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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다은 Mar 30. 2016

정지훈 교수님과의 <미래형 인재> 팟캐스트 제작기 6

# 6. 내 아이가 만날 미래 (미래를 위한 부모의 역할)

일본의 한 공익 캠페인. 초등학교 미술 시간에 도화지에 계속 검은색만 칠하는 아이가 있었다. 일본광고 이야기다. 주제는 단순하다. 마음속에 생각나는 걸 자유롭게 그려보라고 했다. 아이들은 토끼도 그리고, 장수풍뎅이도 그린다. 그런데 한 아이는 도화지에 검은색을 가득 칠한다. 계속해서 수백 장의 도화지를 검은색으로 칠한다. 정신병원에 끌려간다. 거기서도 계속 칠한다. 거울 뒤에 숨어 지켜보던 의사도 치료가 어려울 거란 표정을 짓는다. 그 때, 한 간호사가 아이가 그린 수백 장의 도화지를 모두 이어 보니 큰 고래였다. 그 애가 이상하다고 병원에 보낸 것이 어른들의 고정관념이었던 것.
백 : 교육의 목적은 미래의 혁신을 준비시키는 것,이 방송을 함께하신 부모님들은 이제 공감하시나요? 세계적인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Thomas Friedman)은 이제는 고연봉에 높은 기술과 지식을 요구하는 소수의 일자리가 있을 뿐, 과거의 비교적 좋은 대우에 중간 정도의 기술이 필요한 다수의 직업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어떤 특정한 일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하기보다는, 좀 더 창조적이고 자신의 길을 찾아갈 수 있는 새로운 교육 철학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칼럼을 <뉴욕타임즈>에 게재하였습니다.

하버드대학의 교육 전문가인 토니 와그너(Tony Wagner)는 미국의 초중고등학교 교육과 대학이 시장에서 정말로 필요로 하는 기술과 능력을 배양하고 가르치는 데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는데요.
토니 와그너는  아이들에게 입시교육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혁신에 대한 준비’를 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데요. 최근 기업에서 요구하는 인재상도 바뀌고 있는 것도 무관하지 않은데요. 모르는 지식이야 가르치면 되지만, 문제를 찾아내는 능력과 찾아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행에 옮기는 태도는 오랜 교육과 경험을 통해 숙달되지 않으면 쉽게 얻을 수 없습니다. 미래를 대비할 인재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바로 이런 부분이지, 알량한 지식 덩어리가 아닌 것입니다. 오늘은 미래를 위한 학부모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해봅니다.
정 : 현재와 같은 변화 속도에서 제자리에 안주하다가는 그 직업을 오래 유지하고 좋은 대우를 받기가 어렵습니다. 자신의 직업을 재창조하고,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사회에서의 가치가 떨어지고, 심하면 직업을 잃게 될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안정된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의사나 공무원, 그리고 대기업 직원이라도 이제는 안심할 수 없거든요. 결국 혁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곧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백 : 그런데 종종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그렇다고 해서 기초적인 지식을 등한시하라는 메시지는 아니신 거죠?
정 : 네, 기초적인 지식이 필요없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언어적인 능력과 수리력 등 기초적인 지식없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가르치는 끝없는 반복 학습과 점수를 위한 과도한 암기, 기계적으로 문제 풀이를 반복해 훈련시키는 교육은 그 정도를 지나쳐도 한참 지나쳤죠. 토니 와그너는 기초 지식과 함께 동기(motivation)와 기술(skills)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요. 무엇보다 동기가 가장 중요한데, 동기는 바로 열정의 근원이 됩니다. 나이가 어릴수록 동기부여가 잘 되는데요.
백 : 특히 연령 특성상 호기심이 많고, 위험을 감수하려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겠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기술을 끊임없이 익혀나갈 수 있는 나이대니까요.
정 : 네, 이제 가정과 학교에서는 생동감이 떨어지는 일방적인 지식 전달이 아니라,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 ‘동기’를 찾는 방향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해 나가야 합니다.
