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숲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법
실리콘밸리의 거의 모든 부모들은 아이들이
어떤 디지털 경험도 갖지 못하도록 하는데 열성을 보이고 있다.
-조딘 알트맨, 육아 돌봄 종사자
실리콘밸리 종사자의 70%가 다니는 한 학교에선 자녀들에게 디지털 기기를 손에 쥐어주지 않으려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디지털 기기 중독은 피할 수 없으며 제한으로는 완전한 대처법이 될 수 없기에, 차단이 최선’이라는 것이 그들의 의견이다. 실제 교육 현장에서도 학군 지역일수록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늦은 나이에 아이들이 폰을 갖게 하거나, 갖더라도 동선 파악과 긴급 연락을 위한 2G폰, 키즈폰을 사주는 경우를 보게 된다.
하지만 디지털 환경이 일상화되고 온라인 수업도 활발해진 지금,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PC, 태블릿까지 아이들 손에 쥐어지게 되어 디지털 전쟁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한해동안 100% 쌍방향 수업을 진행하면서 느꼈던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좀 더 근본적이면서도 현실적인 교육적 대안을 찾아보자.
0단계. 안전한 디지털 사용 환경 만들기
디지털 활용은 능동적으로 학습에 접목될 경우 장점도 많지만 주의해야 할 점 또한 많다. 무엇보다 유해 환경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슬기로운 디지털 생활을 돕는 온라인 도구 모음
아이 손에 디지털 기기를 쥐어주기 전에 현명한 부모는 바빠진다. 영상 사이트에서 음란물을 차단하는 필터링을 설정해야 하고, 넷플릭스에서 자녀의 연령대에 맞게 시청 프로그램과 시간을 미리 정해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감각 흥분을 주는 미디어에 대해 걱정이 많았던 부모라면, 아이와 상의해 사전에 딱 정한 영상만 미리 추출해서 보여준다. 이렇게 무엇을 볼 것인지 부모가 먼저 살펴본 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기 키즈 유튜버라도 자극적이거나 비교육적인 채널은 차단하고, 교육 영상이나 영화, EBS 프로그램 등 꼭 필요한 자료만 따로 담아두는 식이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의 원격수업이 진행되면서 디지털 기기의 사용이 더 늘어나게 되었다. 검색 사이트 사용제한부터 하루 이용시간, 취침시간, 폰 이용 잠금, 다운로드된 어플관리까지 한 번에 도와주는 온라인 도구들을 활용해보자. 화상 수업이 일상이 된 요즘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대표적으로 쓰이는 온라인 도구에는
-구글 패밀리 링크
-아이폰 스크린 타임
-엑스키퍼
-포레스트
-모바일 펜스
-넌 얼마나 쓰니 등이 있다.
구글 패밀리 링크
유치원생, 초등생 아이를 둔 부모님들에게 꼭 필요한 '구글 패밀리 링크’를 플레이스토어에서 검색해보자. 화상수업을 위한 줌Zoom 이외의 모든 어플 사용 권한 중지 비활성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부모님을 위한 구글 패밀리링크
-부모용 스마트폰에 설치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패밀리링크
-자녀폰에 설치
초반에 자녀의 구글 아이디, 패밀리링크 인증 등 다소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패밀리링크 하나로 자녀폰의 위치추적, 하루 이용시간, 취침시간, 폰 이용 잠금, 다운된 어플관리까지 모두 할 수 있다. 특히 디지털 사용 절제가 어려운 경우 어플에서 지정한 시간이 다 되면 크롬이 닫히는 기능이 있어 사용자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아이폰 스크린 타임
아이폰 스크린 타임 역시 자녀가 앱/웹(애플 기기 간에만 가능)에서 보내는 시간을 관리하며 실시간 분석 리포트도 볼 수 있다. 자녀 기기에 '콘텐츠 및 개인 정보 보호 제한'을 설정해두면 부적절한 콘텐츠 접근과 앱 설치/앱 내 구입도 막을 수 있다. 스마트폰 분실에 대비해 사진이나 동영상 등 앱을 잠궈 개인 정보 보호 제한의 용도로 사용하기에도 좋다.
그린 i-Net(greeninet.or.kr)에서 소프트웨어 기능을 비교해 선택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방송통신
심의위원회와 교육부, 시도교육청이 협력해서 구축한 청소년 인터넷 안전망인데, 이러한 인터넷 안전망 사이트를 활용해 유해 환경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 또한 중요한 조치이다.
*그린 i-Net(greeninet.or.kr)
컴퓨터에 다운로드 받아서 쓸 수 있는 무료 소프트웨어를 모아놓은 사이트로, ‘i안심’, ‘맘아이’, ‘아이눈’, ‘아이보호나라’, ‘엑스키퍼’ 등이 있다.
