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금주씨의 백일금주
백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500자 이상 글을 쓰는 ‘백일백장’이 점점 더 버거워지고 있다. 글을 써 내려가는 행위 자체가 힘든 것이 아니다. 오히려 매일 글감을 떠올리고, 그것을 어제와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묶어내는 일이 훨씬 어렵다. 꾸준히 주제를 이어가며 생각을 정리한다는 것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자기 삶을 매일 다시 들여다보는 일이기도 하다. 어쩌면 이런 끊임없는 생산과 반복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것이 바로 프로 작가의 세계일지도 모른다.
기자, 작가, 건축가처럼 마감이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흔히 데드라인 앞에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 평소에는 도저히 낼 수 없을 것 같은 에너지를 쏟아부어 단숨에 결과물을 완성한다. 순간적으로 120퍼센트의 집중력을 끌어올려 작업을 마감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대가는 만만치 않다. 3일을 밤새워 몰입한 뒤에는 최소 3~4일은 몸과 마음이 지쳐 회복해야 한다. 숫자로 따지면 매일 70~80퍼센트의 힘을 발휘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실제 삶에서는 그렇게 이상적인 패턴이 쉽지 않다. 인간의 리듬은 기계의 그래프처럼 고르게 유지되지 않는다.
오늘은 특히 힘든 날이다. 매일 이어가야 하는 백일백장의 글쓰기와 동시에 중요한 회의의 마감까지 겹쳤다. 어느 쪽이 더 어렵다고 단정할 수 없다. 매일 조금씩 꾸준히 해내는 일도, 단기간에 집중해 폭발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일도 각자의 방식으로 사람을 소모시킨다. 그러나 그 고비 속에서도 분명한 점 하나가 있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버티며 달려가다 보니 술을 생각할 겨를조차 없다는 것. 오히려 그것이야말로 가장 큰 행운이자, 이 백일 금주의 진짜 의미일지도 모른다.
#백일금주 #금주일기, #윤소장부캐, #윤금주, #책과강연, #백일백장