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벨을 설치하다

사서일기_20251028_입사 383일차

by 천유

각 자료실에 비상벨을 설치했다.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안 되겠지만,

진짜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비상벨 따위가 무슨 소용이 있겠냐마는,

직원들에겐 그나마 심리적 안도감을 주고,

사업주?에게는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했다는 위안을 주며,

잠재 위험 요소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있겠지? 있어야 할, 것이다...)


내가 개관연장 사서로 일하고 있지만 나는 도서관이 밤 10시까지나 문을 여는 것에 반대한다.

누군가는 이용자의 편의 제고라고 하고, 누군가는 일자리 창출이라고 하지만, 안전 측면에서 보면 절대 찬성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밤거리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하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이고 밤 문화가 발달했다는 것이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녁 8시가 최대가 아닐까 하지만, "퇴근하고 가면 8시가 넘는데 직장인은 이용하지 말라는 건가요?"라는 민원에 시달리는 도서관도 있고(그래도 꿋꿋이 버티고 있는 것으로 안다. 꺾이지 마시라, 화이팅!), 백 번 양보해도 밤 9시 이후까지 문을 여는 것은 노동력 착취이자 자원 낭비라고 본다.


밤이 되어도 집으로 가지 않는 사람들... 물론 각자의 사연과 이유가 있을 것이다. 미래를 위해 공부를 하는 것일 수도, 집 앞 산책을 나왔다 들른 것일 수도, 심심해서 책이나 볼까 하고 방문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9시 이후까지는 솔직히 오버 아닌가? 일찍 일찍 들어가 씻고 하루를 마무리하지 않고 뭐 하는 것인가 싶다.


사람들은 도서관이 매우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기대한다. 하지만 근무자가 보기엔 위험 요소가 많다. 시설물 관리에 최선을 다해도 안전사고는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알 수 없는 것이라 이용자도 조심을 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특이 어린이실에서 아이를 '풀어놓고' 휴대전화만 들여다보거나 심지어 아이만 놓고 볼 일을 보러 나가는 보호자를 볼 때면 식은땀이 절로 난다.


그리고 사람, 사람이 제일 무섭다. 도서관은 다양한 이용자가 찾는 공공시설이기에 오는 사람을 '막을 수 없다'. 도서관 직원은 여성이 많고, 연령층도 낮은 경우가 많다. 늦은 밤, 여성 두 명이 도서관을 지킬 때가 많은데 솔직히 무섭다. 예전에 다니던 도서관은 학습열람실과 도서관 건물이 따로 있었고 주말에는 도서관은 오후 6시까지만 운영하고 학습열람실은 10시까지 운영하면서 학습열람실 담당자는 한 명이었다. 그것도 여성 혼자. 혼자서 4층 건물을 담당하는 것은 이용자 응대와 마감 난이도도 높지만 공포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실제로 도서관 직원이 이용자 때문에 다치는 상해 사건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여성 직원을 상대로 한 성희롱이나 스토킹 범죄도 종종 발생하고. 자기는 농담이라고 던지는 말이 상대에겐 위협이나 성희롱이 될 수 있다는 인식 자체가 없는 사람도 많다. 아직도 '친절'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 '덕분에' 직원들은 '잣' 같은 요구도 '친절'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너 때문에 내가 기분이 많이 상했어'라는 민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남성 직원이 그랬다. 처음엔 몰랐는데 한두 해 근무해 보니 자기는 이용자에게 욕을 먹은 적도, 화내는 이용자를 만난 적이 없다면서 유독 젊은 여성 직원에게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여성 직원에게는 온갖 짜증을 다 내다가도 남성 직원이 오면 꼬리를 내리는 사람들... (이러니 내가 인간을 좋아할 수가 없다.) 나는 아직 경지에 오르지 못해 그들을 긍휼히 여기지 못한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라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일자리 창출이나 이용자 편의 제고가 꼭 이렇게 이뤄져야 할까? 저녁에 일찍 귀가하는 문화를 정착시키면 안 될까? 밤 문화 때문에 발생하는 사건 사고 처리 비용 및 부작용과 창출되는 경제 효과를 비교하면 어떤 게 더 많을까? (뭐, 경제 효과라고 하겠지...)


비상벨 하나로 생각이 많아지는 하루다.



뱀발: 비상벨 없는 도서관도 많고, 비상벨은 커녕 CCTV조차 없는 도서관도 있다. 그때의 충격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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