1단계. 올바른 디지털 사용법을 익히고, 규칙적인 생활 패턴 유지하기
가정학습 시간에도 학교 수업처럼 정해진 시간표대로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립초등학교에서는 지난 1년간 100% 쌍방향 수업을 통해 실제 교실에서의 수업만큼 소화하여 학습 결손을 줄이고, 디지털 수업의 장점을 살려 온라인 교육 환경에의 적응을 마쳤다.
가정에서 어떻게 지내느냐에 따라 코로나 이후의 삶도 달라질 것이다. 생활 계획표를 짜 최대한 정해진 시간표대로 학습할 수 있도록 규칙적인 생활 패턴을 유지하여야 한다. 곧 출간할 책에서는 가정과 학교에서 실천 가능한 커리큘럼을 제시한다.
커리큘럼 A(학교 핵심 교육과정)에서는 스스로 정한 매일 일과를 지키며, 디지털 기기 활용 시간을 기록할 수 있게 한다. 유튜브나 SNS의 단순한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커리큘럼 B(인생학교)의 질문들에 답한 내용들이나 커리큘럼 C(관심사 포트폴리오)의 프로젝트 수행 기록을 포트폴리오로 남겨 자신의 이야기로 채워나갈 수 있는 주도적 학습 방향으로 유도해가는 것이 좋다.
장기전이 될 수 있기에 올바른 디지털 사용법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다. 평소 디지털 기기를 많이 이용하는 아이들의 눈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가급적 종이책을 최대한 활용하고, 화면으로부터 40~70cm 정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때 고개를 앞으로 숙인 구부정한 자세를 장시간 취하면, 목의 중심이 몸의 앞 쪽으로 나오는 '거북목 증후군'이 될 수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30-40분마다 주기적으로 안구 운동을 하거나, 스트레칭으로 몸을 움직이는 활동을 해주는 것이 좋다.
의자 스트레칭
1. 교실트레이닝1 | 아침 뇌를 깨우는 스트레칭 - 열정기백쌤과 흥딩스쿨 콜라보
https://youtu.be/0rczwD4sTSw
2. 교실트레이닝5 | 앉아서 하는 교실요가 - 의자에 앉아 몸을 시원하게 풀어보아요!!
https://youtu.be/8Lf6ddl9u9Q
3. 교실트레이닝8 | 뭉친 어깨를 풀어주는 체조 전투 - 온라인 수업의 뭉친 피로를 체조로 풀자!!
https://youtu.be/eqDY2aW0GhQ
4. 교실트레이닝13 | 목이 아프다면 꼭 해야하는 스트레칭 (러닝타임 03:39)
https://youtu.be/2D1CeIJh838
일어서서 하는 스트레칭
5. 교실트레이닝11 | 뭉친 다리를 푸는 교실 스트레칭
https://youtu.be/2kKvU6Qa2pQ
6. 교실트레이닝15 | 백조처럼 움직이는 스트레칭(러닝타임 03:39)
https://youtu.be/-dm443UrnuA
2단계. 현실 세계에서의 다채로운 행복 만들기
0단계에서 폰 이용 잠금 기능을 설정하는 법을 안내하였는데, 이는 사실 최소한의 장치라 볼 수 있다. 초등 고학년이 되거나, 형제자매 중에 먼저 사춘기에 접어들어 잔꾀를 부리기 시작하면,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다. 아이들은 어떻게든 스마트폰이나 디지털 기기를 사수하기 위해 잠금 기능을 해제하기도 하고, 부모님께 휴대폰을 제출한 것도 몰래 가져가기까지 한다.
할 일 팽겨쳐놓고 게임하기, 몰래 PC방 가기, 시도 때도 없이 SNS나 문자 보내기로 시간을 허비하는 아이라면, 수업 시간에 집중하기 힘들고 무기력해할 것이다. 대화의 소재도, 수업 시간 학습 결과물도 온통 게임과 캐릭터에 대한 것 뿐일 수 있다. 디지털 세계에 심각하게 빠져있는 아이들을 살펴보면 현실 세계에서 심리적 안정감이나 성취의 기쁨, 소소한 행복의 경험을 충분히 누리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전에 그렇지 않았던 아이들도 온라인 세상에서 보내는 절대적 시간이 많아지면서 디지털 중독 현상을 보인다는 학부모들의 하소연을 듣게된다. 한창 친구들과 뛰어놀아야 할 시점에 코로나로 인해 집안에서 갑작스레 많은 시간을 지내야 하는 아이들 역시 디지털 세계에 빠져 허우적대기 십상이다.
