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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다은 Jun 26. 2018

관심사 교육과정 바탕의 맞춤형 수준별·개별화 수업 2

잠재적 발달수준차에 따른 수준별 개별화 수업을 중심으로

사랑하는 영화 '지상의 별처럼'에서 본

모든 아이들은 특별하다.  

  

학년말 아이들과 함께보는 영화가 있습니다. 지상의 별처럼(Like stars on Earth). 개봉 초기에만 해도 '모든 아이들은 특별하다.(Every Child is Special)' 제목으로 국내에 소개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내용과 딱 맞아떨어지는 더없이 멋진 제목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초등학생들과 같이 보아도 2시간 반이 넘는 긴 러닝타임에도 지루함 한 번 느낄 틈 없이 모두가 몰입하였습니다.      


사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이전엔 크게 흥미를 느끼지 않았던 인도 발리우드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지상의 별처럼' 감독이자 배우인 아미르 칸(Amir Khan), 저와 태어난 연도는 다르지만 3월 14일 생일날짜가 같고, 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좋은 영화들을 만든 그에게 팬심을 갖게 되어 이후의 작품들도 눈여겨 보고 있습니다.

자랑같지만, 교실에서 이 영화가 끝날 무렵 "꼭 선생님 같아요."라고 말해주고 아이들이 수긍해주었을 때 ,'그래도 올 한해 학급운영은 잘 이끌어왔구나' 내심 뿌듯했던 생각을 하게 했던, 잊을 없는 제 인생의 한 장면이기도 합니다. 영화 속 아이들이 춤추는 장면에서 장난꾸러기들의 몸은 이미 들썩이는 게 보였습니다. 우리 정서에 다소 익숙하지 않은 멜로디의 음악이었지만 교실에서 아이들도 다 같이 일어나 춤을 추었습니다.

세상은 왜 이렇게 다채로울까? 궁금했던 적 있니? 상상해보렴. 누군가 이 멋진 색들을 골라 이 세상을 꾸몄던 거라고. 그래서 이 우주는 아름답지. 분명 멋진 예술가가 만들었을 거야. 그러니 마음은 자유롭게 날개를 활짝 펴고 자신의 빛깔대로 어서 어서 어서 새 꿈을 짜는 거야! 반짝반짝 빛나는 지상의 별들을 잃어버리지 말라. (...) 네가 행복을 찾는 곳에서 네 목적지를 발견할 수 있을 거야.

-'지상의 별처럼' 영화 속 노래 빰빰뽈레(Bum Bum Bole) 가사 중에서-


이샨과 니쿰보의 학교생활을 통해 본

개별맞춤교육  


영화 속 주인공 이샨은 책을 펴면 '글자가 춤을 춘다'고 말하는 아이입니다. 난독증으로 인해 글자를 읽고 이해할 수가 없어 낙제를 경험하여 3학년을 2번이나 다니게 되죠.


난독증연구소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서경란 소장에 따르면, 이샨처럼 시력은 정상인데도 책을 제대로 읽고 이해할 수가 없는 경우를 시지각적 난독증이라고 합니다. 눈으로 어떤 사물을 감각하고 대뇌로 보내어 지각하는 과정은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현상이 아니어서 당사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이샨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고요.

이샨은 청력 역시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들은 정보를 해석하고 저장하는 과정상 기능적 이상으로 인해 말하는 것을 듣고 기억하고 이해하는 과정에 문제가 생기는 청지각적 난독증도 있다고 합니다.

