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일기_20250915_입사 340일차
어린이 자료실에 있다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부모가 좋아하는 책과 아이가 좋아하는 책이 다르다는 점이다.
사내아이들은 토마스 기차 같은 얼굴이 있는 물건(?)들을 좋아하다가 열이면 예닐곱은 자동차와 탈것, 공룡과 곤충으로 넘어갔다가 온갖 학습만화(부모님들이 그나마 허락하는)로 발전했다가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이 되면 책을 딱! 끊는다.
여자아이들은 남자아이들에 비하면 경향성이 두드러지지 않는 것 같다(물론 온갖 공주들과 동화를 섭렵한다.).
그 중 제일 인기가 많은 책은 뭐니뭐니해도 흔한남매 시리즈다. 도서관 마다 다르겠지만 흔한남매는 그냥 흔한남매 시리즈로 시작해 과학, 우리말, 여행까지 세계관을 확장하고 있다.(하도 흔한남매 흔한남매 노래를 불러서 몸서리를 칠 정도다.)
학습만화 시리즈도 빼놓을 수 없다. 학습만화의 고전인 마법천자문은 좀 잠잠해졌고 설민석의 한국사 시리즈와 세계사 시리즈, 고고 카카오 시리즈, 묻지마 과학 등 스테디셀러는 물론 요즘에는 정재승 박사는 물론 김영하 작가까지 시리즈물에 발을 들여놓았다. 학습도서의 고전 중의 고전 WHY 시리즈와 WHO 시리즈도 책이 너덜너덜해지도록 많이 읽힌다.
아이들은 방귀나 똥 같은 것을 왜 그리 좋아하는지, 제목에 방귀나 똥이 들어가면 부모님들은 질색하는데 아이들한테는 인기 폭발이다.
부모님들은 어린이용 고전이나 소설, 인문학 도서를 권하지만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만화 같은 재미 있는 책을 찾는다.
옆에서 보는 나는, 그래도 부모님 따라서 도서관에 오는 게 어디야, 책을 읽는 게 어디인가 싶지만 부모의 입장에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그림책을 다 사서 읽힐수는 없으니 도서관에서 양껏 빌려가는 것은 좋은데 때로는 저걸 다 읽을 수나 있을까 싶게 자주, 많이 빌려가는 부모님을 보면 좀 의아하기도 하다.
애가 뭘 좋아할지 모르니 다 준비한다는 자세인 것 같다. 많이 보여주는 것도 좋고 주변에 늘 책이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도 좋다.
그런데 아이가 특히 좋아하는 책은 곁에 두고 여러 번 읽어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런 책들은 구입을 해서 집에 두고 읽어주는 게 좋을 것도 같고.
오늘도 아이는 "엄마 나 이 책 빌려갈래" 하고 엄마는 "그건 여기서 빨리 보고 딴 책 빌려가" 하면서 글자가 많고 애들 기준 딱딱한 내용의 책을 제안하며 옥신각신하는 모습을 본다.
엄마는 속이 터지겠지만, 나는 그 모습도 흐뭇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