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서로 뇌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서로 더 관대할까, 배척할까?
왜 같은 뉴스를 보고도 사람들은 정반대로 해석할까? 왜 합리적인 사람들조차 정치 얘기만 나오면 감정적으로 변할까? 레오르 즈미그로드의 『이데올로기 브레인』은 이런 의문에 뇌과학적 답을 제시하는 흥미로운 책이다.
이 책은 보수적인 사람과 진보적인 사람들의 뇌 구조와 작동 방식이 실제로 다르다는 과학적 증거들을 차근차근 풀어낸다. 마치 사람마다 지문이 다르듯, 정치적 성향도 뇌의 물리적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이전에 읽었던 『정치성향은 어떻게 결정되는가』와 겹치는 내용이 많아 읽기에는 어렵지 않았지만, 그만큼 이 분야의 연구 결과들이 점점 확고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아직 과학자들도 명확히 규명하지 못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였다. 정치적 성향이 먼저 생기고 그에 맞춰 뇌의 특정 부위가 발달하는 것인지, 아니면 뇌의 특정 부위가 먼저 발달해서 정치적 성향이 결정되는 것인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가장 호기심을 자극했는데, 아직 모른다니 아쉬우면서도 미래 연구가 기대되는 지점이다.
하지만 저자가 지속적으로, 그리고 강력하게 경고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뇌 경직성’이다. 경직성이란 마치 근육이 굳어지듯 사고가 경직되는 상태를 말한다. 새로운 정보나 다른 관점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지고, 자신의 기존 믿음만 더욱 강화하려 든다. 이런 상태는 극단적 이데올로기로 흐를 가능성이 매우 크다. 더 무서운 것은 한번 극단적 사고에 빠지면 빠져나오기도 힘들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런 경직성을 피할 수 있을까? 책의 마지막 챕터에서 제시하는 ‘둥지’ 개념이 인상 깊었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는 모르지만, 둥지가 안전하고 보호받을 수 있는 곳이라면 경직성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둥지란 가족, 학교, 직장, 사회, 크게는 국가를 의미한다. 이 집단들에서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가 가해지는지가 관건이다.
저자의 연구에 따르면 급성 스트레스는 신경인지 능력을 현저히 떨어뜨린다고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의 전전두엽(이성적 판단을 담당하는 부위) 기능이 약해지고, 대신 편도체(감정과 위협 감지를 담당하는 부위)가 과활성화된다. 쉽게 말해,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냉정한 판단보다는 감정적 반응이 앞선다는 뜻이다.
이는 우리 사회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사회가 구성원들에게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느냐에 따라 뇌 경직성도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극단적 이데올로기를 따르는 사람이 많은 사회일수록, 그 사회 자체가 구성원들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가하는 환경이라고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경제적 불안정, 사회적 갈등,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사람들의 뇌를 경직시키고, 그 결과 극단적 목소리만 커지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처음 던진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서로 뇌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우리는 더 관대해질까, 아니면 더 배척하게 될까?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답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과학적 이해가 “어차피 쟤들은 원래 그런 뇌를 가져서 그래”라는 체념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그렇다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해보자”는 관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우리 사회의 스트레스 수준을 낮추지 않는 한, 극단화는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우리의 미래가 그리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과학적 이해야말로 변화의 첫걸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뇌의 가소성, 즉 변화 가능성을 믿고 더 나은 ‘둥지’를 만들어 나간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