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교에 대한 유토피안적 상상, REIMAGINE EDUCATION
The best art is never finished.
누구보다 학교를 바꾸고 싶은 사람은 교사입니다. 미래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창하는 사람들에겐 적어도 학교가 생활의 공간은 아닐 테니까요.
앞서 피봇팅(pivoting)을 통해 미래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기는 했지만, 현장 상황을 고려해보면 여전히 요원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열린교육, 혁신교육을 넘어 그 이상을 그리는 미래교육에 이르기까지, 사실 이런 논의가 최근의 것이 아닌, 이미 아주 ‘오래된 미래’이기에 더 착잡해지기도 합니다.
대중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압니다. 지금의 학교를 완전히 뒤엎고 미래사회에 대한 적응을 이유로 새로운 그림을 짜내는 것. 그것만이 환호받을 일인 걸 압니다. 하지만 그저 ‘학교와 교사만 바뀌면 되는가’ 물었을 때, 그를 겹겹이 둘러싼 수많은 장애물들이 일상 속에서 옥죄어왔고, 그런 현실을 조목조목 짚어내고 대안을 말한다해도 그건 그들이 원하는 답이 아닌 것도 압니다. 그래서 교육과 세상을 바꾸고 싶은 많은 교사들은 외롭습니다. 늘 갈증이 납니다.
이야기를 만든다는 건, 그런 의미에서 숨통을 트게 하는 유일한 도피처였으며, 유토피안적 상상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습니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REIMAGINE EDUCATION #1
‘내 꿈은 달라’ (2014)
처음으로 꿈의 학교를 그려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지금보면 부족한 작품인데, 많이 사랑받았습니다. 시중에서의 판매도 꽤 좋은 편이었고, 교사 친구들이 학급이나 학교 도서관에 단체 구매하여 아이들이 읽을 수 있게 해 주었고, 생각지도 않게 지역 교육청, 도서관 등에서 단체로 주문해주신 덕에 과분하게 사랑받았습니다.
사실 아이들과의 진로교육 학급 워크북에서 시작했으나, 동화책으로 바꾸어보자는 출판사의 제안으로 꿈의 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의 이야기로 재구성하였습니다.
이후 연극으로 만들어볼 생각도 있었고, 감사하게도 제안도 몇 군데에서 있었는데 좀 더 완성도를 높일 요량으로 욕심내다가, 다음에 더 좋은 작품을 만든 후로 그 일은 잠시 미루기로 마음먹었습니다.
REIMAGINE EDUCATION #2
‘우리들이 꿈꾸는 세상은 달라요. FLY HIGH’ (2015)
이 책은 영국의 한 초등학교에서 있었던 실화를 듣고 영감을 얻어 만든 것인데, 2014-2015년 이후 교육과 학교에 대한 가치관이 크게 바뀌던 시기였어서 책을 쓰고는 정작 홍보도 한 번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여기저기서 찾아주시고, 특히 학교에서 작품을 각색해 연극까지 했다는 독자들의 소식을 최근에 알고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리고 마음 한 켠에는 미래교육에 대한 상을 그저 상상에만 기대지 않고 좀 더 생생하게, 완성도있게 그려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하였습니다.
[우리들이 꿈꾸는 세상은 달라요]는 현직 초등학교 교사인 저자가 영국 킹스랜드 초등학교에서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를 현장 체험을 살려 동화로 창작한 책이다.
영국 정부가 진행하던 창조적 학습 프로그램(Creative Partnership)에서 학교는 학생들에게 ‘꿈의 교실’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라고 하자, 한 학생이 “낡은 항공기를 이용해 교실을 만들자.”는 의견을 냈다. 이에 교장, 데이비드 로렌 선생님은 학생들이 상상만 하던 ‘항공기로 만든 교실’을 현실로 만들 수 있게 도와주게 된다.
공부에는 별 흥미가 없지만 상상력이 풍부하고 책 읽기를 좋아하는 주인공 서윤이, 어느 날 영국의 한 초등학교에서 비행기로 교실을 만들었다는 기사를 읽은 서윤이가 이 기사를 교장 선생님께 제시하면서 동화는 시작된다.
