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상 입문 - 지바 마사야

서평

by 백경

《현대 사상 입문》, 낯선 사고방식의 숲에서 길을 잃다


분명 쉽게 쓰였다고는 하는데, 읽는 내내 머릿속은 안개처럼 뿌예졌다.

철학 지식이 아직 얕다는 건 스스로 인정하지만, 절반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던져준 낯선 개념들 사이에서 한 줄기 실루엣은 보였다.


《현대 사상 입문》은 구조주의를 지나 포스트구조주의, 흔히 상대주의라 불리는 사상가들의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1960년대 프랑스에서 구조주의가 문화와 언어를 중심으로 사유의 방식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면, 그 흐름을 비틀고 넘어선 것이 바로 포스트구조주의다. 지바 마사야는 데리다, 들뢰즈, 푸코, 메이야수, 하먼, 라뤼엘 등 이름만으로도 부담스러운 철학자들을, 일견 친절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문체로 소개한다.


내가 이해한 가장 큰 틀은 ‘이항대립’을 전제로, 대립하는 개념 속에서 숨겨진 억압된 의미를 드러내는 작업—바로 ’탈구축(deconstruction)’이다. 이 철학적 방식은 단순한 분석을 넘어, 세계를 읽는 방식 자체를 낯설게 한다. 이 관점을 바탕으로 저자는 각 철학자들의 사유 지형을 탐색해 나간다.


그나마 조금 숨을 돌릴 수 있었던 건 라캉의 장이었다. 쉽다고는 못하겠지만,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개념을 바탕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낯익음이 있었다. 아마도 뇌과학과 심리학 책을 접해온 덕분일 것이다. 라캉의 ‘상상계–상징계–실재계’라는 구조는 난해하면서도 어딘가 직관을 건드리는 지점이 있어 인상 깊었다.


결국 이 책은 한 번 읽고 끝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낯선 사유에 익숙해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어쩌면 몇 번을 되짚어 읽거나, 다른 철학 입문서와 병행해 가며 조금씩 다가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철학이란, 그 자체로 익숙함을 거부하는 사고의 훈련인지도 모른다.


어렵다. 그러나 그래서 더 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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