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드디어 인간의 성악설을 믿기로 했다

인류애 상실

by 서호

나는 드디어 인간의 성악설을 믿기로 했다.




*노필터 _불편하시면 읽지 마시고, 후퇴 바랍니다.

시비사절합니다.


605호 김재하.

"체크인 도와드릴까요? 성함이?"

봄날 들판의 꽃처럼 활짝 웃는 내게 불만이 덕지덕지 붙은 얼굴로 방구석 바퀴벌레에게 얘기하듯 대답하던 그였다. 나는 인내하며 더욱 따뜻한 목소리로 응대했다.

"흡연은 화장실에서 부탁드립니다. 6층입니다."

그리고 뒤돌아 엄마께 말씀드렸다.

"왜 화가 났지? 왜 사람들은 저렇게 상대를 대할 때 잔뜩 찡그리고 툴툴거릴까요?"

뭐 속상한 일이 있나 보지.


주차가 엉망이어서

"사장님~ 몇 호 계세요? 605호요? 주차선이 물리고 입구를 막고 있어서 차를 다시 주차해야.."

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쩌라고?"

ㅋㅋㅋㅋㅋㅋ 아놔.

역시!



체크인 때 바로 칼차단 했어야 했는데.

어디서 빰맞고 나한테 화풀이하는지.

"공손하게" "서비스업종에서"



제발 너부터 해라.

내가 공짜로 구걸했니?

난 방을 파는 숙박업 자일뿐이란다.

넌 방 사용료를 내고, 내가 내어준 방을 쓴 사람에 불과해.

니는 나한테 욕하고, 반말하고, 소리치는데 나는 계속 눈 닫고, 귀 닫고, 입 닫고 미소 짓냐?

32000원짜리 숙박업소에서 무슨 서비스를 더 바라니? 어찌 어깨라도 주물러드려?

그래놓고 울 엄마가 오시니

"사장님이세요?" 이 지랄.

아우.

종업원이면 함부로 대해도 되고?

인성 하고는.

결국 경찰이 오고서야 끝난 사건.

환불 조치.

9년 가까이 운영하면서 처음으로 손님과 큰소리로 싸워보았다. 인간의 성선설을 믿어왔던 나였건만.





더러운 돈은 또 다른 더러운 돈을 불러온다. 부정적인 돈은 되돌려주는 게 답이다.


어느 회장님의 말씀을 상기한다.


"우리 직원에게 무례한 손님은 받지 않겠습니다. 우리 직원이 손님께 무례할 경우 즉시 내보내겠습니다. 상품과 금전은 동등한 등가교환입니다"



2025년 5월 21일 <모텔일기>

나는 드디어 인간의 성악설을 믿기 시작했다.
모텔 운영 8년 차
인류애는 한 방울도 남지 않았다.
기부하고 있던 기관들부터 정리했다.
그들을 위해 흘릴 눈물도 말랐다.
누가 누굴 돕지?
세상이 아름답다고?
어디가? 누가?
악해질 테다.
세상은 상냥한 사람에게 모질다.
좋다.
해보자.
온몸에 바늘을 꽂고 직각으로 치겨 세우리라.
더러운 감정으로 만든 돈은 또 다른 더러움을 안고 굴러간다. 병든 싹은 잘라내야지.
앱사이트에 해당 고객의 방값을 환불 조치한다.
지긋지긋하다.
너 잘난 사람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것.
도도한 척 구는 건 스스로 미숙함을 드러내는 것.


부디.
불친절하고 못난 마음이 내일이면 잠들게 하소서.
다시 따뜻하고 다정한 나로 자리하게 하소서.
참는 것이 아니라 원래 너그러웠던 그런 그런 나로.
제자리로.
나는 늘어진 고무줄이 아니고,
늘어났다 돌아오는 회복탄력성이 좋은 인간이니까.
이대로 끊어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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