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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다은 May 22. 2018

관심사 교육과정 바탕의 맞춤형 수준별·개별화 수업 1

버킷리스트에서 관심사 교육과정까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가슴뛰는 삶을 살아라!’ 어떻게?


반 아이들에게 오스트리아의 한 소년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하늘을 날고 싶다는 다소 허무맹랑해보이는 꿈을 가진 5살 소년이었죠. 펠릭스 바움가르트너 Felix Baumgartner, 그는 자신의 꿈을 그림으로 그려 어머니에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37년이 지난 후 공상에 지나지 않았던 그 그림은 현실이 되었죠. 성층권에서 초음속으로 자유낙하를 성공시켜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겁니다. 다섯살에 하고 싶었던 일을 실제로 이루었다니,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출처] https://goo.gl/images/AoGHGa


매일 가까이에서 만날 있는 선생님의 크고 작은 꿈 이야기도 하나 둘 들려주었습니다. 세상에 더 큰 성취를 이룬 사람도 많지만, 일상생활에서 관심사가 생기면 가능성을 실현해보기 위해 열린 마음으로 노력해온 과정을 보여주고 싶어서였죠. 그래서인지 그 어떤 명사의 버킷리스트 이상으로 선생님의 꿈 이야기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여주었습니다.


<백다은 선생님의 버킷리스트>

- (초등학교 때 은사님처럼) 산타선생님 되기
- 우리반 모두의 개성에 맞게 상장을 주는 시상식
- 동화작가 되기
- 스쿠버 다이빙으로 바닷 속 탐험하기
- 부모님 효도여행 (호주, 유럽)
- 피아노 연주회
- 픽사, 드림웍스, 디즈니 애니메이션 정주행
- 아프리카 여행
- 사랑하는 사람과 봄날 야외 결혼식하기
- 다양한 요리 레시피 도전해보기
- 하와이 화산 라바투어
- 마우나케아 천문대에서 소원빌기
- EBS 방송 진행자

- 전문 MC / 아나운서 과정 수료

- 어린이책 베스트셀러

- 시놉시스 공모전 수상

- 유럽에서 나라별로 몇 달씩 살아보기
- ♬ '아빠랑 스위스' 노래 작곡, 작사 등 100개 이상



존 아저씨의 꿈 이야기는 언제나 인기만점입니다. 인류학자 존 고다드의 드림리스트(꿈의 목록) 이야기를 들려주었더니 저희반 아이들이 보인 반응입니다.


“존 아저씨가 작은 꿈부터 어렵고 힘든 꿈까지 모두 이루려는 모습, 정말 대단합니다.”

“이렇게 많은 꿈을 적고 실천했다니.. 존 고다드는 정말 대단해요. 최고에요. 자랑스러워요.”

“마음에만 있던 꿈을 일일이 써보면서 그 꿈이 현실로 바뀌면 더 해 보고 싶어질 거에요.”


그는 어렸을 때 자신만의 ‘꿈의 목록’ 127개를 적고, 하나하나 이루어 나가 111개의 꿈을 이루었습니다. 이후 꿈은 500여 개로 늘어났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탐험가가 되었으며, 2013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인류학자, 다큐멘터리 제작자로도 명성을 떨쳤습니다. 또한 각종 언론매체와 책 속에 ‘꿈의 목록을 적고 그것을 이루어 낸 사람’으로 자주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의 꿈은 결코 실천하기 어렵거나 크고 거창한 꿈이 아니라, 플루트 배우기, 윗몸일으키기 200회, 인디언 문화 배우기 등 때론 엉뚱해 보이기도 하는 작은 꿈들부터 목표를 정하고 차근차근 이루어 나갔습니다. 작은 꿈들은 다시 나일 강 탐험, 킬리만자로 산 등반, 비행기 조정하기 같은 이루기 어려운 꿈들로 발전했고, 결국 존 고다드를 다섯 살 때부터 꿈꾸어 오던 탐험가로 만들었죠. 그의 버킷리스트는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그들 또한 버킷리스트를 쓰게 만들었는데요. 열다섯 살 때 자신의 할머니와 숙모가 "이것을 내가 젊었을 때 했더라면…"이라는 후회의 소리를 들은 이후 자신은 커서 후회하는 대신 127가지의 인생 목표를 적어내려갔고, 이 결심은 인생을 사는 동안 실천으로 옮겨졌습니다.


