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

퇴실시간을 어기는 상습범들

by 서호

#602호

퇴실 시간이 한참 지나도록 나오지 않자, 다시 한 번 더 전화를 돌린다.

모텔을 하면서 알게 된 점은 목소리에도 관상이 있다는 것이다. 높낮이, 속도, 발음, 채도, 사용하는 단어, 성량 등을 들으면 그 사람이 보인다. 이러다 점쟁이 되는 거 아닌감?


602호 어째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CCTV를 돌려보자, 엊그제 방문한 503호 손님이다. 그날도 새벽 5시쯤 취해서 들어왔고, 늦게까지 나가지 않았다. 시간 연장을 하실 거냐고 묻자, 그렇게 한다고 하고 정작 추가한 시간을 훨씬 초과해서 나갔던 사람들이다. 모른 척하고 나가는 걸 보고


“저기요! 추가요금 결제가?”


이렇게 묻자,


“아 맞다.”


어설픈 연기를 했던 커플이다.

팔다리에 색이 진한 문신을 하고, 짧은 탑을 입어서 인상 깊었다.


되감기 한 테이프를 재생하듯, 엊그제와 같은 상황이 펼쳐졌다. 한참 시간이 지나 1층으로 내려오는 커플 오늘도 역시나 로비를 지나친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짐 가져다 놓으러 가요.”


라며 실내 주차장으로 향했다. 실내 주차장으로 가는 길은 정문, 후문, 엘리베이터 앞문 이렇게 세 군데. 그들은 엘리베이터 앞문을 통했고, 나는 정문으로 나가 실내 주차장 쪽으로 향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주차장에 주차된 그들의 차에 시동이 걸리고 후진등이 들어왔다.

살짝 움찔 하는 차 뒤로 내가 다가가 조수석 창문을 ‘툭툭’ 두드렸다.


“잠시만요. 결제할게요. 그냥 들어가 있으세요. 제가 결제하고 갈게요. 5분 안에 할게요.”


그렇게 서서 10분쯤 대기했을까?

그곳에서만 종일 기다릴 수 없어서 물었다.


결제는 어떤 방법으로 하실 거죠? 카드? 현금? 계좌이체인가요?”


그는 돈이 들어올 곳이 있는데 들어오지 않았다며 10분만 더 기다려 달란다. 아니 단 돈 10,000원이 없다고? 사실 핑계로만 들렸다. 떼어먹고 가려고 작정한 모습이랄까?


“아 진짜 안 떼어먹어요. 참, 만 원 가지고.”





그렇게 만 원을 받기로 약속하고 그들을 보냈다. 만 원이라는 돈 자체는 중요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중요했을지도? 어설픈 거짓말로 얕은 속셈을 드러내며 솔직한 민낯을 보여준 602호 커플 앞에서 탁해져 가는 인간의 신뢰성을 맛본다. 동시에 ‘원칙’이라는 명명아래,

만 원을 받아내려는 나 자신의 고집과 그냥 넘어가도 될 일에 에너지를 쓰는 어리석음을 후회한다.







오늘 하루도 사소하고 씁쓸한 만 원짜리 순간들로 채워간다.

그렇게 덧없고 부조리한 순간들을 맞이하며, 인간 본성에 한 발 다가선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그들을 닮아가야 할지, 본래의 나로 서있을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 속에서, 602호의 만 원은 작은 이정표가 되어 저 멀리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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