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평
우정의 상실, 사랑의 상실을 겪고,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기록에 쏟아붓고 날아가 버린 이야기다.
유명 미스터리 작가의 블로그에 어느 날 글이 하나 올라온다.
“내 시체를 찾아주세요.”
이 한 줄은 인기 시리즈 <싸이코걸>의 마지막 플롯을 남겨둔 채 사라진 작가의 선언이다. 편집자는 마지막 플롯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자신이 쌓아온 커리어를 지키기 위해 시체를 찾아야 한다. 남편은 결혼 후 변변한 직업도 없이 아내의 수입에 기대 살아온 사람이라, 앞으로 먹고살기 위해서라도 시체를 찾아야만 한다. 시체를 찾는 일은 곧, 각자가 붙잡고 있던 이익과 명예, 삶의 마지막 끈을 지키려는 몸부림이 된다.
작가는 블로그에 글을 예약해 두었다. 그래서 그녀가 사라진 뒤에도 글은 1편씩 올라오고, 그 글들이 하나씩 공개될 때마다 그녀의 과거가 드러난다.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게 얽힌 관계들, 그리고 “조금 심상치 않다” 수준이 아니라 처음부터 틀어져 있었던 삶의 구조가 차근차근 밝혀진다. 블로그에 글이 올라올 때마다 팬들, 출판사, 언론이 들썩이고, 사건은 하나의 실종 사건을 넘어 현대식 공개 재판처럼 번져 나간다.
읽는 내내 흡입력이 높은 책이었다. “도대체 작가는 어떻게 마무리하려고 그러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마지막까지 속도를 늦추기 어려웠다. 마지막까지 플롯을 회수하며 이야기를 닫는 방식도 꽤 완성도가 높아서, 큰 궁금증은 거의 남지 않는다. “그래, 이 정도면 작가가 준비해 둔 판을 끝까지 본 거구나” 하는 느낌으로 책을 덮게 된다.
다만, 중반부에 밝혀지는 ‘하얀 새장 속 다섯 마리 새들’, 그러니까 5명의 소녀가 얽힌 사건의 충격이 워낙 커서, 그 뒤에 이어지는 작가의 마무리는 상대적으로 조금 싱겁게 느껴졌다. 기록으로 꾸준히 조여 오던 긴장감에 비해, 마지막 한 방이 감정적으로 터지는 대신 차갑게 식어 버리는 느낌이랄까. 어떤 독자에게는 이것이 “현실적인 결말”처럼 다가갈 수도 있겠지만, 나처럼 중반부의 감정 폭발에 더 크게 흔들린 독자에게는 후반의 복수 완성 장면이 약간 힘을 뺀 결말처럼 느껴질 수 있다.
‼️추가로 알면 좋은 점
1️⃣이 작품은 일본 플랫폼 ‘note’ 창작대상 2023에서 문예편집부상과 TV도쿄 영상화상을 동시에 받은 뒤, 동명 드라마로도 제작된 작품이다.
2️⃣블로그 포스트, 미공개 원고(‘하얀 새장 속 다섯 마리 새들’), 남편과 편집자의 시점이 교차하는 구조라서, “기록” 그 자체가 사건이 되는 방식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특히 흥미롭다.
3️⃣복수의 방식이 “상대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잊히지 않는 이야기로 남는 것”에 가깝다는 점에서, 요즘 온라인 문화(폭로, 캔슬, 여론 재판)를 생각해 보게 만드는 소설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