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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다은 Sep 29. 2016

KIDULTPIA x 김홍도의 서당

#동심회복 프로젝트 07_훈장님이 꼬리를 숨기고 있다고?

어른이들의 동심회복 놀이터  KIDULTPIA = 키덜트 + 유토피아

Keep Your Inner Child Alive!


어른이 된 후 바라본, 김홍도의 서당 - 훈장님이 꼬..꼬리를 숨기고 있다고?

2학년 아이들을 가르칠 때의 일입니다.

국어시간에 김홍도의 ‘서당’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에게나 익숙한 이 그림을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 된 역사적인 날이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의 상상이 너무나 기발해서, 이 그림에 대한 이야기만으로도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습니다.


“특별히 눈에 띄는 인물을 찾아 말해볼까요?”     

아이들은 신나게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한 아이가 장난기 넘치는 얼굴로 말했습니다.


선생님, 훈장님이 꼬리를 숨기고 있어요.   


저는 살짝 당황했습니다. 이건 미처 생각지도 못하던 답이었으니까요. 꼬리라고? 오마이갓.


자세히 들여다보니, 정말 훈장님 옆쪽엔 그동안은 유심히 보지 않았던 무언가의 흔적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옷의 접힌 부분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추정이 되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그렇게 많이 이 그림을 보았으면서도 단 한 번도 발견한 적이 없었던 부분입니다. 여러분도 그.. 그러셨죠? 역사를 전공하신 분들의 고견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그 아이의 발표가 끝나자마자, 교실은 그야말로 온통 흥분의 도가니가 되었습니다. 덩달아 다른 아이들도 신이 나 자신이 상상한 것들을 마음껏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그건 훈장님 몰래 방귀끼는 소리를
 그림으로 나타낸 것 아닐까요? 아이가 그거듣고 웃다가
버릇없다고 혼나고 있는 거구요.


옆에 앉아 있던 아이가 혀 짧은 목소리로 반박했습니다.


“아냐, 훈장님이 저 말 안 듣는 애를
너무 혼 내시다가,
무릎팍을 탁 쳐서 나는 소리를
나타낸 걸 수도 있어.


아이들은 옥신각신해가며,

깔깔깔 웃어가며,

혹은 살을 더 붙여가며..

저마다 자신만의 새로운 이야기를 꾸며내고 있었습니다.


출처 : 살아있는 한자 교과서



익숙함을 낯설게 바라보기

교육학에서 창의성은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는 특성’으로 정의됩니다. 여기서 생각이란 다시 보여주기란 뜻으로 ‘새롭게 느끼게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창의성은 다른 말로는 ‘낯설게 하기’로 볼 수 있으며, 이는 기존의 익숙한 것을 낯설어 보이게 만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

그러고보니, 김홍도의 서당 그림을 보며 아이가 '숙제를 못해서' 훈장님께 혼나고 있다는 답안 아닌 답안을, 저는 살면서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깨달았습니다.


선생님은 미처 상상도 못한 니네들의 기발한 이야기들에 신선한 충격(?) 속에 헤매이고 있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신이 난 아이들은 계속해서 그림 속 상황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쏟아냈습니다.   


“훈장님이 2학년 1반 선생님 닮았어요.”     

“오른쪽 첫번째 아이는 나이가 좀 많아보여요.”      

“개그맨 박명수 아저씨 닮았어요.”     

“오른쪽 앞에서 4번째 아이는 콧수염도 나 있어요. 나이가 좀 많은가봐요.”

"맨 뒤에 앉은 아이는 좀 어려보여요. 몸집이 작아요."

실제 역사적으로 입증된 사실도 발견해내는 아이들의 관찰력도 놀라웠는데요. 오른쪽 줄을 보면 맨 앞자리에는 일찍 장가 가서 갓 쓰고 있는 학생이 앉아 있고, 마지막 아이는 어려도 한참 어린애인 듯 앉음새부터 윗줄 학생과 다른 것도 금세 알아차렸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어떤 아이들은 이 곳이 '서당'이라는 장소인 것마저도 완전히 뒤집어버렸습니다. 남자 어른 앞에 앉은 아이들은 잘못을 해 이 곳으로 오게 된 것이었고, 한명씩 판결을 받는 중인 것 같다더군요..

당신은 창의적인 사람입니까?

아이들과 이 그림 하나만 놓고도 웃고 떠들다보니,

스티브 잡스니 빌 게이츠니 그들과 같은 인재가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아이들에게 거창한 이름의 창의융합 인재교육과 같은 것을 시킬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 아이 그대로의 모습을 지켜주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당신은 창의적인 사람입니까?"

라는 질문에 경험상 대부분의 성인들은 고개를 내젓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릅니다.


거침없이 자신의 상상을 표현해내고 서로의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하며 발전시켜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저는 세계적인 디자인 컨설팅회사 IDEO의 대표 데이빗 켈리(David Kelly)의 창의성 강연을 떠올렸습니다.

어느날인가 저의 친한 친구인 브라이언이 무엇엔가에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선생님께서 싱크대 밑에 보관하고 있던 진흙으로 말의 형상을 빚고 있었죠. 조금 뒤 그 친구와 책상을 같이 사용하던 여자아이가 다가와서 브라이언이 하는 일을 보고는 삐딱한 자세로 "그게 뭐냐. 말 맞아?" 라고 브라이언에게 말했습니다. 브라이언의 어깨가 축 쳐지고 말았죠 친구는 그 일을 그만두고는 진흙을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리고 말았습니다. 그후로 다시는 브라이언이 그런 것을 시도하는걸 본 적이 없어요."

만약 김홍도의 '서당'에 대한 상상력을 한참 펼치고 있는 때, 누군가가 "헛소리하지 마!"라고 비난하거나, "말도 안 되는 소리. 그건 틀린 답이야." 라고 말하는 순간, 아이들에게 상상의 문은 닫혀버릴지도 모릅니다. 어릴적의 그런 기억이 마음속에 오래 남아서 심지어 어른이 될때까지, '자신은 절대 창의적인 사람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어른이 되어 다시 바라보게 된 김홍도의 서당은 저에게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면, 많은 것들이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어른들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배워야할 때가 아닌가 싶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배워야 할 건, 저희반 아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어른이들도) 서로의 다른 생각을 존중해주는 문화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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