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청년의 심리적 탄생 - 김현수

서평

by 백경

SNS에서 정치 관련 댓글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머리가 아파온다. 피로하다. 눈에 들어오는 대부분의 댓글은 ‘극우’로 불리는 이들이 점령하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도대체 이런 분위기 속에서 어떻게 진보적인 대통령이 당선될 수 있었던 건지, SNS라는 세계가 현실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최근 대선 결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그리고 나를 혼란스럽게 만든 것은 20대 남성들의 보수화 현상이었다. 선거 이전부터 20대 남성의 보수화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지만, 그것이 단순한 프레임인지 실제 사회 변화의 신호탄인지 감을 잡기 어려웠다. 그래서 나는 질문하기 시작했다.

“20대 남성들은 정말로 보수화된 것일까?”

“그들은 보수인가, 극우인가?”

“모두가 극우라 부를 수 있을까?”

“그들 안에도 스펙트럼이 존재할까?”


이 질문들을 안고 관련된 여러 책을 탐독하던 중, 마침 그 물음들을 하나의 흐름 속에서 엮어주는 책을 만났다. 김현수의 『극우 청년의 심리적 탄생』이다. 이 책 한 권이면 지금 한국 사회에서 나타나는 ‘극우 청년’ 현상을 꽤 통합적이고도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책의 핵심을 정리하면 이렇다.

신자유주의 체제가 심화되면서, 경쟁에서 탈락한 다수 청년들의 불안과 공포는 극우 정서의 토양이 되었다. 그들은 사회 구조적 패배자이지만, 그 패배를 체제 자체로 향하지 않고, 오히려 약자와 소수자에게로 분노를 투사한다. 왜냐하면 그들의 감정은 이중적이다.

극우적 태도는 체제에 대한 저항이면서 동시에 그 체제가 무너질까 두려워하는 마음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이 체제가 나를 망쳤다”고 외치지만, 다른 대안을 상상하지 못하기에 ‘차라리 나보다 약한 누군가를 향해’ 분노를 쏟아낸다. 이는 곧 혐오의 방식으로 나타난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대목은 바로 이 ‘양가감정(ambivalence)’이다. 그들은 어릴 적부터 ‘배려하라’, ‘양보하라’는 도덕적 요구를 받으며 성장했지만, 막상 자신의 몫은 돌아오지 않았다고 느낀다. 사회는 그들을 ‘패배자’로 규정하고, 그 낙인은 자기혐오로 번지며 또다시 외부로의 혐오로 굴절된다.


김현수 저자는 이들을 이해하고 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진보진영이 흔히 사용하는 ‘PC(Political Correctness) 담론’이나 윤리적 비판은 오히려 그들을 더욱 고립시킨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올바름’이 아니라 ‘친절함’이다 — 저자의 이 주장은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나 역시 이들에게 비난 대신 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동시에 회의감도 든다. 과연 ‘이해와 포용’만으로 가능한 일일까? 혐오가 일상의 언어가 되고, 분노가 아이덴티티가 되어가는 지금, 우리는 그들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을까. 이건 단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적 현상이다. 다만 한국은, 이 흐름을 어떤 방식으로 흘려보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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