이 케이스들 모두 해결책은 현실 세계에 있다. 일상 속에서 다양한 즐거움과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더욱 힘써야 한다. 사람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하다보면 무언가를 이루고 싶은 욕구가 충족되어 도파민이라는 화학 물질이 생성된다. 이 과정을 거듭하다보면 일 자체가 긍정적 자극이 되고 행복감을 느끼게 되어 더 열심히 하게된다. 곤충의 생태에 푹 빠진 아이는 음악 시간 셈여림 기호마저 곤충에 비유해 표현하고, 해리포터 책에 푹 빠진 아이는 작가 조앤롤링의 또다른 시리즈물에 빠져 디지털 세계에서 도파민을 만들어낼 필요가 없어진다. 이처럼 책, 스포츠, 춤, 악기 연주 등 새로운 것을 시도하며 아이 자신이 좋아하는 관심사를 찾아가다보면 어느새 아이만의 새로운 세상이 만들어지고 있을 것이다.
놀이
다양한 크기와 소재의 공, 보드게임, 풍선, 비누방울,
카드, 폴라로이드 카메라, 바둑, 체스, 오목, 실뜨기,
줄넘기, 글러브, 신문지, 배드민턴, 만들기 키트 등 주변의 사물이나 환경을 백분 활용해보자.
책 읽는 기쁨 (책놀이) 만들기
매일 읽는 책이라도 방법을 다양하게 하여 재미를 붙이도록 한다. 도서관이나 학교에서 많이 쓰는 방법을 가정에서도 활용해보자.
-소리내어 읽기 : 하루 10분 정도 입으로 소리내어 책을 읽으면, 여러 감각 기관을 사용하게 된다. 눈으로 보며 입으로 소리내어 읽어 귀로 듣다보면, 뇌 전체를 활성화시켜 발달하게 한다. 음독(낭독)은 단순히 활자를 소리로 변환하는 작업이 아니다. 낱말을 하나씩 또박또박 정확히 발음하고 의미를 유추하며 읽다보면 사고력이 키워진다. 적절히 끊어 읽기를 하다보면 발표력까지 길러진다.
-가족 책읽기 오디오북 : 부모님이 책을 읽어주시거나, 가족이 같은 책 한 권 속 역할이나 파트를 정해 읽어보자. 그리고 녹음본을 이동 중에 듣는다면, 반복학습의 효과는 물론, 가족 간의 정도 더욱 깊어질 것이다. 세상에 하나뿐인 오디오북인 셈이다.
- 독서기록장 : 하루 30분 이상 독서하고 독서기록장에 책 제목과 지은이, 한 줄 소감, 가장 마음에 와 닿은 한 문장 등을 기록한다. 가족과 함께 책 한 권을 같이 읽고 줄거리와 느낀 점, 배운 점을 이야기 나누는 것도 가족 모두의 성장에 좋은 방법이다.
-우리집 독서왕 시상식 : 학교에서는 독서기록장에 독서 누계를 기록하여 매달 1일에 다시 시작한다. 이를 근거로 하여 학교에서는 학기말에 독서상 시상식을 하는데, 가족과 함께 우리집 독서왕을 뽑아보아도 좋다. 아이의 경우에는 독서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이니, 권수에 따른 시상 방식도 좋으나 그에 집착하기보다는 연령대에 맞는 좋은 책을 많이 읽었는지,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이야기하는 것을 바탕으로 수상명을 바꾸어도 좋다.
예시> 권수에 따른 시상 방식
세종대왕상-100권, 율곡이이상-70권, 다달음상-50권, 첫걸음상-20권
-책과 함께 자라는 꿈 포트폴리오 : 한 해 동안 책을 읽고 기록한 다양한 독후활동을 모아 나만의 포트폴리오로 만들어보자.
-필사 :하루 10-15분씩 책 속에서 인상 깊었던 문장을 따라 쓰고 낭독하는 훈련을 하다보면, 중요한 메세지를 마음 속에 아로새기게 된다. 문장을 따라 써 내려가다보면 자신이 저자가 된 것 같은 기분으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부수적으로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등 국어 실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저학년용 : 엄마야 누나야 (김소월)
고학년용 : 어린 왕자 (생떽쥐베리)
나만의 관심사 프로젝트 지지하기
아이가 흥미 있어하는 일을 스스로 해냈을 때 작은 성취의 경험들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한자 자격증을 따거나 한국사 능력시험, 영어 인증제, 독후감 대회 등에 도전하거나 성과를 냈을 때 가족 피자파티 등을 열어 격려하고 축하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도 좋다. 이는 또다른 목표를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촉매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아이 주도적으로 진행하되, 처음에는 함께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꾸준히 노력하며 준비하는 하루하루의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를 기르도록 한다.
