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일기_20251224_입사 440일차
그녀들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여름이었다.
늦은 밤, 퇴근 후 버스에서 내리면 맞은편 정류장 벤치에 아줌마 두 분이 앉아계셨다.
어디를 가시느라 버스를 기다리시는 건지, 밤마실을 나왔다가 잠깐 앉아서 쉬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버스에서 내려 횡단보도를 건너면 바로 단지로 들어가는 길이었기 때문에 내가 그분들을 보는 시간은 길어야 2-3분에 불과했다. 게다가 시력이 안 좋아서 그분들의 생김새나 나이대도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매일 앉아계시니 반갑기도 하고 대체 뭐 하는 분들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한여름이 지나고, 은행 잎이 노랗게 물드는 가을이 찾아왔다. 구린내는 풍겨도 타닥타닥 밟는 재미가 있는 은행이 쏟아지고 은행 잎이 우수수 떨어지는 동안에도 두 분은 늘 그 시간, 그 자리에 있었다.
나와 그분들은 이렇다 할 접접이 없었다. 나는 늘 비슷한 시간대에 횡단보도를 건너 지나갔고, 그분들은 늘 그 자리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버스에서 내리면 습관처럼 건너편 버스 정류장 벤치를 쳐다보았다.
두 분이 안 보이면 '엇, 오늘은 안 계시네' 하고 지나칠 뿐이었다.
하하, 이렇게 밑밥을 깔면 두 분의 정체라던가, 나와 무슨 일이 있던가, 뭔가 사건이 일어나야 하건만, 가을이 가고 겨울이 왔어도 두 분과 나 사이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두 분의 정체는 여전히 모르고.
그러나 겨울이 되어 날이 추워져서일까? 어느 날부터 두 분이 보이는 날보다 안 보이는 날이 많아졌다.
그래서 혼자 추측해 보는 거다, 역시 두 분은 밤 산책을 하다가 벤치에 앉아 잠시 담소를 나누는 거라고.
생김새는 자세히 보지 못했지만 멀리서 본 실루엣이 두 분의 체형이나 머리 스타일이 비슷했던 것으로 봐서 자매가 아니었을까 혼자 생각할 뿐.
일 년이 넘는 도서관 근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이 두 분이었다.
바닥난 인류애를 더 소진시키는 이용자가 아니라.
그냥 퇴근길 버스 정류장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평화로워 보였다.
그 모습이 피곤한 하루가 끝났다는 마침표 같았고, 그냥 위로가 되었다.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주던 두 분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성실하게(?) 도서관을 이용해 준 이용자들도
오늘 만큼은 모두 평안하시길...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