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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정 Dec 03. 2020

약선연구소 집밥 전도사 이혜정

100세 커리어 아이템 발견해나가기

집밥 경력 10년

  나는 결혼을 하면서부터 남편 밥을 늘 챙겨줬다. 올해가 결혼 11년 차니 집밥 경력 10년이 넘었다. 흔히들 남편들이 퇴직하면 집에서 삼시세끼 꼬박꼬박 챙겨 먹는 다고  '삼식이'라고 부른다. 본의 아니게 집에서 일하던 남편은 내가 해준 밥을 즐겨 먹었다. 정확히는 집밥 아니면 잘 안 먹는 스타일이다. 결혼 후 풍족하게 지냈던 우리 삼식이 가족은 외식도 많이 했지만 그래도 집에서 늘 2끼 이상은 매일 챙겨 먹었다.  그런데 주변에 물어보니 결혼 후에 남편들이 아침 일찍 밥도 안 먹고 출근하고 심지어 저녁까지 밖에서 먹고 들어온다는 했다. 그래서인지 남편이 집에 있는 날에는 삼시 세끼 차려주는 게 그렇게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10년 넘게 집밥을 하면서도 싫증이 나질 않았다. 그 이유는 내가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고 먹는 것도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애플의 CEO였던 스티브 잡스도 이런 말을 했다. '멋진 일을 해내려면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해야 한다. 아직 그런 일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계속 찾아 나서야 한다’. 무엇이든 내가 좋아하는 일이면, 그리고 그 일이 즐겁다면 10년을 해도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집밥이라는 즐거운 일을 하고 있다. 그 즐거운 일을 멋진 일로 만들고 있다.

 

가장의 우환

2015년 겨울, 집의 가장인 남편에게 갑작스러운 우환이 찾아왔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너무도 놀랐다. 나이 들면 조심해야 한다는 사람들의 말들이 갑자기 생각이 나기 시작했다. 건강은 자부하는 게 아니라는데, 나라도 정기점검 잘 받도록 얘기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현대의학기술 덕분에 약이 있었고 약을 복용하며 병은 더 악화되지 않은 상태로 지내고 있다. 그렇게 우리 집안에 처음으로 가장 큰 고비가 왔다. 하지만 위기가 기회라고 하지 않았던가? 양약에만 의존하고 우리 몸을 가꾸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약을 이렇게 계속 먹으면 안 좋을 것이고 약을 끊기 위해서 평소에 먹는 음식도 신경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선 공부의 시작

몸에 좋은 밥상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그 사건은 좋은 음식, 바른 음식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건강밥상', '몸에 좋은 음식'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특히, 우리나라 사망률 1위인 질병이 암인 만큼, '항암 밥상'에 대해 궁금해졌다. 항암에 좋은 식재료들로 검색을 해보니 너무 많은 음식이 검색되었다. 표고버섯부터 마늘 등 이런 기본적인 식재료들이 검색되었고 그렇다면 이런 식재료들을 어떻게 활용해서 먹으면 좋을까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알게 된 키워드가 '약선(藥膳)이었고, 이왕 하는 공부 조금은 심도 있게 하고 싶어 졌다. 그렇게 약선을 공부할 수 있는 디지털대학에 입학했다.

 그렇게 전문적으로 약선을 공부하게 되었다. 약선은 한의학을 기초로 하며, 먹는 음식이 약이 될 수 있기에 사람의 증세나 체질 등까지 고려해서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식재료 각각의 특성과 약성이 작용하는 장부 기관들(귀경歸經)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특성의 궁합까지도 맞추어서 먹으면 음식으로도 질병을 고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 하여 약과 음식의 근원은 같다는 뜻의 말이 있듯이 약선을 잘 이해하면 양약에 의존하는 빈도수를 줄이고 일상에 먹는 음식들로도 내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 그렇게 나는 약선의 매력에 더욱 빠지게 되었고, 약선을 모르는 주변인들이 대다수인 것 같아서 약선에 대해 알리는 일을 자처하게 되었다.


약선 집밥

 내가 약선을 공부하고 그 공부를 바탕으로 집밥에 접목시킨 지 3년이 되었다. 3년 동안 집밥 인스타그램, 그리고 유튜브, 블로그도 운영하게 되었고, 약선연구소도 만들어서 많은 분들에게 집밥의 유익함을 다양한 방법으로 전달하고자 노력하며 지내고 있다. 약선 요리를 통해 이전에도 좋아했던 음식을 만들고 음식을 먹는 것이 더욱 즐거워졌다. 그리고 맛있는 음식이 몸에도 좋은 음식이 되었다. 그리고 다양한 SNS 채널을 운영하게 되었다. 매일 요리하는 집밥 이혜정은 이제는 연구소장이 되었고, 유튜버가 되었다. 그리고 음식을 벗어나 다양한 활동도 하게 되었다. 아주 단순한 요리를 한다는 행위, 그리고 내가 그것을 좋아한다는 것이 지금의 이 자리까지 나를 이끌었다.


단지 내가 좋아하는 걸 더 좋아할 뿐이다

사람들은 항상 무슨 일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한다. 하지만 내게 중요했던 것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을 얼마나 더 좋아할 수 있을까? 였다. 그리고 얼마나 더 잘할 수 있을까? 였다. 나는 무엇이라는 아이템이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템보다는 내가 그것을 하는 행동에 얼마나 나의 마음이 담겨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다. 나는 요리를 하며 즐겁고, 내 요리를 먹을 때 즐겁고, 그 요리를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눌 때 즐겁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에 나의 진심을 충분히 담는다면 누구나 자신만의 인생 아이템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 아이템은 ‘100세 커리어’가 되는 최고의 아이템이 될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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