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평론
공룡을 닮은 인간의 그림자 ―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을 보고
나는 재미있게 봤다. 쥬라기 시리즈를 모두 본 것은 아니지만, 큰 틀의 흐름은 익숙하다.
인간의 욕망으로 공룡이 부활하고, 그것을 통제하지 못해 섬은 고립되며, 생존을 향한 추격전이 펼쳐진다. 이번 작품도 다르지 않다. 관리 부실, 통제 실패, 격리된 환경 속 위기. 익숙한 공식이지만, 이번엔 그 안에서 미묘한 감정의 진폭과 새로운 시선들이 살아 움직인다.
*스포주의
이번 영화는 인간의 또 다른 실패에서 시작된다. 공룡을 복원해 활용하려는 시도는 통제력을 잃고, 결국 공룡들은 세상에 풀려난다. 그러나 기후 변화와 생태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이들 공룡은 적도 부근에서만 살아남을 수 있게 된다. 인류는 더 이상 공존을 모색하지 않고, 그들을 ‘거기 있게’ 놔두는 쪽을 택한다. 하지만 생명을 이용하려는 본능은 사라지지 않는다. 의약품 DNA를 확보한다는 명분 아래, 인간들은 다시 그 뜨겁고 원시적인 땅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예상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
그 이야기는 얼핏 보면 진부하다. 다시 공룡에게 쫓기고, 몇몇은 잡아먹히고, 가족 간의 유대가 부각되고, 또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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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 깊었던 건 공룡 박사 헨리 루미스의 반응이었다. 그는 덕후 같지만, 단순한 애호가가 아니다.
그가 초식 공룡과 눈을 마주치는 장면은 참 묘하게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 감정의 떨림은 단순한 생명에 대한 경외가 아니라, 자연과 공존하고자 했던 인간 내면의 잊혀진 본능처럼 다가온다.
돈보다, 권력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그는 온몸으로 증명해 보인다.
그의 여정 끝에 도착한 공룡 연구소는 또 다른 전환점이었다.
그곳에는 자연 그대로가 아닌, 인간의 이기심으로 재조합된 공룡들이 존재한다.
루미스 박사가 이를 바라보며 지은 혐오감 가득한 표정은, 단순한 분노나 실망을 넘어선 어떤 윤리적 직감이었다.
그건 단순히 “틀렸다”가 아니라, “이건 우리가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경고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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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처럼, 생존은 지능과 무관하다.
공룡은 인간보다 훨씬 오랜 세월 지구에서 살아남았고, 인간은 두뇌가 커진 대가로 스스로를 자멸로 몰아넣고 있다.
영화 막바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공룡은 괴물이라기보단, 인간의 욕망이 투영된 또 다른 자화상처럼 느껴진다.
그 장면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할 수 있음은, 과연 해야만 하는 일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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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가 말하는 공룡은, 결국 자연 그 자체다. 그리고 그 자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임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웅장하고도 섬세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