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자본주의 파시즘 - 미켈 볼트 라스무센

서평

by 백경

후기 자본주의의 그늘 아래, 파시즘은 어떻게 되살아나는가 — 『후기 자본주의 파시즘』 서평


전 세계 곳곳에서 극우 정치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파시즘’이라는 단어가 다시금 일상 언어로 떠오르는 지금, 미켈 볼트 라스무센의 『후기 자본주의 파시즘』은 이 현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날카로운 렌즈를 제공한다. 그는 단언한다. 자본주의는 실패했고, 그 실패를 ‘신자유주의’라는 얇은 신념의 껍질로 감싼 채 여기까지 끌고 온 결과,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위기의 풍경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다.


책은 이 위기의 정체를 날카롭게 해부한다. 거대 자본의 무한 경쟁, 점진적인 정치 제도의 침식, 대중·계급 정치의 쇠퇴와 정체성 정치의 부상, 대중문화의 파편화, 사회의 원자화, 그리고 SNS를 통한 인종차별적 정서의 주류화. 이러한 조건들은 모두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구조적 변형의 결과다. 그리고 그 틈바구니 속에서, 파시즘은 위기의 시대에 ‘허위의 해결책’처럼 작동하며 대중을 유혹한다. 단호한 질서, 선명한 정체성, 강한 리더십이라는 가짜 구원 서사가 점점 더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대목은, 현대 정치인이 스스로를 ‘상품’이자 ‘브랜드’로 정체화한다는 분석이다. 정치마저 완전히 시장화된 느낌이다. 강인함, 부유함, 경쟁의 승자라는 이미지로 무장한 개인은, 정당보다도 더 강력한 설득력을 지니며 추종을 이끈다. 이는 정치의 개인화이자, 권력의 감성화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정치인은 SNS를 통해 대중과 직접 소통하며 자신의 서사를 구축하고, 그 소통은 마치 더 민주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는 오히려 **‘한 사람에게의 위험한 쏠림’**으로 이어지는 아이러니를 낳는다.


이 책은 어떤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는다. 분석이 전부다. 그래서 더 어둡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불편한 직시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통찰 아닐까. 우리는 이 구조를 이해한 다음,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진짜 ‘출구’는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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