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평론
“28일 후”의 계보를 잇는, 그러나 낯선 얼굴 – 그 낯섦에 대한 불편한 기록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 작품은 제게 불호였습니다.
『28일 후』, 『28주 후』라는 강렬한 전작들이 남긴 인상은 세월이 지나며 희미해졌지만, 상영 전에 유튜브를 통해 정리된 시리즈 요약 영상을 보고 다시금 기억을 되살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기대감도 피어올랐습니다. 그러나 극장을 나서는 길, 그 기대는 허공으로 흩어졌습니다.
확실한 건, 이전 작품들의 팬이라면 이 작품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저처럼 전작에 열렬한 애정을 가진 팬이 아닌 이조차도 그 ‘결’의 차이를 감지하고 고개를 갸웃할 정도였으니까요.
스포일러 주의
물론, 다른 이들의 반응을 보면 호평도 있습니다. 아마도 좀비물 그 자체로만 본다면 어느 정도 완성도를 인정받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제게 이 영화는 좀비의 외피를 두른 소년 성장 서사처럼 느껴졌습니다. 문제는 제가 그 ‘성장’을 기대하며 영화를 본 게 아니었다는 데 있죠.
가장 어리둥절했던 장면은 초반에 등장하던 아이가 마지막에 힙합 전사처럼 좀비를 처치하는 시퀀스였습니다. 이게 감독 특유의 유머코드인지, 아니면 일종의 시그니처 연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몰입감은 그 순간 증발하고 말았습니다.
되려 초반부가 훨씬 더 흡입력 있었고, 이야기가 섬을 벗어나면서부터 서사는 흐트러졌습니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캘빈’이라는 인물은 뭔가 전환의 계기가 되어줄 것 같았지만, 결국은 진부한 메시지(“메멘토 모리”)와 낡은 신파 속으로 흐려졌죠.
개인적으론 실망이 컸습니다. 다만, 저만 이렇게 느낀 것인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다른 이들의 감상 역시 기다려지네요. 누군가는 이 작품에서 제가 보지 못한 의미와 미학을 발견했을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