곧 출간될 책을 통해 아이에게 지속적으로 동기 부여해줄 수 있는 관심사별 포트폴리오(커리큘럼 C)의 구체적 방법을 소개한다.
이 때, 부모가 디지털 미디어를 적절히 활용하여 요리, 영화, 스포츠, 음악, 미술, 만들기, IT, 패션 등 아이의 흥미와 관심사를 지지해주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웹사이트, 동영상, 각종 앱을 통해 아이의 관심사를 디지털과 연결해보자. 가령, 미래의 댄서를 꿈꾼다면 영상 공유 사이트를 통해 예술관 공연을 같이보고 감상평을 나누거나, 가족이 함께 클래식부터 팝송, 한류 음악 등에 맞춰 춤추는 리듬 게임 <저스트 댄스>을 해보는 것도좋다.
미래의 음악가, 사진가, 디자이너, 발레리나, 그래픽 아티스트, 건축가, IT 개발자, 동물 사육사, 영화감독이 꿈인 아이들 역시 초보에서 프로까지 다양한 수준의 앱과 동영상 등을 활용해 아이가 꿈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 디지털 기기는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장점도 많으니, 현실과 접목해 지혜롭게 길을 만들어 나가보자.
3단계. 자기조절력 기르기
“디지털 기기를 꺼야 할 때 스스로 끄는 능력이야말로 아이가 배워야 하는 가장 중요한 디지털 능력이다”
-팰러디노 『스마트폰을 이기는 아이』
오늘도 쉴새없이 알림 소식을 울리며 유혹하는 SNS, 영상, 각종 앱, 쇼핑정보 등 디지털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결단과 실행이 필요하다. 이는 어른에게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물며 아이들은 어떨까. 초등 저학년까지는 그나마 통제할 수 있었지만, 사춘기에 접어들면 할 일 팽겨쳐놓고 게임하기, 몰래 PC방 가기, 시도 때도 없이 SNS나 문자 보내기로 시간을 허비하는 모습은 부모에게도 큰 고민일 수밖에 없다.
2단계에 제시한 것처럼, 현실 세계에서의 즐거움을 찾아나가는 것 외에도 다음과 같은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가족이 함께 노력하기
: 미디어 프리타임 Free Time
미국소아과학회 홈페이지 HealthyChildren.org에는 가족 회의를 통해 구성원 모두가 동의하는 ‘가족 미디어 사용법’을 정해 종이에 적어 붙여놓도록 권한다. 유초등 자녀를 둔 많은 한국 가정에서 많이 듣게 되는 상담 사례를 토대로 권할 수 있을 대표적인 예시를 직접 만들어보았다.
-가족 모두 디지털 휴일이나 휴식시간을 함께 갖는다.
(예시 : 토요일 ㅇㅇ시부터는 일체의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가족 캠핑/자전거 타기/악기 합주 등의 시간을 갖는다.)
-성장기 아이기 때문에, 침실에는 전자 미디어를 두지 않는다.
- 장거리 차량 이동시에도 스마트폰을 대체할 물건을 미리 챙긴다.
-가족 식사 시간에 스마트폰을 보면, 설거지나 청소 등 벌칙을 수행하거나, 가족들을 위해 쓸 벌금을 낸다. (빵이나 아이스크림 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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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목표의식 고취
아이에게는 작은 목표를 달성하는 경험을 여러 차례 쌓아가며 성취감을 느끼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게 되려면 의미있는 목표를 정하고 달성하도록 지지해주어야 한다. 이 때 ‘조금만 더’ 노력하면 달성 가능한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좋다. 단계별로 하나씩 성취하는 느낌을 갖게 되면, 나중에는 시키지 않아도 아이가 저절로 찾아 하게 된다.
아이가 가장 원하고, 잘해내고 싶어하는 것은 무엇인가? 평소 아이를 잘 관찰하고 대화하면서 무엇을 좋아하고 배우고 싶어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보자. 그리고 구체적이면서도 지속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도록 돕자.
가령, 최근 줌 수업에서 친구의 멋진 피아노 연주를 보고 쉬고있던 악기를 다시 배우고 싶다고 말한 적 있다면, 일주일에 좋아하는 한 곡씩 선정해 연주하도록 해 보자. 같이 악보집도 구해보고, 시간이 날 때마다 가족이 함께 그 곡을 감상도 해 보자. 또다른 예로 체력을 더 키우거나 수영 대회에 나가고 싶어하면, 일주일에 수영장 한 바퀴씩 도는 양을 차츰 더 늘려가는 식이다. 아이의 재능과 열정도 그것에 불을 붙여주고 지지해주는 누군가가 있을 때, 더욱 커지게 되기 때문이다.