“꿈을 이루는 가장 좋은 방법은
꿈을 기록하는 것이다.

                  존 고다드 John Goddard



탐험할 장소

1. 이집트의 나일강 (세계에서 제일 긴 강)

2. 남미의 아마존강 (세계에서 제일 큰 강)

3. 아프리카 중부의 콩고강

4. 미국 서부의 콜로라도 강

5. 중국 양자강

6. 서아프리카 니제로강

7. 베네수엘라의 오리노코강

8. 니카라과의 리오코코강


원시문화 탐사

9. 중앙아프리카의 콩고

10. 뉴기니섬

11. 브라질

12. 인도네시아의 보르네오섬

13. 북아프리카 수단 (존 고다드는 이 곳에서 모래 폭풍을 만나 산 채로 매장당할 뻔 했다)

14. 호주 원주민들의 문화

15. 아프리카 케냐

16. 필리핀

17. 탕가니카 (현 탄자니아)

18. 에티오피아

19. 서아프리카 나이지리아

20. 알래스카


등반할 산

21. 에베레스트산 (세계최고봉 8848m)

22. 아르헨티나의 아콘카과산 (남미 최고봉 6960m)

23. 매킨리산 (북미 최고봉 6194m)

24. 페루의 후아스카란봉

25. 킬리만자로산 (아프리카 최고봉 5895m)

26. 터키의 아라라트산 (노아의 방주가 닿은 곳이라고 알려진 산)

27. 케냐산

28. 뉴질랜드의 콕산

29. 멕시코의 포포카테페를산

30. 마테호른산 (유럽에서 가장 험한 산)

31. 라이너산

32. 일본의 후지산

33. 베수비오산 (이탈리아 나폴리 활화산)

34. 자바 섬의 보르모산

35. 크랜드 테튼산

36. 캘리포니아의 볼디 마운틴


 배워야 할 것들

37. 의료 활동과 탐험 분야에서 많은 경력을 쌓을 것 (현재까지 원시 부족들 사이에 전해져 오는 다양한 치료요법과 약품을 배웠음)

38. 나바호족과 호피족 인디언에 대해 배울 것

39. 비행기 조종술 배우기

40. 로즈퍼레이드 (캘리포니아에서 해마다 5월에 열리는 장미 축제 행렬) 에서 말타기


 사진촬영

41. 브라질 이과수 폭포

42. 로데시아의 빅토리아 폭포 (이 과정에서 존 고다드는 아프리카 흑멧돼지에게 쫓기기도 했음)

43. 뉴질랜드의 서덜랜드 폭포

44. 미국 서부 요세미티 폭포

45. 나이아가라 폭포

46. 마르코 폴로와 알렉산더 대왕의 원정길 되짚어 가기


수중탐험

47. 미국 남부 플로리다의 산호 암초 지대

48. 호주의 그레이트 배리아 대암초 지대 (이곳에서 존고다드는 135kg의 대합 조개 촬영에 성공했음)

49. 홍해

50. 피지군도

51. 바하마 군도

52. 오케페노키 늪지대와 에버글레이즈 (플로리다 주남부 습지대) 탐험


 여행할 장소

53. 북극과 남극

54. 중국 만리장성

55. 파나마 운하와 수에즈 운하

56. 이스터 섬 (거석문명의 섬)

57. 바티칸 시 (여기서 교황을 만남)

58. 갈라파고스 군도

(태평양상의 적도 바로 아래의 화산섬)

