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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다은 Mar 30. 2016

정지훈 교수님과의 <미래형 인재> 팟캐스트 제작기 5

# 5. 내 아이가 만날 미래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백 : 이제 기업가 정신에 대해 이야기해볼 차례입니다. 페이스북과 각종 SNS에서 돌아다니는 유머를 봤는데요. 학점에 따른 그 아이의 미래 직업이라는 주제였어요. A+를 받으면 교수, 의사, 과학자, A를 받으면 교사나 연구원? F를 받으면 CEO, 학교를 중퇴하면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요?
정 : 스티브 잡스나 마크 주커버그같은 억만장자 기업가 아니었을까요?
백 : 네, 역시, 교수님은 아시는군요.. 모든 중퇴한 아이들이 다 그렇다고 보기에는 좀 무리는 있겠지만요. 카메론 헤럴드라는 유명한 기업가가 2010년 TED에서 강연한 것을 꼭 한 번 보세요. 혹시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를 보며 갈등하고 계신 부모님들께 힘을 드리고 싶습니다.
정 : 제임스 카메론은 집안 3대의 거의 모든 구성원이 기업가인데, 고집이 세고, 주의력 결핍증상, 일명 ADHD를 갖고 있으며, 남의 밑에서 일할 수 없는 특징이 있다고 스스로 말하죠. 보통은 이런 특징을 가진 아이들에게 학교나 병원에서는 ‘주의력 결핍을 치료하는 정신과 약물을 투약하면서 학교의 시스템에 적응하고, 공부를 잘하도록 다독이거나 밀어붙이는 것’을 처방으로 내놓는데요.. 이것이 과연 옳은 방법일까요?
그는 어릴 때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이 무척 힘들었고 아주 어릴 때부터 돈과 사업을 좋아하는 아이였답니다. 남들보다 빨리 움직이고, 게임의 법칙을 파악할 줄 아는 아이였던 거죠. 그는 7살 때 세탁소에 옷걸이를 팔았고, 9살에는 아버지와 함께 자동차 번호판 보호기를 방문판매하였고, 10살 때에는 동네 자동차 가게에서 버려지는 부품들을 모아서 내다 팔기도 했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철저히 공급과 수요, 그리고 고객에 대한 이해가 쌓였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다른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고, 좋은 방향으로 활용될 경우 제임스 카메론처럼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백 : 네, 보통 과학이나 수학을 잘하는 아이, 영어, 혹은 피아노 연주, 운동 등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은 금방 발견이 되죠. 요즘은 소위 영재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이 아이들을 북돋는 시스템이나 교육 방법에 대해 연구도 많이 합니다. 하지만 기업가적인 소질이 뛰어난 아이들을 발견해서 그 자질을 키우도록 교육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야기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요. 저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업가 정신, 하면 정말 말 그대로 사업하시는 분들, 큰 회사를 경영하시는 분들만 떠올렸어요. 하지만 요즘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카톡 음향) 카톡 메시지, 사례만 보아도.. 새로운 서비스나 상품을 만들어내는 기업가 정신이 특별히 타고난 사람들만이 아니라, 일상을 다르게 보려는 시각에서 만들어진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실제로 카톡을 개발할 때 폰을 보면서 휴대폰과 대화를 하셨다잖아요. ‘휴대폰아, 너의 본기능은 무엇이냐?’ ‘네, 주인님. 저는 사람들과 세상과 소통하는 거죠.’
그런 생각하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어릴 때부터 일상의 것들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것이, 세상을 바꾸는 기업가 정신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정 : 일상에서 아이들 교육 중에서 ‘용돈’과 이 기업가 정신을 연결지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아이가 주도적인 기업가 정신을 가진 아이가 되도록 키우고 싶다면, 아이들이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찾도록 가르치거나, 아이들과 협상하라는 거에요. 아이들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찾고 그 일을 하면 얼마를 받을지 부모와 조율하는 거죠. 이걸 통해서 기회를 찾는 기술, 협상하는 기술에 대해 배우게 되고요. 이런 경험들을 친척들, 몇몇 친구들, 기회가 된다면 여러 사람 앞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그 자체로 훌륭한 교육이 되는 것입니다.
백 : 얼마 전에 또 SNS에서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가 부모님께 용돈을 인상해주시기 바랍니다. 기안 결재를 올린 것을 보았는데요. 부모님 싸인도 들어갈 수 있도록요. 그런 것들이 일종의 미래에 대비한 연습일 수 있는 거죠.
또 식당에 갔을 때 무례한 손님이나 서비스 정신이 부족한 직원들이 보이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 카카오톡이나 상품이나 서비스 등의 좋은 사례 등을 보여주고 이야기해주고 ‘너가 이런 것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어떤 걸 만들어 보겠니?’ 이야기해보고..
아이들에게 길러줘야 할 성취력, 끈기, 리더십, 자기성찰, 상호협동, 가치 등.. 이런 것들을 모두 포괄하는 것이 바로 기업가적 자질이니까요. 지금 아이가 부모님의 눈으로 볼 때 마음에 들지 않으시더라도, 아이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기업가적 자질을 키울 수 있게 도와주세요. 아이가 나중에 제임스 카메론처럼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이 될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스마트 부모, 미래 전망대 뉴스입니다. 최근 영국의 한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 25명이 저명한 기초과학 저널에 논문을 발표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런던대학의 신경과학자인 보 로토 박사는 영국의 국립 과학공학 주간을 맞아서, 블랙 오톤 초등학교를 방문하였고, 이 곳에서 그는 벌들이 꿀을 찾는 방법에 관심이 있는 아이들을 모았습니다. 이들에게 자신이 공부했던 벌들과 관련된 연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심도있는 실험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 것입니다. 이 연구를 통해 아이들은 벌들이 꿀의 위치와 색상과 같은 정보를 외울 수 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꿀을 찾아낸다는 것을 밝혀냈고, 이를 정리한 논문이 <바이올로지 레터>에 정식으로 채택되어 세상에 알려진 것이었습니다.
정 : 정말 대단하죠? 물론 연구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저명한 저널에 실릴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고 합니다. 학생들은 기존의 과학 논문을 제대로 리뷰하지도 않았고, 복잡한 통계적 분석은 하지 못했죠. 하지만 이 연구는 매우 독창적이고 과거 어느 누구도 밝혀내지 못했던 점을 파고 들어 근거를 찾아낸 훌륭한 논문이었기에 가치가 충분했던 거죠.
백 :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고, 스스로 앞날을 만들 수 있도록 어른들이 도와주는 것이겠죠. 그런데 교수님, 혹시 이런 이야기 들어보셨나요? 전 정말 이 이야기를 듣고 너무 가슴이 아팠는데요. 2009~2010년 사이에 대치동에서 한참 유행하던 스펙대행이라는 거에요, 주제별로 300만원 정도를 받거나 팀별로 몇 백만원을 들여 스펙을 쌓아주는 건데요. 이런 논문도요. 특정 교수의 논문에 애들 이름을 실어주는 것이었대요. 애들은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는 논문에 이름을 싣기 위해서 대학교수의 연구실을 찾았고, 교수는 실험 한 가지에 아이를 참여시킨 후 논문에 이름을 넣어주는 식이었죠. 물론 나중엔 아이들이 연구 주제를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는 게 밝혀져서 흐지부지해지기 했지만.. 아직도 다른 지역 부모들 사이에서도 종종 나오는 이야기라네요. 정말 속상하고 가슴아픈 이야기입니다.

