하다!!(물론 아예 문을 닫았던 곳도 있었다.)


어쨌든, 도서관은 정말 역병이 돌거나 천재지변으로 도서관 건물이 무너지지 않는 한 늘 그 자리에서 정해진 시간에 문을 연다. 그리고 직원들은 이용자의 쾌적하고 안전한 이용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심심할 때, 더울 때, 추울 때, 도서관은 언제나 열려 있으니 놀러 오시라, 단 예의는 챙겨서!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도 곱다!

(눈눈이이! 나도 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새 무인대출반납기가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