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나를 사랑하는 연습은, 아주 작은 집안일부터

스토아철학으로 돌아본 자기사랑의 여정

by 천구

내가 나를 구한 이야기

#2. 나를 사랑하는 연습은, 아주 작은 집안일부터 시작됐다


나를 미워하던 나는

나에게 참 모질게도 대했다


햇빛도 들지 않는 방, 어질러진 옷가지들,

컵라면을 먹으며 끼니를 때웠다.

나는 알바하러 나갈 때만 씻었다

집은 점점 내가 갇힌 감옥처럼 변해갔다.


나는 나를 그렇게 방치했다.

내가 싫었고, 귀찮았고, 어떻게 해도 행복해질 것 같지 않았다.


그 무렵, 첫사랑을 시작했다.

웃게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무미건조한 내 일상 속에 구원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 사람에게 모든 관심과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좋아하는 케이크 한 조각도 아까워하던 내가

그에게는 홀케이크를 선물하고, 그를 위해 요리를 해주고, 그의 집을 청소해 줬다


나는 그를 돌보면서, 드디어 삶을 조금씩 살아내는 기분이 들었다.


첫사랑이 끝나고서야

나는 나에게 남은 것을 돌아보게 됐다.

어두운 방, 어질러진 옷가지, 지저분한 이불...


처음엔 오기와 작은 복수심으로 시작했다.

네게 주던 사랑을 나에게로 옮기겠노라고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먹고,

이불을 털어 햇살 아래 널고,

커튼을 열어 방 안에 빛을 들였다.

하루에 한 가지씩, 나에게 작은 선물을 주었다.

케이크 한 조각, 깨끗한 침대, 따뜻한 밥 한 끼.

그런데 이상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기꺼이 했던 일들이,

나를 위해서는 왜 이렇게 귀찮고 어색할까.

그를 위해선 5시간 요리하는 것도 즐거웠는데

나를 위해선 계란 한판 사는 것도 귀찮았다

나를 위해 돈을 쓰는 게 아까웠다.

나를 위해 시간을 쓰는 게 낯설었다.


그래도

매일 작은 것 하나라도 나를 위해 했다

작은 것들이 변했다.

집에 들어오는 게 기분이 좋았다.

거울을 보기 시작했다

건강한 음식을 찾게 되었다


예전 같으면

'왜 이렇게 못하냐'며 나를 깎아내렸겠지만,

이제는 이렇게 말할 수 있었다.


"괜찮아. 오늘도 수고했어."


나를 사랑한다는 건,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만으로 되지 않는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 사람을 위해 시간을 쓰고, 선물을 고르고,

작은 웃음을 만들어주려 애쓰는 것처럼,

나에게도 그렇게 해야 했다.


나를 사랑할 수 있었던 건,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작은 노력이었다


사랑은 먼 데 있는 게 아니었다.

집안일처럼 사소하고,

케이크 한 조각처럼 소박한 것들 속에 있었다.


나는 나를 돌보면서, 드디어 삶을 살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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