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본격적인 모험에 앞서
10대로 다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이 책을 준비하면서 스스로에게 수백 번을 물었습니다. 그 끝에 얻은 답은 하나였습니다. ‘남들이 짜준 정해진 시간표 대신, 사소한 모험과 꾸준한 실험으로 나만의 시간표를 좀 더 일찍 시작하겠다.’ 친구들과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입시경쟁에 놓여져 정규교육과정을 밟으며 항상 이미 짜여있는 ‘남의 시간표’에 익숙해져 있는데, 정작 진학이나 취업할 땐 ‘너만의 인생계획표를 보여줘’라는 주문을 받게 되어 적잖이 당황하게 된다고요. 우리는 늘 어른들이 준 모범 답안지를 잘 따라갈 때 칭찬받아 왔을 뿐, 한 번도 그렇게 우리 각자의 시간표를 가져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이 책을 준비하면서 이미 자신만의 시간표대로 모험을 떠난 이들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더욱 귀 기울여 듣게 되었습니다. 그동안의 성공 방정식을 깨고 ‘나답게 사는 인생’, 자신만의 길을 새롭게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죠. 의사이면서 동화작가, 기자 출신의 데이터 분석가, 은행 퇴직 후 화가, 1인 출판사 사장이면서 강연자, 외국계 회사 마케터에서 게스트 하우스 운영자, 프리랜서 여행 작가로 변신한 사람 등 다채롭고 생동감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러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단순히 2개의 직업을 갖는 투잡을 넘어 N잡(N job), 한 회사나 직업에만 안주하지 않고 직업의 가짓수를 무한대로 확장하는 삶의 방식을 택한 것인데요. 이처럼 삶의 의미를 찾고 자아실현 하는 것을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며 모험하듯 N잡하며 살아가는 이들을 ‘N잡러(N잡+er[~하는 사람: 여러 개의 직업을 가진 사람])’라 부릅니다. N잡(N job)은 단순히 직업이나 일이 몇 개냐는 의미가아닙니다. ‘내 삶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 '어떻게 주도적인 삶을 살아갈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입니다. 즉, 진정한 인생의 주인공이 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30대인 저 역시 여전히 ‘나답게 사는 인생’을 찾아가는 모험을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을지 실험 중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면 10대 때는 내가 원하는대로 살았다기보다는 철저히 어른들의 기대치에 맞추어진 생활을 해야만 했고, 20대 때는 그것에 길들여진 상태에서 혼란을 겪는 가운데 나만의 길을 찾아보고자 노력했습니다. ‘이쯤하면 사회가 원하는 방식대로 살아왔지 않은가’라는 회의감이 들 무렵부터 그동안 살아온 시간의 껍질을 벗고 '내가 행복한 삶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학창시절 ‘대학만 가면 뭐든 다 할 수 있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지만 그 믿음은 실망만을 안겨주었습니다. 더군다나 교육대학교의 특성상 기대했던 대학생활은 온데간데 없었고, 고등학교의 연장선과 같을 뿐이었습니다. 마치 입시에 맺혔던 한이라도 풀듯, 숨막히는 환경에서 벗어나고만 싶었습니다. 그 때부터였습니다. 호기심이 생기면 관심사에 따라 하고 싶은 것들, 크든 작든 할 수 있는 것들을 직접 실행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몸소 확인했으니 말입니다.
우선 대학교 내 음악동아리 오디션에 참여했습니다. 키보드 세션을 맡아 매 학기마다 친구들과 소극장에서 공연을 올려보기 시작했습니다. 이전까진 무언가를 꾸준히 해본 경험이 많지 않았는데, 혼자가 아니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또 교육 전공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지만 평소 관심 있었던 외교관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주말에는 외교통상부 인턴십 프로그램에도 참여해 보기도 했습니다. 시험이나 과제 등의 부담이 없이 그저 내 마음이 가는대로 움직이다 보니 관심을 갖게 되는 분야도, 종류도, 형태도 점차 다양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우연히 온라인 까페에서 모집공고를 보고 처음으로 써본 연극 시놉시스가 대학로 극단 공모에 입선으로 당선되었던 경험, 프랑스 영화수업을 교양과목으로 선택하여 많은 프랑스 영화들을 접했던 경험, 음감이 좋은 편이어서 어릴 적 피아니스트를 꿈꿨던 만큼 작곡/작사에 도전해본 경험, 비록 최종 합격은 하지 못했지만 글로벌 탐방대원이 되기 위한 공모전을 타대학 친구들과 준비했던 일, 유럽 15개국 배낭여행 등을 통해 경험의 종류도 점차 다양해지고, 서로 관련이 없을것 같던 일들도 연결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턴가 그 경험들이 초등학교에서 국어, 음악, 사회, 영어 등 전교과를 지도할 교사로서의 자양분이 될 것이라는 믿음도 점차 공고해졌습니다. 그 시작점을 바탕으로 교사가 되고 난 후에도 EBS 공채강사로 전국의 학생들과 방송, 온라인을 통해 만나게 된 경험, 출판사에 제안해 어린이책들을 출간해본 경험, 대기업에서 주최하는 IT 기반의 사회문제 해결 공모전에서 남편과 함께 1865개 팀 중 최종 파이널리스트에 진출한 경험, 다양한 분야의 소셜벤처를 비롯한 사회 혁신가 등과 만났던 경험 등으로 이어졌습니다. 