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귀신을 속여

모텔 투어

by 서호

모텔하는여자의 모텔 투어

차라리 귀신을 속여!

나는 모텔 하는 여자

여수 여행 중이다

웅... 혼행이라 모텔이다. 이건 일종의 출장 개념이다. 다른 곳은 어떻게 장사를 할까?

인테리어나 전반적인 옵션과 객실 관리, 체크인 등.

원래 여행을 좋아하기 때문에 여러 급의 숙소를 다닌다.

해운대 특급호텔부터 강남의 비즈니스호텔, 시골의 펜션이나 풀빌라, 모텔에 이르기까지 그때그때 상황에 맞추어 숙소 유형을 정한다. 아이들이 자라고 혼행을 하고 부턴 모텔을... 사실 고백하자면 모텔을 하기 전에는 모텔이 너무너무 무서웠다. 모텔을 운영하고 나서는 모텔을 잡는다. 잘만 고르면 가성비 최고다.

오늘의 숙소는 그리하여 모텔.

49,500원인데 골드회원 7,000원 할인하여 42,500원에 투숙했다.

이른 체크인을 하려고 잡은 방인데 이리저리 돌다 보니 5시 정도 체크인 하였다.

들어서자마자 가장 놀란 것은 이불이었다.

여러분께 알려드린다.

이불에 오물이 묻은 것은 세탁 오류이므로 그냥 넘어가시오. 그러나 다림질 선이 없다? 구겨져 있다? 이것은 대부분 재사용!!!! 이제 막 세탁이 끝난 뜨끈뜨끈한 침구는 십자 모양의 선명한 다림질 선이 있음을 밝혀둔다.

막 입실했을 때 이불이 너무 구겨져 있어서 교환 요청을 했다




나는 모텔하는 여자 10년 차다.

꾸깃꾸깃한 이불은 누군가 가랑이 사이에 끼운 채 밤새 뒹굴어야 생길 법한 자국이었다. 만에 하나 세탁업체를 거래하지 않고 자체 세탁을 할 경우에는 구김살이 생길 수(다림질 선이 없을 수 ) 있다. 세탁업체는 세탁 후 풀을 먹여 기계식 다름질을 하는데, 자체 세탁을 하면 이불 덮개를 다리기가 영 성가신 일이 될 테니 말이다.


십자모양의 다림질 선이 있어야 재사용 하지 않은 침구다.




그냥 넘어갈까?

그런데? 머리카락이 너무 많았다. 나는 갈색 파마머린데... 단발의 검은색 머리카락이...ㅜㅜ

니체가 "운명애(Amor fati)"라고, 네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사랑하라고 했지만...


이 꾸깃꾸깃한 이불이랑 남의 머리카락까지 사랑해야 하는 건가? 이건 좀 너무하잖아!

세상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한 '꾸깃함'이 존재하고, 그걸 다 사랑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런 꾸깃함 속에서도 '내 기준'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제 할 일을 하는 것이 진짜 '운명애'의 시작일 것이다.

무례한 손님 될지 미루고 미루다가 전화 하려 하니 전화 전원은 들어오지 않았고, 프론트로 향했다. 프론트 왼쪽에 청소 카트가 세워져 있었다. 정리되지 않은 카트에는 분명 업체에서 배달된 것으로 보이는 달 다려진 이불 덮개가 가지런히 포개어져 있었다. 용기를 내어 안내용 번호로 전화했다.

직원이 당황 하고 방을 교체해 주었다. 교체한 방은 담배 냄새로 찌들어 있었다. 분명 금연실을 예약했건만…그러나 또 바꾸어 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인 데다 담배를 방에서 피우는 사람의 문제지 숙박업소의 책임이 아님을 알기에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나는 모텔을 운영하며 다른 건 몰라도 침구와 수건의 청결을 최우선으로 한다. 그건 진짜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런 숙소 때문에 우리 같은 숙소들이 욕먹는 현실이 너무 화가 난다. 제기랄. 이게 뭐야!

제발 업자들아 우리가 잘하자. 숙소의 품격을 우리 스스로가 떨어뜨리지 말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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