59. 인도의 타지마할 묘

60. 피사의 사탑

61. 프랑스의 에펠탑

62. 블루 그로토

63. 런던캅

64. 호주의 아이어 암벽 등반

65. 멕시코 치첸이차의 성스런 우물

66. 요르단 강을 따라 갈릴리 해에서 사해로 건너가기


수영해 볼 장소

67. 중미의 니카라과 호수

68. 빅토리아 호수

69. 슈피리어 호수

70. 탕가니카 호수

71. 남미의 티티카카 호수


해낼 일

72. 독수리 스카우트 단원 되기

73. 잠수함 타기

74. 항공 모함에서 비행기를 조종해서 이착륙하기

75. 전세계의 모든 국가들을 한번씩 방문할 것

76. 소형 비행성, 열기구, 글라이더 타기

77. 코끼리, 낙타, 타조, 야생말 타기

78. 4.5kg의 바닷가재와 25cm의 전복 채취하기

79. 스킨다이빙으로 12m 해저로 내려가서 2분 30초 동안 호흡을 참고 있기

80. 1분에 50자 타자하기

81. 플루트와 바이올린 연주

82. 낙하산 타고 뛰어내리기

83. 스키와 수상스키 배우기

84. 복음 전도 사업 참여

85. 탐험가 존 뮤어의 탐험길을 따라 여행할 것

86. 원시부족의 의약품을 공부해 유용한 것들 가져오기

87. 코끼리, 사자, 코뿔소, 케이프 버펄로, 고래를 촬영할 것

88. 검도 배우기

89. 동양의 지압술 배우기

90. 대학교에서 강의하기

91. 해저 세계 탐험하기

92. 타잔 영화에 출연하기 (이것은 이제 시대에 뒤떨어진 소년 시절의 꿈이 되었다.)

93. 말, 침팬지, 치타, 오셀롯, 코요테를 키워볼 것 (자기침팬지와 치타가 남음)

94. 발리 섬의 장례의식 참관

95. 아마추어 햄 무선국의 회원이 될 것

96. 자기 소유의 천체 망원경 세우기

97. 저서 한 권 갖기 (나일 강 여행에 관한 책을 출판했음)

98. '내셔널 지오그래픽' 지에 기사 싣기

99. 몸무게 80kg 유지 (현재까지 잘 유지하고 있음)

100. 윗몸 일으키기 200회, 턱걸이 20회 유지

101. 프랑스어, 스페인어, 그리고 아랍어를 배울 것.

102. 코모도 섬에 가서 날아다니는 도마뱀의 생태를 연구할 것

103. 높이뛰기 1m 50cm

104. 멀리뛰기 4m 50cm

105. 1마일을 5분에 주파하기

106. 덴마크에 있는 소렌슨 외할아버지의 출생지 방문

107. 영국에 있는 고다드 할아버지의 출생지 방문

108. 선원 자격으로 화물선에 승선할 것

109.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전권 읽기 (현재까지 각 권의 대부분을 읽음)

110. 성경을 앞장에서 뒷장까지 통독하기

111. 셰익스피어,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찰스 디킨스,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애드가 알렌 포우, 루소, 베이컨,헤밍웨이, 마크 트웨인, 버로우즈, 조셉 콘라드, 탈메이지, 톨스토이, 롱펠로우, 존 키이츠, 휘트먼, 에머슨 등의 작품 읽기 (각 저자의 전작은 아니라도)

112. 바하, 베토벤, 드뷔시, 이베르, 멘델스존, 랄로, 림스키코르사코프, 레스프기, 리스트, 라흐마니노프, 스트라빈스키, 토흐, 차이코프스키, 베르디의 음악 작품들과 친숙해지기

113. 비행기, 오토바이, 트랙터, 윈드서핑, 권총, 엽총 ,카누, 현미경, 축구, 농구, 활쏘기, 부메랑 등에 있어서 우수한 실력을 갖출것

114. 음악작곡

115. 피아노로 베토벤의 월광곡 연주

116. 불 위를 걷는 것 구경하기 (발리 섬과 남미의 수리남에서 구경함)

