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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장 Jun 01. 2024

가까운 사이일수록 바람이 지나갈 ‘공간’이 필요하다

건축가의 글쓰기

가까운 사이일수록

바람이 지나갈 ‘공간’이 필요하다  

건축가의 글쓰기


나무와 나무사이, 풀과 풀 사이에도 공간이 있다.  식물을 키울 때 다 컸을 때의 크기에 맞게 사이의 간격을 두어 심어야 한다.  씨앗의 시작은 겨자씨나 민들레였을지도 모르지만, 끝은 바오밥나무가 될 수가 있다. 시작은 미미할지라도 그 성장의 완성은 얼마일지 모르는 것이 식물이고 사람이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공간이 필요하다.  

그 공간에는 시간의 틈이 있어야만 한다.  

나의 의견을 전달한 뒤에 상대가 대답하는 시간의 공간, 원하는 행동을 하는 실행의 공간

그리고 내 생각이 흡수되는 성장의 시간.  듣는 귀에서 메시지를 접수하는 머리로 , 머리에서 액션을 행하는 팔과 다리나 입으로 연결되는 길이는 불과 일미터도 되지 않지만 그것이 가슴으로 들어가 발효되어 나오는 시간은 측정할 수가 없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서로를 존중한다는 의미다.  

화자의 의도가 청자에게 전달되어 화자의 의도대로 행해지는 데는 수많은 변수와 상황이 발생하고 그 상황에서 청자의 판단과 의도가 혼합되어 실행될 때, 화자는 그 결정을 존중하는 그런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화자와 청자가 일치될 일은 없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서 가까운 사이의 공간에 대해 생각해보자.

부모는 자녀가 자신의 몸의 일부로서 세상에 나왔기에, 분신으로 느끼며 혼신을 다해 키운다. 그런 희생적인 육아와 교육의 덕분에 자녀가 스스로 몸을 움직이고 판단하며 결정할 때 부모로서는 원하는 자녀의 독립을 얻는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뜻대로 컨트롤되지 않는 자아의 분신이 아닌 타아에 괴로움을 얻는다. 그럴 때 생각해야 하는 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간’이다.


사람은 믿는 만큼 자란다

서로의 공간을 이해하고 인정해 줄수록 더 성장한다. 이것을 서로에 대한 믿음이라 부른다. 거름과 물을 아무리 줘도 곁에 붙어있으면 빛을 받을 공간이 없다. 뿌리를 내릴 공간이 없다. 멀리 오래 잘 성장하도록 머지않은 곁에서 신뢰와 응원을 보내줄 때 사람은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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