입시지옥에 갇혀있던 시간에서의 해방만을 꿈꾸다 마침내 맞이한 스무 살의 봄, ‘이름 앞에 다양한 수식어가 붙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초등학교 교사라는 본업을 두고 어린이책 작가, EBS 방송 진행자, 강연가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경험들은 자연스럽게 교육과 또다시 연결되어 수업 속에 녹아들었습니다. 선생님의 세상이 넓으면 아이들에게 가져다줄 수 있는 것, 보여줄 수 있는 것, 데려다줄 수 있는 곳이 많아질 수 있다는 말을 직접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교사이면서 진로교육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교실 안팎에서 만나본 다양한 사람들의 삶 자체가 살아있는 교육이 될 수 있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만약 10대에 좀 더 일찍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면 그것은 비단 직업을 갖는 것만이 아니라, 더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도와줄 것입니다. 각자의 처한 상황과 희망하는 직업군 등은 다 다를지라도 삶이 던지는 질문들에 하나씩 답하며 ‘나답게 사는 인생’을 찾아가는 모험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모험을 통해 인생의 수많은 실험을 거친 후 자기 방식대로의 삶을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모험을 해보고 싶나요? 자신만의 시간표대로 모험을 떠나기 위해 여정을 한 눈에 살필 수 있는 지도, 멀리까지 내다볼 수 있게 도와주는 망원경, 모험 장비를 실은 배낭을 한 짐 어깨에 지고 ‘나답게 사는 인생’을 만들어가는 모험을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여러분에게도 워밍업(몸풀기) 미션 하나 건넵니다.
특명 : 여러 개의 나를 상상하라! -고등학교 밴드부 보컬 출신의 법학도 -중학교 때부터 웹에서 활동한 추리소설 작가 -약학대학 재학 중 랩퍼 경연대회에 참여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본 예비약사 -뉴욕 드론 필름 페스티벌에 작품을 출품한 최연소 중학생 -IT회사 엔지니어 출신의 영화배우 -10대 때부터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캠페인을 벌여본 경험이 있는 플로리스트 -애니메이션 코스프레를 즐겨하던 성우 -마술을 즐겨해 수업에도 활용하는 초등학교 교사 -어릴 때부터 조조영화를 즐겨보고, 그것에서 영감을 얻는 요리사 -공연장, 미술관, 서점을 자주 찾아 자신의 분야와 접목하려고 연구하는 건축학과 학생 앞과 같은 방식으로 상상해 봅시다. 수의사, 소방관, 변호사, 교사, 경찰, 사업가, 배우 등 하나의 직업을 선택한 나의 모습 대신 말이에요. 10대에 해야 할 일은 '여러 개의 나를 상상해보고 그것을 하나씩 그려나가는 것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마치 자신이 주인공인 이야기책을 직접 써 내려가는 것처럼요.
우리는 그동안 좋은 대학을 졸업하여 한 회사를 계속 다니면서 승진하거나, 연봉을 높여 다른 회사로 스카웃되거나, 점점 더 높은 연봉을 받고, 높은 직급으로 올라가는 사다리형 성공을 이상적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좀 더 재미있고 의미있는 나만의, 아니 우리들의 이야기를 써내려갈 차례입니다. 물론 세상의 시선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동안 사회가 요구하는 하나의 모범 선택지에 대한 압력을 줄여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나만의 답안지를 제출하는 것 아닐까요?
한 강연에서 ‘자신이 하는 일이 가치있다고 느끼는 것에는 심사위원이 필요하지 않다’는 말을 듣고 깊이 공감한 적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인정에 앞서 스스로 일에 대해 어떤 가치를 부여하는지가 우선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일 자체가 주는 순수한 기쁨을 먼저 만끽하며 다양한 기회를 통해 자신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나가며, 함께 작은 성공의 경험을 디딤돌삼아 다음 선택에도 자신감을 갖고 도전해보는 것이죠. 그렇게 <두근두근 N잡 대모험>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과 앞으로 그 길을 걸어나갈 우리를 위한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해보겠습니다.
지은이_백다은
초등학교 교사, EBS 공채강사로 초등 수학, 사회, 영어 과목 방송을 진행했어요. 『내 꿈은 달라』, 『꿈씨앗 파노라마』, 『백다은의 교육상상』, 『인공지능수학 연구소(출간예정)』 등의 책을 썼고, ‘아기 키우는 만화’ 육아툰을 연재하고 있어요. KBS 〈명견만리〉, EBS 생방송 〈부모〉, YTN 〈수다학〉, EBS 〈다큐 프라임〉 ‘글로벌 인재 전쟁’, tvN 창조클럽 199(1회 아이디어 위너) 등 방송과 전국 학교, 도서관, 기업체, 교육부 주최 토크 콘서트, 피아노 북콘서트 등을 통해 미래교육의 나아갈 방향과 아이들의 진로와 교육법에 대해 강연하고 있어요. ‘모든 아이들이 각자의 꽃피는 속도와 방법으로 다양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꿈꿔요. 그 과정에서 선생님도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분야를 넘나들며 '두근두근 N잡 대모험'에 끊임없이 도전할 계획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