[출처] 씨네플레이 공식 블로그

또한 이샨처럼 b와 d 같은 방향성을 가진 글자를 제대로 기억하고 쓰는 것이 어려운 경우를 운동표현성 난독증이라고 합니다. 이는 ‘소뇌와 전정기관의 문제로 감각-운동통합기능이 떨어져서 대근육 운동과 소근육 운동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생긴 현상’이라는데, 아래는 이샨과 비슷한 난독인이 쓴 글입니다. 실제로 b와 d나 n, y의 방향성이 틀리고, 대소문자도 틀리게 적힌 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서경란 소장이 제시한 난독인의 글


하지만 어린 이샨이 겪어야 했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바로 주변의 잘못된 정서적 접근이었습니다. 이샨의 부모나 학교 선생님은 난독증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저 학업능력이 뒤쳐진 아이가 게으르고 멍청하다고만 생각하였고, 친구들도 수업 시간에 읽기를 못하는 이샨을 바보라고 놀리고 왕따시키기까지 합니다. 문제아로 낙인 찍혀 결국은 학교에서 쫓겨난 이샨을 부모는 엄격한 기숙학교로 보내고, 혹독한 환경에서 이샨의 자존감은 나날이 바닥으로 치달았습니다. 집에서조차 선택적 함구증으로 마음을 닫은 채 극심한 분리불안과 우울 증상을 보이기에 이릅니다.


바로 그 때, 새로 이 학교에 부임한 미술선생님, 니쿰보(아미르 칸)가 이샨 앞에 등장한 것입니다. 니쿰보는 자신이 어린 시절 난독을 경험했던만큼, 이샨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였죠.  


실제 제가 알고 있는 한 초등학교 남교사는 자신이 어린 시절 ADHD를 경험했었는데, 그래서인지 그 아이들의 심정을 세상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고 고백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니쿰보가 이샨에게 그랬던 것처럼, 그 선생님 역시 그 아이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상을 이해할 수 있는 최고의 교사였던 거죠.


옛날에 어떤 소년이 살았어.
어디 살았는지는 묻지 말고..
소년은 글을 읽고 쓸 수가 없었단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을 해도,
Y 앞에 X가 온다는 것도 기억할 수 없었어.

글자는 그의 적이었지,
그것들은 그의 눈앞에서 춤만 추는 거야.
움직이고 꼬이고 뛰고 깡충거리면서
그에게 힘든 시간을 만들었단다.
읽기와 쓰기는 그를 아주 지치게 만들었어.
하지만 그는 누구와 이런 걸 나누었을까?

그의 뇌는 이것저것들로 꽉 찼고,
온통 ABC가 디스코나 추는 꼴이었지.
어느 날 그 불쌍한 소년은 낙제했어.
공부에 대한 압박이
그를 패배자로 만든 거야.
사람들은 그를 바보라고 놀렸지만
절대 낙담하지 않았단다.

어느 날 소년은 대단한 생각을 하게 됐지.
세상은 그의 이론을 들었을 때
모두 환호했단다.

말해봐, 그의 이름을 알 수 있겠니?


맞았어. 알버트 아인슈타인
천재이자 과학자인 그는
상대성이론으로 온 세상을 뒤흔들었단다.


(여러 경로로 전문 자료를 조사해본 결과, 아인슈타인이 난독증이었다, 아니었다에 대해선 다소 의견이 분분하지만, 여기에 그 내용을 다루진 않겠습니다.)


더 흥미로운 예가 있지.
유명한 입체파 화가 파블로 피카소.
그는 숫자 7을 결코 이해하지 못했어.
"그건 우리 삼촌 코를 거꾸로 놓은 거야”
라고 말했다지.
그래서 이 유명한 부적응자들에게
오늘의 미술 수업을 바치겠다.
자, 연못으로 나가자!


니쿰보는 이샨만을 위한 특별 맞춤수업까지 준비합니다. 이샨이 난독증으로 인해 '소리와 기호를 연결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선 촉각놀이를 통해 직접 만지면서 글자를 깨우치게 하고, 단어 습득을 돕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합니다. 가령, 모래위에서 알파벳을 알려주기도 하고, 찰흙으로 함께 글자를 만들어 단어와 모형을 연결시켜 단어를 터득하게 하는가하면, 글자를 소리내어 낭독하게 하여 글자와 소리를 연결시킴으로써 이샨의 이해를 돕기 위해 노력합니다.


