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사랑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나요?

[내 삶에 '상상' 한 스푼] 삶의 풍경을 바꿔보고 싶다면

by 백다은

친정엄마와 자주 가는 고향 파스타집이 있다. 나오는 길에 문 앞에 붙은 포스터에서 낯익은 얼굴과 이름을 발견했다. 어릴 때 같이 콩쿨을 준비하던 초등학교 동창의 피아노 독주회 포스터였다.


"어, 유학갔다 왔다더니.. 독주회 하네."


가끔 다른 사람의 삶의 풍경에 나를 세워보곤 한다.

지금의 길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했더라면 어땠을지 생각해보게 하는 날이었다.

분명 반복되는 연습과 경쟁에 지쳐 즐길 수 없는 일이라 여겨 그만두었는데, 계속 그 길을 걸었다면 어땠을지를 생각해보고 있다니.. 산다는 건 늘 예상할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다.


당신은
사랑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나요?


'사랑하는 일'은 사춘기 소녀처럼 변덕스럽다고 생각했다. 그 말이 충족되려면 타이밍, 만족감, 경제적 상황 등 여러 조건이 맞아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래야만 '사랑'이라는 최상급의 단어를 '내 일' 앞에 내어주는 것을 허용하니 말이다.


흔히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것을 이상적이라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와 다를 때도 많다. 사랑한다고 믿었던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서부터는 오히려 취미로 즐기던 시절 혹은 꿈많던 지망생 시절을 그리워 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본다. 그토록 꿈꾸던 뉴스 앵커가 된 한 선배는 아침 생방송 시간을 맞추기 위해 침실에는 자명종 시계 여러 개에, 휴대전화 알람도 여러 구간에 맞춰놓으며 항상 바짝 긴장하며 살다보니 이명이 들리고 노이로제에 시달린다고 했다.


그와는 달리, 잘하는 일을 택해 업으로 삼아 살아왔는데, 결국은 다시 좋아하는 일을 위해 삶의 풍경을 바꾸는 지인들도 적지 않게 보게 된다. 좋은 직장조건를 박차고 나와 교육 스타트업 창업을 하거나, 직장 퇴근 후 웹소설 연재를 시작하거나, 배움에 대한 열망에 국토공사에 다니면서도 주말을 꼬박 투자해 기사 자격증 공부를 하거나, 항공사를 다니며 국제행사 MC로 나설 준비를 하다 끝내 업을 바꾸게 된 경우처럼 말이다.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었다.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그 방향을 향해 가고 있었다고.


축구에서는 전반전과 후반전 사이의 하프타임이 있다. 소중한 일상을 사랑하는 일로 최대한 가득 채우고 싶다면, 후반전을 위한 만반의 준비와 숨을 고를 시간이 필요하다. 삶의 풍경이 바뀔 수 있는 기회는 언제나 열려있다. 물론 처음부터 생각하는대로 되지 않겠지만, 용기를 내 한걸음 두걸음 내딛은 이들에게서 확실히 달라지는 걸 하나 발견했다. '지금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냐'는 질문에 이전보다 훨씬 여유로운 미소를 띄고 있었다는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일'을 선물받게 되는 것 또한 덤일 터..


백다은

<고독한 미식가> 뺨치는 글로컬 동네맛집 탐방가에, <천사들의 합창> 시릴로의 순애보를 응원하고, <순풍 산부인과> 정배의 순수함이 늘 보고싶고 그리워 태교까지 순풍으로 했다. <브레드 이발소> 빵 한 조각과 우유에 담은 상상력을 사랑하며, <찰리브라운> 별볼일 없는 찌질한 캐릭터가 언젠가 빛을 보는 뻔해보이는 클리셰도 좋아하고, <노다메 칸타빌레> 엉뚱한 노다메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일상 속에서 켜켜이 쌓아온 타인의 지층들을 발견하는 일이 즐겁다. 조조영화, 돌체라떼 한 잔, 아삭한 사과 한 입에 아침이 기다려지는 소시민.

무의미하게 지나갈 수 있는 일상 속에서
‘달달’ ‘낭만’ ‘상상’ ‘열정’ ‘감동’ ‘엉뚱’ '따뜻'
한 스푼을 더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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