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우리는 선택하는 존재일까, 아니면 이미 결정된 삶을 살아가는가?”
이 책은 그런 철학적 질문에 직접적으로 답하지 않는다. 다만 유전자의 관점에서 인간의 가정, 사회, 경제, 정치, 의학, 종교까지를 분석하며, 인간 행위 전반에 유전자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과학적으로 풀어낸다. 읽다 보면 인간은 ‘유전자 기계’에 불과한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누군가는 거부감을 느낄지 모르지만, 나는 오히려 담담했다. 무언가 근본적인 메커니즘을 알게 되니, 일상 속에 관찰되던 많은 것들이 선명하게 이해되는 경험이었다.
그러나 책의 내용 이상으로, 나는 요즘 과학책들을 읽으며 공통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팩트를 알고 말하자.”
탈진실(post-truth)의 시대, 주관적 확신이 객관적 사실을 덮어버리는 현실에서, 과학은 여전히 침착하게 진실을 쌓아올리고 있다. 과학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우리는 이미 많은 사실들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그 기초조차 모른 채, 혹은 무시한 채, 의견을 내세우고 판단을 내린다.
물론 과학적 진실 또한 시간이 지나면 수정되고 보완된다. 그러나 그것은 기존의 틀을 부정한다기보다, 더 넓은 스펙트럼에서 통합하고 정교화하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과학은 틀릴 수 있다는 이유로 무시할 것이 아니라, ‘최선의 지식’을 바탕으로 최소한의 공통 이해를 갖추는 태도가 필요하다. 인간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이미 밝혀냈고, 그만큼 더 책임 있게 생각하고 말해야 할 이유가 있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마땅히 알아야 할 것들’을 과학적으로 명료하게 설명한다. 감정이 아닌 사실, 믿음이 아닌 증거로 세계를 바라보는 눈. 나는 이것이 현대인에게 가장 절실한 지적 태도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