기존 교육 환경에 젖은 교장 선생님의 무관심에도 비행기 학교는 서윤이의 꿈이 되었다. 공부만 강요하는 학교와 학원 그리고 부모로부터의 일탈을 이어가며, 공부만이 전부가 아닌 새로운 시대를 상징하는 아이콘처럼 등장한 친구 대기를 만나게 되면서 서윤이의 엉뚱한 꿈을 실현해가는 첫 발을 떼게 된다. 아지트와 같은 옥탑방을 중심으로 친구들과 함께 생각하며, 함께 기획하고, 함께 노력하여 비행기 교실, 플라이 하이의 꿈은 끝내...
‘서크라테스 교장실 습격사건, 스카이가 그 SKY가 아니야!, 옥탑방 스티브 잡스와 청출어람 제자들, 우리들의 아지트 탄생, 지금 희망을 시작하는 아이들, 공포의 개학식 전야, 플라이 하이’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출판사 서평 중 발췌)
“그래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지..”
서윤이의 제안으로 아이들은 자신들의 현재 옥탑방의 상황에 대해 SNS에 글을 올렸다.
우선 서윤이는 처음 비행기 학교를 만들고 싶어 교장실에 갔던 에피소드를 자신의 계정에 올렸다.
대기는 ‘어린이들 하고 싶은 거 하세요!’ 라는 메시지를 담은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게 된 이야기를, 민서는 디자인에 대한 자신의 열정과 그동안 만든 작품들에 그간 갈고 닦은 중국어 실력까지, 시경이는 자신이 밴드 친구들과 만든 곡들을, 나리는 한국에 와 독일어 수업을 촬영하면서 겪은 일들을, 방학에 새로 합류한 어린이 발명가 정환이는 자신이 연구 중인 ‘태양열 오븐기’ 발명에 도움을 줄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SNS에 계속해서 글을 올렸다. (‘우리들이 꿈꾸는 세상은 달라요. FLY HIGH’ (2015))
앞으로 출간될 새 3번째 책에는 미래교육과 수업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상을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2020 하반기 출간 예정)
교육학적으로도 완벽한 설계를 하고 싶었기에 미래교육의 지향점을 다룬 연구결과에 저의 색을 입혀 더욱 보강하였습니다.
또한 아이들 각자의 삶이 담긴 살아있는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부던히 애썼습니다. 제자들과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한 캐릭터도 전문 일러스트 작가와의 협업을 통해 몇 년간 다듬었고, 그들의 에피소드도 여러 차례 수정 끝에 완성하였습니다. 좀 더 욕심을 부리자면, 미래학교에 대한 이 상상이 현실이 되는 것까지 꿈꾸면서 말이죠.
Coming Soon!
-학습자 중심을 넘어 학습자 주도
-삶과 연계된 자연스러운 배움
-관심사와 흥미에 따른 개별화 · 다원화된 교육과정
-학교와 세상의 연결학습
-교육전문가와 분야별 전문가의 협력 지원체제
-학습자의 발달단계를 고려한 친환경적 교육환경
-교육격차해소
학습자 중심을 넘어 학습자 주도로
학교 핵심교육과정(core curriculum)에서 기본적으로 습득해야 할 내용에 대해 학습하고 학습자가 학교 안팎을 넘나들며 학습을 주도하면서 학생의 의견을 페다고지의 중심에 두도록 하였습니다. 자신의 관심사와 흥미, 자아효능감, 선행경험, 지식 등에 따라 자신만의 고유한 행복한 교육과정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은 살아있는 이야기입니다.
삶과 연계된 자연스러운 배움
삶과 유리된 탈맥락화된 지식이나 가치에 대해 학습하는 것은 학습자에게 의미를 부여하지 못해왔습니다. 세계 시민으로서 배움 속에서 자신의 삶을 생각하고, 학습자의 삶의 터전이 되는 지역사회와도 연계되어 학습이 이루어지고 있는 각자의 에피소드를 그려냈습니다.
