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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02 편의점 대신 체육관, 술 대신 키보드

윤금주씨의 백일금주

by 윤소장

오늘의 술: 삿보초 드래프트

최근 맛을 알게돈 쌋보로 생맥주 70오프, 당질과 푸린의 함량을 낮췄다고. 가벼운 느낌에 부드럽다


경험상 새로운 결심은 주변 상황이 변할 때 함께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회사를 옮길 때 아침 운동이나 영어 공부를 동시에 시작하는 것처럼, 환경과 습관을 같이 바꾸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몸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때 뇌도 함께 적응하는 것 아닐까요. 어디서 들은 것도 아닌, 순수한 제 경험담입니다.


어제부터 제 부캐 ‘윤금주’ 씨가 탄생했습니다.


금주와 백일백장을 동시에 시작한 것이지요. 퇴근 후 허전한 마음에 편의점을 기웃거리기보다 노트북을 열어 글감을 떠올리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하는김에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이 생겨서 체육관에서 인바디 측정을 했습니다. 그동안 관장님의 권유를 피해 다녔는데, 이번에는 직접 나서서 인바디와 before 사진까지 찍었습니다. 결과는 기대 이하, 당연히 실망. 나름 운동을 열심히 했는데 좋아진 게 하나도 없더군요. 이 금주도 해봤자 별거없거나 실패하면 어쩌나 걱정도 스쳤습니다.


그때 관장님이 한마디 ,


“오늘 점수가 안 좋으면, 금주 끝나고 다시 쟀을 때
훨씬 더 좋게 나오지 않겠습니까



순간 뇌의 긍정 스위치가 켜졌습니다.


‘그래, 지금부터는 무조건 우상향 곡선이야!’


두 번째 변화는 운동 종목입니다.

그동안은 PT를 받으며 상·하체 큰 근육 위주의 고강도 운동을 해왔는데, 오늘부터는 자세 교정과 유산소 위주로 바꿨습니다. 요즘 어깨와 목이 유난히 피곤했는데, 열심히 교정했던 거북목이 다시 찾아온 듯했습니다. 바른 자세에서 오는 당당한 인상을 되찾고 싶었습니다.


새 운동은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강도와 하중은 크지 않았지만, 평소 쓰지 않던 약한 근육을 자극하니 온몸이 후들거렸습니다. 끙끙앓는 할아버지 소리를 내며 겨우겨우 운동을 마쳤습니다. 오늘의 PT는 돈값을 톡톡히 했습니다. 혼자였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동작들을 꾸역꾸역 해낸 덕에 긍정 스위치가 하나 더 반짝이는 기분었지요.


하지만 이런 날이 가장 위험합니다.


운동 후 피곤함과 ‘열심히 했으니 보상받아야 한다’는 심리가 겹치면, 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술을 사는 확률이 높습니다. 게다가 “오늘은 운동을 했으니 술 마셔도 괜찮아”라는 자기합리화까지 시작되지요. 하지만 저는 이제 ‘윤금주’ 모드 아닙니까. 집에 가서 글 쓰고 빨리 자야 한다는 일념으로 금주 이틀째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금주를 계기로 운동과 식단까지 조절하며, 그것을 글로 쓰는 금주일기 패키지가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이대로만 하면, 무조건 우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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