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출판계 동향 분석

[내 삶에 '상상' 한 스푼] 느낌적인 느낌일 뿐, 틀릴 수 있어요.

by 백다은

요즘 에세이 강세인 출판계 동향을

감히 분석해 보자면

이런 느낌이다.


미처 동의는 구하지 못했지만..

여기서도 직업병이 도지는지,

내 머릿 속에는 작가님들이 캠프파이어라도 하듯

반 아이들처럼 동그랗게 모여 앉아 있다.

날도 추워지는데 호일에 싼 군고구마를 장작불에 넣어 잔가지로 뒤집어가며 노릇노릇 구워야만 할 것 같다.


모범생 그룹 (20% 내외)

회사생활, 육아, 요리, 취미, 여행, 이유식 만들기 등

그야말로 '~잘하는 법'을 선보이며 감성과 지성의 향기를 동시에 풍겨 절로 경외심을 갖게 한다.

심지어 '무례한 사람에게 금 밟았다고 불편함을 말하는 법'을 알려줄 수 있다니.. 그것도 여유롭게 웃으면서. 처음엔 흔한 자기계발서인 줄로만 알았다. 우연히 작가님의 책 본문을 찬찬히 읽어보게 되었고, 브런치 글도 찾아서 읽어보았다. 개인의 경험을 사회문제와 함께 절묘하게 녹여내는 통찰력과 재치, 내공에 반해 팬이 되었다. 에세이에 어느 정도 자기계발적 요소가 가미된 배경에 대한 작가님의 똑부러지는 인터뷰를 이후에 읽고는 다시 한 번 엄지척!


문학소녀 그룹 (20% 내외)

빨간머리앤을 필두로 어린왕자, 최근에는 작은 아씨들까지. 아기자기하면서도 섬세하고, 고전과 현대를 오가면서도 작가님들 각자의 개성이 그대로 묻어난다. 곰돌이푸를 비롯한 디즈니 캐릭터까지, 오늘도 수고한 모두의 마음을 훈훈하게 데워주는 최고의 선물. 전지적 시점으로 방구석에서 빨간머리앤 정주행하던 과거의 나에게 '버스에 소설 광고 뜨는 날이 10년 뒤에 올 터이니, 힘내'라고 말할 수 있는 클래스.


일탈형 그룹 (30%내외)

일탈하고 싶은 마음은 같으나, 대략 세 갈래로 나뉜다.


- 퇴사

일단 폼난다. 세계일주를 하며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몸소 보여주심에, 여행을 좋아하는 1인으로 역마살 대방출(올바른 조합의 단어인지는 의문)에 무한희열과 대리만족을 느낀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 어쩔, 큰일날 뻔 했잖아-는 돋보인다. 제목에선 마치 사토리 세대의 득도 경지를 보여주는 듯 하지만, 자세히 읽어보면 한낱 파도에 휩쓸리는 힘없는 개인의 고군분투를 이야기하고자 함이 아니었다. 개인의 노오력을 닦달할 것이 아니라, 폭풍우가 잦아든 좋은 세상 만들기를 말한다. '내 인생을 건 실험', 애쓰지 않고 한 번쯤은 이렇게 살고 싶었다는 프롤로그, 그 무엇보다 독자가 듣고싶은 말인데 하고싶은 말까지 함께 전할 수 있다니..


- 존버

돌아갈 자리가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일상 속의 감사함을 주제로 한 책들도 이 안에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위험하디 위험한, 한겨울 깜깜한 새벽의 이불 밖 세상! 천근만근 몸을 이끌고 출근하려던 찰나, 평생을 이렇게 살아오셨을 아버지의 나즈막한 목소리를 우연히 듣게 된 한 작가님의 에피소드에 코끝이 시큰해졌다.


- 양립 (이라 쓰고 '피봇팅'이라 읽는다.)

출간예정인 '두근두근 N잡 대모험'은 10대를 위해 쓰여졌다. "제가 이 책을 학창시절에 읽었더라면.. 다시 이 책 읽으러 돌아가고 싶어요." 하지만 이 리뷰는 내 편인 우리 에디터님인 걸. 엄마의 궁디팡팡이나 매한가지지만, 그래도 용기백배하였던 것만은 사실이다. 아.. N잡하며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넓은 스펙트럼으로 다루고자 하였으나, 필자인 나를 비롯한 중심축은 직업세계에 한 발 들여놓은 상태에서 외연을 확장해나가는 이들의 이야기다.


성공 방정식을 깨고 ‘나답게 사는 인생’, 자신만의 길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사람들, 이를테면 의사이면서 동화작가, 약사이면서 과학 유튜버/래퍼, 기자 출신의 데이터 분석가, 은행 퇴직 후 화가, 1인 출판사 사장이면서 강연가, 외국계 회사 마케터에서 게스트 하우스 운영자, 프리랜서 여행작가로 변신한 사람들처럼 말이다.


어머, 동화책처럼
나만의 모험을 기록할 수 있는
양식과 일지까지 있다구요? 대애박!


* 피봇팅(pivoting) : 원래 IT 벤처업계에서 자주 쓰는 용어로 어떤 점을 중심축으로 도는 행동을 뜻함.

두근두근 N잡 대모험 (백다은, 팜파스, 출간예정)


다재다능 사기캐 그룹 (20% 내외)

고퀄 그림, 사진, 웹툰 등과 함께 감성 글귀와 유우머 감각으로 독자들의 눈을 호강하게 하는 금손의 소유자들. 요즘 브런치에 부쩍 자주 출몰하는 분들. 대단하다와 함께 무섭다... 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젖게 하는 넘사벽 작가님들.


스페셜 그룹 (10% 내외)

무지함으로 인해 미처 아직 알지 못하고, 읽지 못하였을까봐 스페셜한 분들의 자리를 남겨두었다. 몇 퍼센트인지도 사실 정확할 리는 없다. 문송이의 감일 뿐.


재미로 써본, 그야말로 '내맘대로' 분석.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애쓰시는 출판계 모든 분들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꼭 전하고 싶다.


백다은

<고독한 미식가> 뺨치는 글로컬 동네맛집 탐방가에, <천사들의 합창> 시릴로의 순애보를 응원하고, <순풍 산부인과> 정배의 순수함이 늘 보고싶고 그리워 태교까지 순풍으로 했다. <브레드 이발소> 빵 한 조각과 우유에 담은 상상력을 사랑하며, <찰리브라운> 별볼일 없는 찌질한 캐릭터가 언젠가 빛을 보는 뻔해보이는 클리셰도 좋아하고, <노다메 칸타빌레> 엉뚱한 노다메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일상 속에서 켜켜이 쌓아온 타인의 지층들을 발견하는 일이 즐겁다. 조조영화, 돌체라떼 한 잔, 아삭한 사과 한 입에 아침이 기다려지는 소시민.

무의미하게 지나갈 수 있는 일상 속에서
‘달달’ ‘낭만’ ‘상상’ ‘열정’ ‘감동’ ‘엉뚱’
한 스푼을 더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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