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새요

사서일기_20250916_입사 341일차

by 천유

비가 온다.

폭우다.

테라스에 내놨던 필사 책상을 서둘러 실내로 철수하고, 대여용 우산을 내놨다.


올 여름, 비가 올 때 마다, 아니 비가 온다는 예보만 있어도 도서관 직원들은 비상이 걸렸다. 도서관 창문 사이로 비가 샜기 때문이다.


개관일을 앞두고 대대적인 행사 준비로 바쁜 한편으로는 여기 고치면 저기, 저기 고치면 또 저저기가 고장나 수리, 보수를 하는 일이 이어졌다.


덕분에 시설 담당 직원과 도서관의 '맥가이버'(이거 알면 연식 나온다. 하하하) 선생님이 연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일이 늘었다.


장마철, 비가 쏟아지면 한 면이 온통 창인 곳에서 물길이 생겨 도서관 내로 줄줄줄 흘러 들어왔다. 급한 대로 실로 물길을 내어 아래에 물통을 대고, 신문을 깔고, 책상과 서가 등을 옮기고, 안내문을 붙이고 어수선하기만 하면서도, 헛웃음이 나기도 했다.


이것도 세월의 무게인 건가?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몸이 늙어가듯, 도서관 건물도 연식이 오래되면 여기저기 고장이 난다.


규모가 큰 도서관인 경우 시설 관리직, 행정직, 전산직, 사서직 등이 나뉘어 있지만, 규모가 작은 이곳은 남자 사서 선생님이 자료실 업무와 다른 업무는 물론 시설까지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올 여름 이 선생님이 딱할 정도로 매우매우 바빴다.


비 예보만 있으면 착착착 물 샘 대비를 하는 선생님들의 모습도 웃펐지만, 그 소란 속에서도 불평 한 마디 안하는 이용자들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맨날 악성 민원인 이야기만 해서 도서관엔 이상한 사람 천지인가 싶겠지만, 그렇지만도 않다(절대로 아니라는 말은 못한다.).


도서관 애용자의 8-90%는 선량하고, 무던하다. 조용히 시설을 잘 이용하고 가는 사람은 직원의 눈에 잘 띄지 않을 뿐이다.


비오는 날 도서관 창가에 앉아서 유리벽을 타고 흐르는 빗줄기를 보며 책을 읽는 건 참 낭만적인 일이다(비가 새건 말건). 향긋한 커피 한 잔 곁들이면 이보다 더 좋은 게 어디에 있겠는가.


비가 올 때마다 선생님들이 임기 응변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방수 공사를 하기로 했다.


방수 공사는 여기를 하면 저쪽이 새고, 저쪽을 하면 또 저저쪽이 새는 일을 다시 반복하다 무사히 끝났다.


하하하. 개관 이후 처음으로 지하주차장에 물이 들어와 차를 빼는 소동이 벌어진 여름 장마는 끝이 난 것 같지만, 내년에는 어떨지 모르겠다.


늘 그렇듯이 선생님들이 잘 해결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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