디지털 중독에 빠져있던 한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가 아버지와 함께 뮤지션의 공연장에 찾아다니고, 드럼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나중에는 오히려 인터넷할 시간조차 없어졌다 말하는 걸 들었다. 중학교 진학 즈음에는 수준급의 드럼 실력을 갖게 되었고, 확실한 특기가 생기자 새로운 영역의 배움에 도전하는 일이나 새 친구를 사귀는 데에도 자신감을 갖게 되어 더 이상 디지털 세계로 도피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교육학에는 근접발달영역 ZPD이라는 중요한 개념이 있다. 심리학자인 비고츠키의 인지발달이론에 나오는 것인데, 실제 발달수준와 잠재적 발달수준 사이에는 차이가 있으며 부모나 교사의 도움을 받으면서 과제를 완수할 수 있음을 뜻한다. 이 때, 조력자가 보다 높은 수준의 도전적인 과제를 제시하며 함께 기뻐하고 격려해주며 도움을 주는 것이 좋다. 적절한 질문이나 단서를 제공하거나, 과제 난이도 조절을 돕거나, 협력학습 활용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작은 성공의 경험을 쌓을 수 있게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현실 세계에서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해가는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면, ‘디지털 다이어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저절로 따라오는 결과물이 될 수 있다.
-작업 기억 능력 키우기
만 7세 이상 초등학생이 되면 원인과 결과 관계를 이해하게 된다. 자신이 내리는 선택과 행동으로 인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예측하는 것을 작업 기억 working memory 능력이라 한다. 이는 디지털 사용 습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령 지금 수학 연산 과제를 끝내면 놀이터에 나가 놀 수 있다는 선후 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칭찬이 뒤따른다는 것도 경험을 통해 알게 된다. 다만 아직은 인지 발달상 눈에 보이는 것만 사고하는 구체적 사고를 하는 시기여서 추상적 사고의 수준에는 이르지는 못했다. 따라서 ‘먼 훗날’, ‘나중’에 대한 인과 관계보다는 ‘지금 당장’ 주어지게 될 보상이나 결과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 현명하다. 자신의 선택과 행동에 따라 스스로에게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하는 것이 목표다.
-상위 인지력(메타인지)로 스스로 돌아보기
자신이 무엇을 알고 또 무엇을 모르는지 알고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능력을 ‘상위 인지력’이라고 한다. 종일 디지털 기기에 빨려 들어갈 듯 빠져있는 자신이 지금 해야 할 과제나 신체 활동 등을 놓치고 있다는 사실을 아이 스스로 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시도때도없이 울리는 유튜브 업로드 알람이나 SNS 댓글 등 의미없는 자극에 주의를 낚인채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는지 “지금 내가 뭘 놓치고 있지?"라고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나의 주인으로, 자신에게 좋은 것만 주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함을 상기시켜줄 필요가 있다. ‘나는 나의 주인(채인선 글, 토토북)’과 같은 그림책을 함께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처음부터 잘 되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몇 가지 장치를 두는 것이 좋다. 가령, 알람을 활용하여 디지털 활동 뒤 예정된 계획을 떠올리면서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하는 것이다. 또 소파와 한몸이 되어 티비 시청에만 빠져있다면, “만약 이 모습을 ____가 본다면, 뭐라고 할까?” 유머섞인 질문으로 객관적으로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한다. 아이가 겸연쩍게 대답하며 불편한 듯 자세를 고칠 것이다. “(자신에게) 좋은 것만 줄래요.” CF 송을 흥얼거리며 주인으로서 자신과의 약속을 상기시켜준 후 잽싸게 빠진다. 잔소리가 되지 않게 짧고 굵은 메세지여야 한다. 어조도 부드러워야 한다. 아이 스스로가 지금 자신이 뭘 놓치고 있는지 상기하게끔 해야 한다.
강렬한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유혹에 빠져 삶의 소중한 순간들을 낭비하지 않고 마음을 챙기는 자기 조절력 훈련, 평생토록 의식적으로 키워나가야 할 중요한 삶의 기술이다. 아이가 앞으로 살아나가야 할 만만치 않은 현실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해낼 수 있다!' 믿으며 중요하지 않은 것들에는 과감히 스위치를 끌 줄 알아야 한다. 또한 이는 온전히 자신의 생각을 책임있게 표현하고 공유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media literacy 능력으로도 발전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