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성향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서평

by 백경

정치 성향도 유전적으로 타고난다?


이 말은 어딘가 섬뜩하고, 동시에 매혹적이다. 내가 무엇을 보고 듣느냐와 무관하게, 정치적 성향조차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다면,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운 존재일까?


하지만 이 놀라움은, 과학책을 조금만 읽어본 사람에게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현대 과학은 인간의 감정, 성격, 사랑, 심지어 도덕성까지 일정 부분 유전으로 설명해낸다. 그렇다면 정치 성향 역시 예외일 수는 없다.


《정치성향은 어떻게 결정되는가》는 이 주제를 다룬 흥미로운 책이다. 저자는 유전자와 정치 성향 간의 연관성에 대해 단순한 ‘결정론’이나 ‘환경론’으로 치우치지 않고, ‘확률적 결정론’이라는 균형 잡힌 시선을 제시한다. 유전이 정치 성향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마지막까지 “정해졌다”거나 “정해지지 않았다”고 단정하지 않는 점이다. 다양한 학술 연구들을 비교하며 유전자와 환경이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조심스럽고도 통찰력 있게 설명한다. 유전은 씨앗일 수 있으나, 그것이 어떻게 꽃을 피우느냐는 전적으로 환경과 경험에 달려 있다는 메시지가 책 전반을 관통한다.


물론 이러한 유전적 설명은 오용될 수 있다. 과거 우생학이 그랬고, 지금도 특정 성향이나 집단을 낙인찍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저자는 이런 경고도 잊지 않는다. 과학적 사실을 자기 입맛에 맞게 왜곡하거나, 받아들이고 싶은 정보만 취사선택하는 태도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지적한다. 이는 지금 우리 사회의 정보 소비 방식에 대해 시사하는 바도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이 제시한 사실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인간의 성향을 더욱 깊이 이해하는 일은, 결국 더 나은 사회적 대화와 공존의 가능성을 여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단지 의견이 다른 것이 아니라, 어쩌면 ‘다르게 느끼고 다르게 반응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런 이해는, 비판보다는 공감과 숙고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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