백 :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그 마지막 주제로 외국어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정 : 앞서 ‘연결고리형 인재’ ‘네트워크형 인재’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요.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 계층간의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재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더 강조하지 않아도 그 중요성을 모를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첫 번째 외국어 능력은 읽기와 쓰기입니다. 보통 외국에 나가서 소통을 못할 것을 우려해 회화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고 봐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외국어로 되어 있는 훌륭한 지식자산을 큰 어려움없이 이해하고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며,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알게 된 외국의 친구들과 글로 세련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외국어로 된 책이나 기사, 인터넷 페이지 등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하는데, 이는 읽기 훈련과 단어 암기, 문장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합니다.
백 : 네, 그런데 여전히 현장에서는 영어 발음이나 보여지는 것에 집착하는 모습이 많이 보이고요. 일부 학원에서는 아이들의 수준보다 몇 단계는 높을, 일상에선 쓰이지도 않을 단어 등을 학부모 과시용으로 쓰고 있죠.
정 : 네,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읽기 능력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외국어로 글을 쓰는 능력이고요.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조리있게 쓰지 못한다면 소통은 실패한 것이나 마찬가지죠.
백 : 교수님은 미국에서도 오래 계셨고,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우수한 게임을 접목해서 영어 교육도 해 오셨다고요?
정 : 네, 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기 위해 약간의 머리를 썼는데요. 먼저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우수한 게임을 접하게 해서 잘 만들어진 패키지 게임의 매력을 알게 한 뒤, 이후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게임으로 아이들의 학습을 유도하였습니다. 이 때 가장 먼저 골랐던 게임은 세계사를 공부해야 게임을 잘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다양한 자료들이 영어로 제시되는 것이었습니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토탈워, 문명 등의 게임이죠.
백 : 네, 이전에도 소개해주신 게임들이네요.
정 : 이 때 한글판이 아닌 영문판을 사서 매일 시간 제한을 두고 게임하게 하였는데요. 단, 해당 게임을 마스터하기 위해 공부하는 시간에는 특별히 제한을 두지 않았어요. 그랬더니 아이들이 영영사전을 이용해서 매뉴얼과 인터넷에 공개된 다양한 외국 사이트를 뒤지면서 자료를 찾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영어 공부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어요.
백 : 저도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면서 학년 단계에 맞게 Science Fair나 뮤지컬 등의 프로젝트를 통해 진행했었는데요. 어떤 공부건 마찬가지겠지만, 동기부여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정 : 네, 맞습니다. 가정에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취미를 파악해서 그것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방식으로도 외국어 학습을 유도할 수 있는데요. 우리 아들은 게임을 좋아하고, 영상에도 관심이 많은데요. ‘애프터 이펙트(After Effect)라는 동영상 제작 강의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이걸 컴퓨터에 설치하고, 이 도구의 사용법을 가장 잘 설명하는 영어 동영상 강의를 찾아 듣기 시작하더군요. 수백개의 뛰어난 동영상 강의에 매료된 아이는 매일같이 이런 강의를 들었고, 급기야는 자신이 궁금해하는 테크닉을 익히기 위해 해당 동영상을 제작하는 미국의 청년에게 직접 이메일과 트위터 메시지를 보내면서 연락을 주고 받았어요. 또 ’히스토리 채널‘과 같이 해외에서 제작된 다큐멘터리를 원어로 듣는 연습도 하고요.
백 : 정말 영어교육의 정석대로 하고 계신 것 같아요. 아무리 시간을 많이 투자하고 비싼 학원에 다닌다 하더라도, 외국어의 필요성을 느끼고 자신이 열정을 다해 노력하는 아이들을 따라잡기는 어려울 겁니다. 처음 실력은 당연히 다소 어설프겠지만, 그런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스마트 부모님들께서 해주셔야하겠죠. 스마트부모, 내 아이의 미래의 미래를 디자인하다. 오늘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라는 주제로 함께하겠습니다. 함께해주신 부모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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