심지어 학교측에 이샨이 난독증임을 알리고,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구두로 시험을 볼 수 있게 배려해달라고 요청합니다. 이와 같은 맞춤 수업에 이샨의 읽기 쓰기 능력과 수리능력이 조금씩 향상되기 시작합니다. 무엇보다 “네가 행복을 찾는 곳에서 네 목적지를 발견할 수 있을 거야.” 선생님이 보내주는 무한한 정신적 지지를 통한 마음의 성장이 가장 컸을 것입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이샨의 강점을 키워주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샨이 언어능력 대신, 공간 지각력이 뛰어난 점에 주목합니다. 그림 그리기에 특히 뛰어난 능력을 보였던 이샨의 손을 거치면 평범한 웅덩이 속 작은 물고기와 작디 작은 돌맹이, 나뭇가지들도 특별한 상상력으로 새롭게 창조되었습니다. 3X9 곱셈 문제를 보고 태양계를 떠올리고, 토성이 훌라후프를 한다는 엉뚱하지만 기발한 상상력은 이샨만의 것이었으니까요.


촉진자로서의 교사

개개인의 잠재적 발달수준차에 따른 수준별 개별화 수업


“교사는 콘텐츠의 제공자가 아니라, 촉진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학생은 자신만의 길을 만들고, 교사가 이에 동행해야 한다. 아이가 오늘 도움을 받으면, 내일도 혼자 할 수 있게 된다.”    

 

러시아의 교육심리학자 비고츠키(Lev S.Vygotsky)의 말입니다. 이 쉽고 간결한 문장 안에 그의 대표 교육이론이 다 녹아들어 있는 듯 합니다. 스캐폴딩(scaffolding, 비계설정), 잠재적 발달수준, 실제적 발달수준, ZPD(Zone of proximal development, 근접발달영역) 등이 모두 함축되어 있습니다.

 

근접발달영역 (ZPD, Zone of proximal development)

아동이 혼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제적인 발달 수준과 성인의 안내나 더 유능한 또래와의 협동하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잠재적 발달 수준 간의 거리
(Vygotsky, 1978, p.86)


미술교사 니쿰보에게서 촉진자로서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샨의 현재 발달 수준에 반응하면서도 주위의 도움을 받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잠재적 발달수준에 적합한 교수학습 환경을 제공합니다. 흔히 뜀틀을 할 때 잘 넘을 수 있도록 구름판을 마련해 주는 것을 스캐폴딩(비계설정)에 비유하는데요. 아이가 ZPD 내에서 과업을 수행하도록 모델링을 포함한 다양한 교수전략을 적절히 제공함으로써, 아이의 발달을 촉진하도록 돕는 과정을 보여주었습니다. 아이가 도움이나 안내를 통해서 이룰 수 있는 잠재적 발달은 내면화(internalization)를 통해 실제적 발달수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개개인의 잠재적 발달수준차에 따른 수준별 개별화 수업과 연결지어 볼 수 있다는 면에서 중요한 대목이며, 비고츠키의 교육이론이 앞으로 더욱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밖에 없을 것임을 보여줍니다.


맞춤형 수준별 개별화를 실현하는 교사의 마인드셋

Differentiated Instructional Strategies : One size doesn't fit all.


아동발달학과 교수이자, 난독증으로 고생하는 아이를 기르는 엄마이기도 한 『책 읽는 뇌』의 저자 매리언 울프는 '모든 난독이 특출난 재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님'을 말합니다. 정신의학과 전문의 서경란 소장 역시 '영화와 현실은 다소 다를 수 있음'을 꼬집습니다. ‘난독증은 교정 및 치료가 필요한 증상이고, 실제로 상당부분 호전될 수는 있으나, 평생을 살아도 바뀌지 않는 두뇌특성이 치료를 받고 훈련을 한다고 단박에 바뀌리라는 기대는 접는 게 좋다’고 현실을 말합니다.


교사인 저 역시 영화와 관련해 '난독'에 한정지어 소개하기는 하였으나, 실로 다양한 학습자들을 만나고 있는 오늘날의 교실 상황에서 교사들의 고민은 날로 더욱 깊어지고 있음을 말하고 싶습니다.