117. 독사에서 독 빼내기 (이 과정에서 사진을 찍다가 등에 마름모 무늬가 있는 뱀에게 물렸음

118. 영화 스튜디오 구경

119. 폴로 경기하는 법 비우기

120. 22구경 권총으로 성냥불 켜기

121. 쿠푸 (기제의 대피라밋을 세운 이집트의 제 4왕조의 왕) 의 피라미드 오르기

122. 탐험가 클럽 회원으로 가입

123. 걷거나 배를 타고 그랜드 캐년 일주

124. 배를 타고 지구를 일주할 것 (현재까지 네 차례의일주를 마침)

125. 달 여행 (신의 뜻이라면 언젠가는!)

126. 결혼해서 아이들을 가질 것 (현재 5명의 자녀를 둠)

127. 21세기에 살아볼 것 (그때가 되면 존 고다드는 일흔 다섯 살이 될 것)


 꼭 꿈이 있어야 하나요?


세상의 수많은 멘토들이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가슴뛰는 삶을 살아라!”고 조언합니다. 그런데 버킷리스트는 특별한 사람들만, 일시적인 이벤트로, 혹은 어른이 되어서 여유가 생길 때에나 실행해봄직한 것이라 생각하게 되는 경우도 현실적으로 적지 않습니다.

“꼭 꿈이 있어야 하나요? 꿈을 좇으라는 말도 때로는, 또는 어떤 이들에게는 압박이 될 수 있어요. 성인으로서 내 생계를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하다고 봅니다. 꿈이 없을 수도 있어요. 없으면 어때요? 그 누구에게도 의지 않고 내 삶을 이어나가는 것 만으로도 대단해요. 대단하다고 칭찬받아 마땅해요. 어디선가 읽었는데요 현대인들은 행복해야한다는 강박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당장 행복하지 않고 꿈을 모르면 어때요. 꿈을 평생 모를 수도 있어요. 그러면 어때요.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면 어때요. 지금 다른 사람에게 피해 안 주고 독립적인 삶을 사는 것만으로도 그대는 훌륭합니다. 평생 꿈을 모르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는 사람이 아는 사람보다 훨씬 많다고 읽었어요. 꿈에 대한 압박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더 중요한 건 현재를 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훌륭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일리있는 말입니다. 한 청춘상담소 SNS에 '다양한 경험을 한다고 꼭 꿈이 찾아지고, 새 진로가 정해질까요?'라는 공식질문에 올라온 한 20대의 댓글입니다. 그 어떤 진단이나 검사, 상담도 현재 자신의 상태를 비추어줄 뿐, 완전하지는 않기에 '어떻게 해야 자신이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을지'는 사실 온전히 개인의 몫입니다. 다양한 경험을 강조하는 것이 한편으로는 누군가에겐 압박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면에서 아이들을 지도할 때에도 정서적인 면을 고려해 좀 더 섬세하게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학교에서 하루하루 충실히 잘 살아가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존중받아야 할 가치가 있음을 말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평범한 일상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기도 하구요.


하고 싶은 꿈을 찾아 가슴뛰는 삶을 현실로 만들기까지는 다소 버겁더라도, 자신을 제대로 이해해보기 위해 여러 관점에서 자기 자신에 대해 탐색해보고, 그러기 위해 일상 생활에서 관심사가 생기면 열린 마음으로 끊임없이 자신의 가능성을 실현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비슷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좀 더 일상 속에서도 소소하게, 자신의 관심사를 풀어갈 방법이 없을까', '아이들에게 좀 더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때 관심사 교육과정에 관심을 갖게되었습니다.  