백 : 교수님께서 늘 강조하셨던 공감이나 놀이와 같은 하이터치 능력이 뛰어난 사람에게 유리한 미래가 오기 때문에 오히려 꽉 막히고, 학습 능력 위주로 공부만 한 아이들이 불리할지도 모른다고요.
정 : 네, 지성에 대한 시각이 다양해지는거죠. 켄 로빈슨은 교육을 통해서 이히게 되는 지성에 대해 세 가지 시각을 제시하는데요. 첫째, 지성은 다양하다. 둘째, 지성은 역동적이다. 셋째, 지성은 독특하다.
백 : 자, 오늘 아주 특별한 이야기를 준비했는데요. 뮤지컬 “캣츠”와 “오페라의 유령” 안무를 담당한 질리안 린(Gillian Lynne)를 인터뷰한 사람(켄 로빈슨)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어느 날 질리안과 점심을 같이 먹으면서 물어봤어요. “어떻게 해서 댄서가 되셨어요?”
그랬더니 흥미롭게도, 학창시절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각 과목 점수가 엉망이었다고 해요. 1930년대였는데, 어느날 그녀의 어머니는 학교로부터 ‘질리안은 학습장애가 있는 것 같다’는 편지를 받았다고 합니다. 집중을 못하고 안절부절못한다고 하는 것인데, 오늘날이라면 ADHD,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 진단을 받은 거겠죠. 그래서 의사를 찾아갔는데, 통나무 판자로 된 방에 들어가 의사와 어머니가 학교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어요. 그녀의 문제라는 것은 숙제를 늦게 내고, 다른 사람들을 귀찮게 하는 그런 것들이었습니다. 대화가 끝나자, 질리안 옆에 다가가
 “잠깐 어머님과 따로 얘기를 나눠야 될 것 같아. 어머니와 둘만 나갈테니 너는 여기서 기다려줘”라고 하고 방을 나갔어요. 방을 나가면서 의사는 책상 위에 있던 라디오를 켜고 나갔습니다. 방에서 나온 의사는 어머니에게 딸을 관찰하도로 하게 했죠. 의사와 어머니가 방을 나오는 순간, 질리안은 일어나 음악에 따라 마음대로 몸을 움직이고 있었어요. 몇 분 관찰하던 의사는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어머님, 질리안은 문제아가 아니라 댄서입니다. 댄스 학교에 보내주세요.” 그 후에 어떻게 되었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이렇게 답했어요.
“결국 보내주셨어요. 얼마나 환상적이었는지 표현할 수가 없어요. 저 같은 사람들이 있는 교실에 들어갔는데, 저처럼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는 사람들, 생각을 하기 위해 몸을 움직여야 되는 사람들로 꽉 차 있었죠.” 몸을 움직여야 하는 사람들. 발레, 탭댄스, 재즈댄스, 모던 댄스 등 현대적 댄스를 하는 사람들이었죠. 그녀는 로열발레학교에 오디션을 보게 되었고, 합격 후 솔로댄서로서 훌륭한 커리어를 쌓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로열발레학교를 졸업한 후, 그녀는 ‘질리안 린 댄스 컴퍼니’라는 회사를 세우고, 그 후 그녀는 역사상 최고의 뮤지컬들을 책임지고 수백만 병에게 즐거움을 주었고, 백만장자가 되었습니다. 만일 그 때 그 의사가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났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약을 처방하고 진정하라고 꾸짖기나 했겠죠.
백 : 앞의 인터뷰 내용에서 들으신 것처럼요, 아이들을 가르치는 기본 원칙을 다시 생각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상상력이라는 재능이고, 이 재능을 현명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그 능력을 발굴하고, 그 풍부함을 깨닫고, 아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죠. 이것을 결국 어떻게 motivation, 동기를 부여할 환경을 만들어주느냐의 문제입니다.
