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금주씨의 백일금주
어르신들의 식탁을 보면, 옆에 약통이 한가득이다.
고혈압, 심부전, 관절염, 당뇨, 심장약 등등.
식사를 마치면 으레 이렇게 말씀하신다.
“약을 한 주먹 이상 먹어야 하니까, 밥보다 약이 더 배불러.”
나는 평소에 영양제라는 걸 거의 챙겨 먹지 않았다.
어디서 받은 비타민들도 유통기한이 지나 버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몇 알 먹다 말고, 끝까지 다 먹은 기억이 별로 없다.
그런 내가, 어느 순간 —그러니까 40대에 접어들고부터는—그 약통들을 다시 보게 되었다.
70대부터 아파서 복용하기 시작하는 약들을,
지금부터 영양제로 조금씩 챙겨 먹는다면 어쩌면 예방이 될 수도 있고,
조금은 더 활기차게 살 수 있지 않을까?
미래를 미리 사두는 것.
건강할 때, 저평가된 가치주처럼 쌀 때 사놓는 것.
우리 나이에 ‘꼭 챙겨 먹어야 한다’는 영양제는 정말 많다.
주변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멀티비타민은 필수야, 여태 그걸 안 먹었다고?”
“오메가3는 염증 낮춰주고 뇌에 좋대.”
“눈 건강도 챙겨야지, 루테인 안 먹어? 노안 온다?”
“회원님 술 좋아하시잖아요, 간엔 밀크씨슬이죠.”
“눈 밑 떨리는 거 보니 마그네슘 부족인가 봐.”
“러닝 좋아한다며? 관절 생각해서 콘드로이친 미리 먹어.”
“난 아침에 일어나면 유산균이랑 프로바이오틱스 꼭 먹어. 오래 먹어야 효과 있대.”
지인 중에 50대인데 30대처럼 보이는 분이 있다.
“나, 20대 때부터 헬스하고 영양제 챙겨 먹은 덕분에 지금까지 버티는 거야. 주변 사람들? 다 픽픽 쓰러졌지.”
그 말이 어쩐지 꽤 설득력 있게 들린다.
좋은 습관과 건강 관리는 복리처럼 쌓인다.
이것도 투자다 건강한미래를 위한 투자
건강하면 피로도 덜하고,
그 에너지를 나 자신을 위해 쓰고, 주변을 배려할 여유도 생긴다.
‘여유는 잔고에서 나오고, 상냥함은 탄수화물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지 않던가.
그래서 윤금주씨는 한 움큼의 영양제를 배부르게 챙겨먹고, 불금 밤과 주말을 맥주로 시작한다.
논알콜 맥주로.
약통이 비어간다 새로 주문해야지.
건강이 차곡차곡쌓인 기분에 비싼 약값이 아깝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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