관심사 중심 교육과정


"교사들이 효과적으로 강의하기 위해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을 끌도록 해야 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수업원칙이다. 이 원칙에서는 수업이 목적이고, 관심이 수단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관계는 이제 바꾸어져야 한다. 수업은 학생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기여해야 한다. 수업은 일정기간 동안만 진행되지만, 관심은 학생의 일평생의 삶 동안 유지되어야 한다."  

(헤르바르트의 교육의 개념 : 수업 · 김창환, (연세 교육연구, Vol.11 No.1, [1998]))


'수업을 위해 흥미와 관심을 끄는 것이 아닌, 수업이 일평생의 삶을 좌우할 학생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기여해야 한다' 독일의 철학자이자 교육사상가인 헤르바르트의 수업과 관심(흥미)에 대한 이 해석을 '교육계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고 독일의 저명한 교육학자 놀(H. Nohl)은 표현했습니다.


헤르바르트에게 있어 '수업(Unterricht)과 교육(Erziehung)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교육행위'이고, '수업없는 교육'은 논의의 대상으로 삼지도 않았을 뿐더러 '교육적인 수업(erziehender Unterricht)'에 주관심을 기울였다는 점에서는 필자가 제안하는 바와는 다소 차이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을 이끌어갈 수 있는 또다른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출처] https://www.npr.org/sections/krulwich/2011/11/18/142467882/leonardos-to-do-list


'일상에서 관심사를 찾아 평생 그 호기심을 충족시키며 자신과 세계를 향한 탐색을 해온 사람에는 누가 있을까?' 그 예시를 찾다가 놀라운 자료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누군가의 수첩에 적힌 할일 목록(To Do List)인데요. 누구의 것일까요?

 - 밀라노를 그린다.
 - 안토니오에게 요새에서 낮과 밤에 포가 어떻게 배치되는지 물어본다
 - 지아네토가 만든 석궁을 살펴본다.
 - 수력학 대가를 찾아가 수문, 수로, 방앗간을 롬바르트 식으로 고치는 법을 알려 달라고 한다.
 - 태양 측량법을 물어본다. 지오반니 프란세세가 알려주기로 했다.
 - 밀라노와 인근 지역을 측량한다.
 - 밀라노의 성당을 다룬 책을 찾는다. 코르두시오 가는 길에 있는 문구점에 있을 것이다.
 - 코르테 베키오의 측량값들을 찾는다.
- 삼각형의 면적 구하는 법을 알기 위해 《산술학》책을 구한다.
- 베네데토 포르티나리에게 플랑드르에 얼음을 깔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물어본다.


정답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거장이라 불리운 그는 회화, 건축, 철학, 시, 작곡, 조각, 육상, 물리학, 수학, 해부학 등 다양한 분야에 능했습니다. 그가 자신의 노트에 적어 놓은 '할일 목록'을 통해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에서부터 석궁 작동법, 플랑드르에서 스케이트를 탈 수 있게 하는 법에 이르기까지 온갖 것을 알고 싶어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처음엔 범인들은 감히 범접도 할 수 없는 위인의 사례이기에 좋은 예시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일상 속에서도 이렇게 다양한 ‘관심사’를 갖고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으로 평생을 부단히 움직이고 노력하며 살아온 그 삶의 단면을 본 이상, 그를 그저 다재다능한 천재로 단정지을 수만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삶을 통해 교육과도 접목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헤르바르트의 ‘수업이 일평생의 삶을 좌우할 학생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기여해야 한다’는 말이 울림있게 다가왔습니다. 이는 더 나아가 학생 각 개인에 맞는 맞춤형 수준별·개별화 수업과도 연결지을 수 있는 가능성까지 열어주었습니다.


어떤 일에 대한 관심의 정도는
    관련 일을 수행하는 추진력의 크기를
결정한다.              