정 : 유네스코에 의하면, 역대 대학 졸업생의 숫자보다 앞으로 30년동안 졸업생 숫자가 더 많을 것이라고 합니다. 요즘 학위의 가치는 옛날과 동일하지 않은데요. 이는 결국 교육제도의 전체적인 구조 변화를 유도하게 될 것입니다.
정 : 토니 와그너는 아이들의 동기를 끌어내기 위한 중요한 세가지 원칙으로 3P, 즉 놀이(Play), 열정(Passion), 목적(Purpose)를 표현했는데요. 선생님이나 부모들이 학생들이 잘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더욱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하며, 학교의 시스템은 혁신을 쉽게 할 수 있는 협업문화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또한 단순한 지식을 테스트하기 위해 서로를 경쟁자로 두고 시험을 보기보다는, 어떤 문제를 같이 풀어내기 위해 협업하는 지혜를 가르치고 문제를 해결한 뒤의 성취감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훨씬 좋은 교육 시스템이죠. 또한 학생들은 자신들이 일구어낸 성취와 배운 기술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백 : 저희가 지금까지 여러차례 강조해온 내용들인데요. 프로젝트 학습이나 포트폴리오 작성, SNS상에서의 디지털 포트폴리오 작성 등 개인이나 일부의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만, 개인의 노력만이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이런 체계적인 시스템을 어릴 때부터 접할 수 있도록 도입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른들이 이런 과정에서 도움을 주어야 할텐데요.


아이들을 작은 어른으로 보는 시각이 그 노력 중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지난 번에 세계적인 저널에 논문을 발표한 초등학생들 이야기 들려드렸잖아요. 그 중 한 학생이 공개 석상에서 남긴 이야기 들어보실게요. 제가 읽어드릴게요.
이 프로젝트는 저를 정말로 흥분시켰어요. 왜냐하면 그건 제 삶에 발견의 과정을 가져다 주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누구나, 어느 누구나 뭔가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어요. 한 사람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방법을 바꾸는 것은 쉬울 수도 어려울 수도 있지만요. 어느 누구나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단지 기회가 필요할 따름이에요.
백 : 교수님, 이 아이가 말한 기회라는 것요. 지금 말씀하신 동기부여도 있지만, 또 한가지 굉장히 인상깊은 이야기를 남기셨는데요.
정 :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 이야기를 하게 내버려두라는 거요?
백 : 네, 맞아요.
정 : 세계적인 동화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자넷 크로소작은 그의 천직을 ‘상상력’이라고 표현하고, ‘상상력’이 자신의 인생을 구했다고합니다. 그녀는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함께 지냈는데, 그의 창의적인 노력을 언제나 지지해주었다고 합니다.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다소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던 그는 어느날 학교에 방문한 작가가 그의 그림을 보며 “고양이 잘 그리네”라는 사소한 한 마디 때문에, 초등학교 3학년 때 동화책을 쓰고, 그 계기로 평생 작가라는 직업을 갖게 되었어요.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특히 귀기울일만한 이야기들이 있는데요..
백 : ‘단어와 그림이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도록 내버려두라.’라는 이야기죠?
정 : 네, 그것이 바로 창의력을 기르는 핵심입니다. 상상력이 풍부한 영화감독인 팀버튼은 눈에 띄는 냅킨이나 연습장 등에 끊임없는 무언가를 스케치하고 그림을 그렸다잖아요.
백 : 저희반 아이들 중에도 자와 지우개, 연필, 고무줄 무언가 특이한 발명품을 만들고, 연습장에 끊임없이 뭔가 게임과 캐릭터들을 만들어내는 놀이하는 아이들이 보이는데요..
그리고 직접 자기가 뭔가 만들지 않더라도 짐 벤튼의 <엽기 과학자 프래니>라는 우리반 학급문고가 인기짱인데요.. 아이들의 문화와 재능이 더 이상 어른들에 의해 망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정 : 백선생님, 더 재미있는 게 뭐냐면요. 자넷 크로소작의 재능을 외할아버지가 알아보시고는, 자넷을 지역 예술 박물관의 예술 수업에 보내주도록 하신 거에요.
