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호준호

준호의 홀로서기

by 서호

‘순천 테라칸 모텔’ 국내 최초 책 읽는 모텔 일명 #북텔 에는 두 명의 ‘준호’가 교대 근무를 한다.

한 명은 일용직으로 야간 직원이 쉬는 밤에 대타 업무를 하고, 다른 한 명은 후계자의 자격으로 주간 근무를 한다. 오늘은 주간 근무를 하는 후계자 준호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마음이 맞는 직원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세상이 어쩌다 이렇게 변한 걸까? 아파서 결근하는 것도 무단결근하다가 퇴사하는 것도 엄마가 대신 핑계를 대주는 20대 청년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 집 24살만 보아도 한 학원에서 1년 이상을 아르바이트한 것을 보면 말이다.

믿을 것은 가족뿐이다.

시아버님, 남편, 나에 이어 둘째 놈이 이 전장에 투입됐다.

10년간 모텔을 운영하면서 이렇게 일 잘하는 이는 처음이다. 행동도 빠르고, 정확하고, 손님을 응대할 때 넉살도 좋다. 돌발 대처 능력도 훌륭하다. 나도 어쩔 수 없는 고슴도치맘인가보다.

2025년 1월 1일 스무 살의 첫날부터 주말 워밍업을 시작하였다. 대학교가 방학을 하자마자 모텔일이 준호의 첫 직장이 되었다.

그의 첫 출근길, 고2 때 땄던 장롱 면허를 꺼냈다. 아빠와 몇 일간 도로 위에서 씨름하더니 드디어 오늘 홀로 운전대를 잡았다. 집과 일터의 거리는 10km 정도로 차가 막힐 때 30~40분까지 소요된다. 번화가 쪽이라 자동차가 많고, 큰 차들이 이에 질세라 속도를 내고, 배달하는 오토바이들은 곡예 운전을 한다.

사실 캐스퍼를 구매한 것은 우리 부부의 큰 그림이었다. 그 차는 준호가 세상으로 나갈 발판이 될 터였다.

출근길이 어땠냐는 아빠의 질문에 별거 없었다고 시큰둥하게 말해 주는 아이의 퇴근길이 걱정되어 조심스레 문자를 넣었다.

“헬스장입니다.”

곧장 답이 왔다.

순간 안도감이 들었다.

이제 됐구나!

엊그제 주차해 둔 또다른 경차인 ‘레이’를 누군가 박고 갔다. 완전히 찌그러진 차를 보며, 아무리 내가 아끼고 아껴서 관리해도 사고가 날거면 면할 길이 없다는 걸 알았다. 그래. 작은 상처가 나더라도 남이 내느니, 녀석이 스스로 부딪히며 경험하는 것이 낫겠다.

스무 살, 홀로 차를 몰고 출근해서 책임 있게 일을 하고, 퇴근한 첫날! 품 안에만 있던 꼬마 녀석이 거인처럼 느껴진다. 비로소 내가 기댈 수 있는 울타리가 생긴 기분이다. 이제는 내가 아이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나를 지켜줄 거라는 건방진 생각이 들기도.

우리 조상들이 아들을 선호했던 것도 대를 잇는다는 점 이외에 농경 사회에 인력으로 쓰기 위해서였다니 그 기분을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이럴 줄 알았다면 몇 명 더 낳을걸…그러면 지금쯤 모텔 지옥이 아니라 육아 지옥에 빠져 있으려나?

삶은 예측 불가능한 곡예 운전이다. 수많은 변수를 길 위에서 만나며, 자신의 힘으로 강해지는 법을 배운다. 스무 살 준호의 첫 출근길처럼 핸들을 잡은 두 손이 떨리고 무섭겠지만 끝까지 놓지 않고 목적지에 도착하는 용기가 필요하겠다. 내가 아이에게 준 사랑과 믿음이, 그 어떤 철학보다 깊고 단단하게 준호를 지켜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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