   듀이(Dewey) 「교육에서의 관심(interest)과 노력」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어떤 일에 대한 관심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에 따라 그것을 추진하는 힘의 크기도 달라지게 됩니다. 아마 다들 한번쯤은 직간접 경험해보셨을 겁니다. 좋아하는 선생님의 과목은 더 신경써서 열심히 공부하게 된다거나, 무언가에 빠져 밤새는지도 모르고 책을 읽거나, 만들기나 조립에 정신없이 빠져들거나, 관심분야와 관련된 자료를 끝없이 수집해보는 것처럼 말이죠.

interest
영어발음 미국/영국 [íntərəst, -tərèst]
뜻 ①관심 ② 이자 ③이해관계


광주교대 박남기 교수는 열정을 갖고 배우게 하는 법 : 학생 ‘관심 중심 교육과정’ 운영이라는제목의 글에서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듀이가 말한 ‘interest’를 ‘흥미’로 번역하여 ‘흥미 중심 교육’이라고 소개하였는데, 흥미가 자칫 ‘재미’로만 오해될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합니다.


듀이는 자신이 주장한 학생 관심 중심이라는 말을 전통적인 흥미나 재미중심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학생들이 재미없어 하는 교과내용을 흥미꺼리로 포장할 경우 학생들은 배워야 할 것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포장으로 사용한 ‘재미있는 이미지’나 이야기에만 주의를 기울이고 이를 받아들일 뿐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Dewey,1913: 5). 그가 주장하는 관심 중심 교육은 교과내용과 학생들의 관심이 직접 연결되는 교육을 의미한다. 배움의 대상이나 내용이 학생들의 관심과 직결되어 있어야 학생들이 자발성과 열정을 가지고 배움에 임하기 쉽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배워야 할 지식,역량, 인성, 학습법을 가르칠 때 어떻게 해야 학생들이 더 열정적으로 몰입하여배우고자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 어느 정도 또렷이 보인다. 요새 시도되고 있는 ‘재미있는 학교’ 만들기 결과 일부 학교가 ‘재미있는 놀이터 –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재미있게 노는 곳 - ’로 전락하기도 하는데 이는 ‘흥미중심’에 대한 오해나 적용미숙에서 비롯된다.

(박남기, 열정을 갖고 배우게 하는 법 : 학생 ‘관심 중심 교육과정’ 운영)


실제로 듀이(Dewey, 1913)가 「Interest and Efforts in Education」에서 말하는 ‘interest’에는 학생들의 절실한 관심사와 심각한 고민거리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은 관심사 교육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대목입니다. 학생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마을 살리기, 환경오염 줄이기 등의 주제는 왕따, 학교폭력, 성적, 무기력증, 친구, 이성문제, 화장, 연예인 관심 등 자신이 직면한 문제에 비해서는 처음부터 관심을 갖기 어려운 것이기도 합니다.


수지고등학교 체인지메이커 동아리 ‘콤마’ 학생들이 직접 기획, 참여한 ‘힐링나눔프로젝트’는 그 이해를 돕는 현실적인 예시가 될 것입니다. 모둠활동이 중요해진 고교 생활에서 무임승차하는 일부 친구들 때문에 서로 얼굴 붉히는 상황이 많아지자, 손편지·비타민·컬러링북 도안·팔찌등 ‘힐링키트’를 만들어 친구들과 나누며 서로를 다독이는 프로젝트입니다. 특히 키트는 학생들이 받는 이를 정해서 혹은 자기 자신에게 편지를 쓴 뒤 콤마에 건네면 힐링키트에 편지를 넣어 배달해주는 방식으로 나눠줬는데,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란 책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익명으로 편지를 보내 고민을 말하면 답장해주는 내용인데, 의미 없는 답변일지라도 그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 위로받는 걸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출처]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801343.html#csidx84896c512f6dd18b3474dbcbd7a3d55


학교 계단에도 위로와 공감 메시지를 나누었습니다.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대, 하지만 괜찮아, 나도 호락호락하지 않으니까’, ‘지금 많이 힘들어? 그런데 신은 견딜 수 있을 고난만 준대, 넌 참 큰사람인가보다’, ‘문어지지마, 내가 보기보단 강아지, 인생은 다 그런 고래, 이 또한 지나가오리’ 등의 문구를 아기자기한 그림과 함께 담았습니다.