수년간 세계 여러나라의 학교 교실과 성인 학습자를 대상으로 교직경험을 한 전문교육자인 Gayle H. Gregory와 Carolyn Chapman은 맞춤형 수준별 개별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교사의 마인드셋은 개별 학습자의 독특한 요구를 최대한 수렴하고자 하는 하나의 신념체계이며, 그 안에는 다음과 같은 생각들을 담아내고 있다고 밝힙니다.


맞춤형 수준별 개별화를 실현하는 교사의 마인드셋

모든 학생은 강점 영역을 가지고 있다.

모든 학생은 강화되어야 할 영역을 지고 있다.

개별 학생의 두뇌는 지문처럼 독특하다.

너무 늦어서 학습할 수 없다는 말은 전혀 맞지 않다.

새로운 토픽을 시작할 때, 학생은 학습에 대한 자신의 선행지식과 경험을 동반한다.

감성과 느낌, 태도가 학습에 영향을 미친다.

모든 학생이 학습할 수 있다.

학생은 서로 다른 시간에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학습한다.

(출처 : Differentiated Instructional Strategies : One Size Doesn't Fit All)


상황만으로는 우리의 공교육만큼이나 결코 이상적이지 않았던, '지상의 별처럼' 학교의 교육환경에서이 마인드셋을 충실히 갖춘 한 니쿰보 교사가 있다고 가정해봅니다. 그(녀)라면, 이 상황들을 어떻게 지혜롭게 해결했을까 질문을 던져봅니다.


일반인들처럼 마냥 둘의 사제 관계를 아름답다고만 말하면 낭만적이긴 하겠지만, 어디까지나 Reimagine Education, 대안을 강구하기 위함에서입니다. 좀 삐딱할 수 있어도 알고보면 꽤 낙천적인 프로불편러니까요.


- 주인공 이샨이 아닌 '다른 아이들과 학부모'의 관점에서 이샨에게만 특히 집중된 교실 상황을 긍정적으로만 바라봐줄까? (방과후 특별수업)

- 교사 1인이 다수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수준별·개별화 교육을 구현할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여러 명의 교사가 이를 함께할 방법은 없을까?

- 난독, ADHD 등의 상황을 이해하거나 혹은 전문가 자격을 갖춘 교사가 학내에 없다면 무엇이 최선일까?

 -어찌보면 이런 상황에서 학습은 최우선이 아닐 수 있다. 학교도 그 상황을 인정해줄까?

- 데이터나 정보통신 기술이 맞춤형 수준별 개별화 교육에 긍정적으로 활용될 대안엔 구체적으로 무엇이 있을까?

- 이샨을 지도할 때 중점이 된 교사주도 개인별 지도(individualized instruction : II) 외에도 학생주도 개인별 맞춤학습(personalized learning: PL)’과 ‘교사주도 차별화된 지도(differentiated instruction: DI)’는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까?


각자 삶의 환경과 맥락 속에서 자신의 관심과 흥미를 발견하고, 다양한 능력과 재능을 탐색하고 연구하여 학습자의 배움의 이력(CV)을 구성해가도록 그 과정을 도와주고 지지해주는 개별 맞춤 교육.


아이들을 자유롭고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가장 근거리에 있으면서도 늘 현실의 벽에 부딪힐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하고자 하면 방법을 찾고, 안 하고자 하면 변명을 찾는다.’는 말을 좋아합니다. 이샨과 니쿰보의 아름다운 모습처럼, 교육의 미래는 그러한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자 함은 분명하니까요.


관심사 교육과정 바탕의 맞춤형 수준별·개별화 수업 3 에서 이어집니다. 

맞춤형

▶ 더 자세한 내용은 출간될 책(백다은의 교육상상 Reimagine Education)과
원격연수 티쳐빌 www.teacherville.co.kr 에서 추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해볼 수 있는 활동자료도 함께 제공됩니다.


자료 및 이미지 출처


<지상의 별처럼>  세상을 변화시켜온 부적응자들을 위해! (씨네플레이)


<지상의 별처럼>에서 본 난독증의 증상과 치료과정


Differentiated Instructional Strategies : One Size Doesn't Fi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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