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평
이런 검사도 있구나.
검사에 대한 고정관념이 심한 편은 아니었다.
그래도 뉴스에 나오는 몇몇 얼굴들 때문에 “다 그렇겠지”라는 피로감은 늘 있었다.
그래서인지, 많은 검사 중에 분명 괜찮은 검사들도 있겠지, 막연히 그렇게 생각해왔는데 이 책에 나오는 검사가 딱 그런 사람이다.
『유무죄 세계의 사랑법』은 유죄냐 무죄냐만으로 세상을 나누는 자리에서, 사람을 끝까지 사람으로 보려는 검사의 이야기다.
문장 몇 줄만 읽어도 “아, 그래도 이 사람은 기계처럼 일하지는 않겠구나” 하는 느낌이 온다.
이 책을 읽으면, 검사가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기소 여부를 놓고 숫자와 증거만 보는 게 아니라,
사건 외곽에서 얼쩡거리는 사람들의 사소한 표정, 말투, 생활 냄새까지 같이 본다는 걸 알게 된다.
권력에 충성하고, 조직에 충성해야 하는 곳에서 스스로를 ‘외곽주의자’라고 부르는 사람.
그 “외곽에 서겠다는 선택”이 어떤 외로움과 피로를 동반하는지, 책 곳곳에서 묵직하게 새어나온다.
나는 예전부터 에세이가 특정 직업을 훔쳐보기에 가장 좋은 장르라고 생각해왔다.
이 책도 딱 그 자리에 있다.
법정에서 피고인과 피해자를 번갈아 바라보는 눈,
시골지청에서 주민들과 부딪치는 일상,
검찰청 생활체조동호회나 아이를 키우는 “검사 엄마”로서의 모습까지,
검사라는 직업의 앞·옆·뒤 얼굴을 둘러보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