[출처]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801343.html#csidx84896c512f6dd18b3474dbcbd7a3d55


이처럼 학생들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거나 프로젝트를 수행하려면 아이들이 스스로 주제를 찾고, 모둠을 구성하고, 주제를 탐구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절실한 관심사가 아닌 주어진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책을 탐구해야 할 때에는 학생들이 능동적이기 어려울 수 있으니까요.

또한 창체활동만이 아니라 일반 교과에서도 학생들의 관심사가 연결되도록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이끌어간다면, 학생들이 학교에서의 배움에 좀 더 열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처음엔 개인적 문제에서 시작하더라도, 점차 학급, 학교, 지역사회, 그리고 국가와 세계로 그 범위를 넓혀갈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할 것입니다. 가까운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멀리 규모가 큰 문제로 시야를 넓혀가는 것이죠. 이렇게 나아가다보면 공부의 범위는 점점 넓어져갈 것입니다.


관심사 중심 교육과정의 사례


학생 각자의 관심사를 발견하고, 적성, 소질을 지속적으로 키워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현재의 교육에서 가장 맹점으로 꼽힙니다. 혹자는 교실붕괴의 원인을 국가가 학생들에게 배우기를 원하는 내용과 학생들이 배우고 싶어하는 내용 간의 불일치, 학교의 관성적 수업방식과 학생들이 참여, 몰입할 수 있는 배움방식 간의 불일치로 꼽기도 합니다. 그것이 학교교육에 의미를 느끼지 못하고 수업을 외면하게 하는 핵심적인 이유로 보며, 수업이 학생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기여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를 보완할 방법은 없을까 궁리하며 현재 실행되고 있는 좀 더 다양한 사례들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공교육 내에서 뿐만 아니라 국내외 개인, 소셜벤처의 사례와 유아~대학생까지 그 범위에도 제한을 두지 않았습니다.


사례 1 대학생

대학생들의 꿈을 키워주는 열정대학이라는 소셜벤처(대표 유덕수)는 각자의 관심사를 과목으로 만들어 실행해보는 방식으로, 10년간 꾸준히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청춘들의 관심사를 과목으로 만들어주는 진로교육프로그램입니다.


‘잘먹고잘살기학과‘

‘버스킹학과’

‘알통학과’

‘습관고쳐볼과’

‘얼리버드 프로젝트(학과)’


지금까지 전통적인 학교에서는 짜여진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하였다면, 이 곳에서는 이를 뒤집어 대학생의 관심사와 버킷리스트를 과목으로 만드는 방식이죠. 학생들은 입학하자마자 먼저 버킷리스트를 100개 이상 작성합니다. 이 중 좀 더 깊이있게 공부하고 싶으면 그것을 전공과목으로 개설하여 관련 분야 독서와 전문가 인터뷰, 프로젝트(플래시몹, 영상제작, 여행등을 포함한 본인이 정하는 방식)가 필수이며, 다른리스트들은 선택과목으로 만들어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사례 2 중고등 (해외)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MUSE 학교에서 운영하는 열정기반교육과정 (Passion-Based Curriculum)도 교육과정에서 가르쳐야 할 학습 내용에 학생들의 관심을 연계하여 모든 과목에서 모든 교사가 학생들의 관심에 맞는 개별화 활동 수업을 디자인합니다. 더 나아가, 개인이 가지고 있는 관심을 더 깊이 탐구할 수 있는 프로젝트(Indivisual Passion Project)를 한 학기동안 진행하며 동료의 피드백과 점검을 통해 더 발전시켜 나갑니다. (출처 : Z세대를 위한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 유쓰망고 x C Program)


사례 3 유초등

'장래희망 No! 지금희망 Yes!' 글에서 소개한 아이들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관심사와 버킷리스트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방식대로 계획하고 실행해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버크베어 (유기농 농부, 11세)