백 : 당연히 열심히 참여했겠군요.
정 : 그럼요. 예술과 관련한 공부와 활동을 좋아했으니까요. 초등학교 6학년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 많게는 세 번씩 박물관 예술 수업을 들으면서 비슷한 열정을 가지고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다른 아이들과 만났다고 해요. 학교에서는 또 학교 신문사에서 3년 반동안 만화가로 일하는 기회를 얻었고, 재미있는 캐릭터로 학교 친구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도 하고.. 자신의 열정을 다지는 시간이었겠죠. 또 그 미술관 선생님이 아주 좋은 분이었던 게, 그가 엑스맨이나 스파이던 맨 같은 인물들의 근육 등을 그리는 팁과 만화를 잘 그리는 방법에 대해 다룬 책들을 파고들 때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해요.
“너는 이미 좋은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너의 기술을 잘 활용해야지, 남에게서 배운 대로 그리지 마라. 너의 방법으로 그림을 그리고 그 방법을 지켜내라. 너는 충분히 잘할 수 있어.“
백 : 정말 감동적이네요. 저는 그의 이야기에 대해 읽어보면서, 재능보다 더 중요한, 용기라 해야 할까요.. 나무를 열 번 찍고야 마는 그 근성을 더 칭찬해주고 싶어요. 그걸 어릴 때부터 길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지금은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지만, 한 때는 여러 출판사의 편집장과 디자이너에게 매번 거절당한 적도 있다고요. 그런데 끈질긴 노력으로 세계적인 출판사인 랜덤하우스에서 결국 책을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잘자, 몽키보이 Good Night, Monkey Boy>라는 작품으로, 그는 단숨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습니다.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기회를 얻지 못함에 한탄하지 않고 꾸준히 도전한 인내와 긍정적인 마인드가 모두 하나로 합쳐져서 멋진 예술가로 탄생한 것 같네요.
정 : 그리고 그 처음 시작을 보면, 그가 어린 시절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고, 무엇인가 그 일에 매진하도록 만든 계기는 바로..
정, 백 : (동시에) 어른들의 말 한 마디
백 : 였습니다. 우리 모두가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지금, 정지훈 교수님은 그 답은 생각보다 명확하다고 하셨어요. 이 방송을 듣고 계신 청취자 여러분들에게 음성 편지 형식을 통해서, 그 메시지를 전해주시겠습니다.
정 : <내 아이의 미래를 디자인하다.> 팟캐스트 청취자 부모님들께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같지만, 말 한 마디가 아이의 미래를 바꿀 수 있습니다.
자신이 사랑하고 잘하는 것을 발견한 뒤 사회와 소통하면서 꾸준히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심성과 태도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자질을 가지고 있고 열심히 그 일에 매진해도, 실제로 목표로 하는 것에 도전하는 실행력이 없거나 생각하는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중도에 쉽게 포기해서는 성취하기 힘들 것입니다. 어려서부터 이런 점들을 길러주십시오.
아울러 언제나 용기를 얻을 수 있도록 지지하는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부모와 교사의 역할은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닙니다. 아이가 긍정적인 마인드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향해 정진해 나가고, 언제나 주변과 소통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심어주는 것이 아이로 하여금 불확실한 미래를 개척하고 행복한 삶을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백 : 네, 이렇게 교수님과 어린이 인생학교 학부모편을 함께 만들어보았는데요. 정지훈 교수님의 <내 아이가 만날 미래> 책 더 많은 분들이 꼼꼼하게 읽어봐주셨으며 합니다. 교수님, 저의 용감무쌍한 팟캐스트 제작 요청에 선뜻 응해주시고, 이렇게 녹음을 성공적으로 마쳐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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