관심사와 흥미에 따른 개별화 · 다차원 교육과정
다차원적으로 구성된 교육과정은 형식 교육과정 (formal curriculum), 프로젝트 기반 교육 (project-based curriculum), 비형식 교육과정 (informal curriculum) 다차원 구조로 구성하였습니다. 글쓰기 독서 예술 체육 탐구 수학 과학 과목 등 공통 기초소양과목에서 쌓은 지식과 기본기를 바탕으로 자신과 커뮤니티를 둘러싼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프로젝트 교육, 좀 더 자유롭게 자신의 영감을 찾아가는 과정을 위해 비형식 교육과정으로 숨통을 트였으며, 의도하지 않았지만 발생한 학습경험에 대해서도 친구들, 교사와의 상담을 통해 공유하게 됩니다.
학교와 세상의 연결학습
미래교육은 형식학습과 비형식 학습의 연결(크로스오버), 학교 밖 세상의 문제해결을 위해 실생활 속의 맥락과 학습 연결(디퍼러닝)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 과정에서 공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홀로그램으로 아인슈타인이나 셰익스피어 등 위인을 만나 이야기 나누기도 하고, 가상기술(VR) 등을 활용해 원하는 곳으로 세계여행을 떠나거나 바닷 속 세계탐구나 화산지형 체험, 역사체험 등도 스토리 속에서 녹여냈습니다. 물론 어메이징한 아이들이 펼쳐낼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죠.
교육전문가와 분야별 전문가의 협력 지원체제
학생들이 학습자 주도형 교육과정을 실시하면서 동시에 개인맞춤형 교육을 위해 학생에게 가장 적합한 학습경로와 교육과정 구성에 대한 전문적인 피드백과 지원을 제공합니다. 가령, 난독증을 학교에서 일찍이 교사가 발견하여 가정에 알리고 전문가와의 유기적인 연계와 협력을 통해 학생에 대한 일관되고 체계적인 학습지원을 해 주는 형태입니다. 또한 학생들의 관심사를 지원해줄 수 있는 교육 전문가와 분야별 전문가 네트워크간의 공동연구와 실천을 함께 수행하는 전문적 학습공동체가 정착되어 있습니다.
학습자의 발달단계나 심리상태를 고려한 친환경적 교육환경
미래 교육공간은 학습자의 발달단계나 심리상태를 고려하여 교육환경도 갖추어져있습니다. 일상 속에서 미세먼지 , 환경오염 등으로 위협받고 있는 현실 이다보니 환경 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공간으로 설계할 필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교육격차해소
미래교육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고 난제입니다. 경제적 불평등 심화로 인하여 교육 불평등과 교육격차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술이 교육에 도입되면서 오히려 기술을 가진자와 못 가진 자의 불평등은 심화되고, 개인이 고립되고 공동체가 쇠퇴될 수 있는 교육환경에서 학습자가 사회경제적 배경이나 학업성취 수준 등에 따라 차별받지 않고 모두 각자에 맞는 배움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교육격차도 해소되기를 희망합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오늘도 여전히 교육 1면은 입시뉴스가 차지했네요. 아이들 스스로가 어릴 때부터 자신의 길을 찾아나서자는 의미에서 ‘장래희망 No, 지금희망 Yes!’, 학교 수업이나 전국 강연 때마다 이 이야기를 해 왔는데, 여전히 희망은 어른들이 아닌 아이들에게 기대해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아이러니합니다.
Reimagine Education, 그런 의미에서 어느 때보다 다채롭고 의미있는 교육적 상상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부족한 저의 이 이야기에 더욱 지혜가 보강되고, 생명력이 붙어 언젠가 현실이 될 날을 그려봅니다.
미래교육 디자인 : Space, Pedagogy, Technology
로 이어집니다.
▶ 더 자세한 내용은 출간될 책(백다은의 교육상상 Reimagine Education)과
원격연수 티쳐빌 www.teacherville.co.kr 에서 추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해볼 수 있는 활동자료도 함께 제공됩니다.
참고자료
김경애(2016). 2035 : 미래교육 시나리오 초 중등교육을 중심으로. 한국교육개발원
도표 이미지 출처
미래학교 체제연구 (경기도 교육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