바른 먹거리 바로알리기 학과  

-또래친구들에게 유해 인스턴트음식 알리기
-유기농 농부 인터뷰하기
-Food System에 대한 도서 탐독하기
-‘우리의 Food System은 무엇이 문제인가?’주제로 TED 강연 연사


아이리스 그레이스 ('5살 모네'라 불리는 어린이 화가)

나만의 전시회 학과

- 엄마의 권유로 그림 시작(with 고양이)
- 전시회 위한 작품 완성
- 홈페이지에 올린 작품들 책으로 출간


이현우 (초등학생 역사 덕후)

역사바로알리기 학과

- 조선의신분제도 연구
- 시장 떡집에 가서 인절미의 역사에 대해 알려드리기
- 사극 드라마 통해 역사 공부하기
- 한국사능력검정시험 1급
- 경복궁에서 역사특강


사례 4 중고등 (국내)

인천 신현고등학교의 「학생 흥미 중심의 교과 선택 교육과정 사례」에는 대표적인 선택과목으로 법과 정치, 가정 과목이 소개되어 있다. ‘법과 정치’는 “단원별로 정책적인 문제점과 제안 주제를 학생들 스스로 결정하여 의견을 수렴하고, 문제점 도출, 여론 조사와 토론 등의 방식을 거쳐서 만든 제안서를 관련 기관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법과 정치’의 경우에는 정책 관련 문제를 선택할 때 지역사회와 공동체의 문제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당장 절실하게 생각하고 있는 문제도 포함시키도록 허용하고 독려할 필요가 있다. 가령 요새 심각하게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에 대한 법적 대응 같은 것을 그 주제로 내세워도 허용한다면 학생들의 제안서 만들기 활동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가정 과목에서는 “조상들의 생활상과 옛 풍습을 체험할 수 있도록 직접 장을 만들고 학교 옥상의 장독에 보관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장이 제 맛을 낼 즈음에는 창업 과목과 접목하여 장을 직접 판매해보는 수업을 진행한다.”고 되어 있다. 가정 과목은 생활 관련 과목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절실한 관심사를 포함시키기가 더 쉬울 것이다. 학생들이 가정 과목의 내용과 목적을 감안하여 자신들의 절실한 관심사를 선택하고 이를 탐구 주제로 삼도록 유도하면 더 적극적으로 학습활동에 참여하고, 더 많이 배우게 될 것이다.

(박남기, 열정을 갖고 배우게 하는 법 : 학생 ‘관심 중심 교육과정’ 운영)


사례 5 온라인 (해외) 칸랩스쿨 

'칸 아카데미' 설립자인 살만 칸이 만든 오프라인 학교, 칸랩스쿨은 '사람은 각자 배우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학교가 개개인의 능력에 맞게 가르쳐야 한다'는 살만 칸의 교육철학에 따라 '개인 맞춤형 학습'을 추구합니다. 정해진 커리큘럼이나 학년 구분없이 무학년제를 표방하는 수업은 학생간의 협업을 통한 프로젝트 중심으로 진행됩니다.성별, 종교, 국적, 경제 수준 등에 상관하지 않고 서로 다른 환경의 학생들을 받습니다. 저학년과 고학년으로 나누어 수준에 따라 각자 다른 과제를 부여합니다. 오전에는 개별 진도에 맞춰 실험실이나 스튜디오에서 수학, 작문, 컴퓨터, 과학을 자율적으로 공부하고 오후에는 정원 꾸미기, 명상 등 신체적, 정신적 활동을 주로 합니다.



관심사 교육과정 바탕의 맞춤형 수준별·개별화 수업 2로 이어집니다.

▶ 더 자세한 내용은 출간될 책(백다은의 교육상상 Reimagine Education)과
원격연수 티쳐빌 www.teacherville.co.kr 에서 추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해볼 수 있는 활동자료도 함께 제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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